“행복한 닭이 건강한 알 낳아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현상철 기자
입력 2018-11-20 14:3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방목사육하니 질병‧스트레스 없어 건강”

  • 농식품부, 동물복지축산 인증…4년새 3배 증가

경남 고성군의 대가농장에서 닭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사진 = 대가농장]


우리 국민 1명은 연간 268개의 계란을 먹고, 51.3㎏의 육류, 26.6㎏의 우유를 소비한다. 축산물은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게 됐다. 과거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축산업은 생산량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최근에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은 어느덧 동물복지로 확대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건강하게 자란 동물이 더 좋은 축산물을 생산한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실제 '두려움'과 같은 나쁜 상태를 겪지 않고, 본래의 습성을 표현하며 자란 농장동물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한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동물의 건강한 사육과 품질 좋은 축산물 생산을 위해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를 추진하고 있다. 동물복지농장 수는 4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건강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는 ‘동물복지농장’

경남 고성군의 대가농장 김종쾌(56) 대표는 2005년부터 3300㎡(약 1000평)의 부지에서 3200여 마리의 닭을 방사해 사육하고 있다.

김 대표는 농장을 시작할 때부터 케이지 안에서 닭을 사육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한다. 닭은 자유롭게 뛰어놀며, 햇빛을 보고 자라야 건강한 알을 낳을 수 있다는 나름의 원칙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자연스럽게 친환경 농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 대표는 유정란품질인증부터 무항생제 인증까지 친환경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인증을 획득했다.

동물복지인증농장이 된 건 올해부터다. 지난해 살충제 계란 파동 등으로 식품 안전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동물복지인증을 추가로 받았다. 동물복지와 관련된 교육을 해마다 받고, 사양‧질병 관리나 무항생제 인증 관련 해석 교육도 매년 받고 있다.

자유롭게 방목해 사육하는 닭은 좁은 케이지에서 사육하는 닭과 비교해 건강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아무래도 밀집사육을 하면 운동량이 적어 힘이 없지만, 방목사육은 운동량이 상당히 많다”며 “사육하다보면 아픈 적이 거의 없어 질병에 걸릴 일도 적고, 그만큼 약품사용을 하지 않는다. 지금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지만, 한 번도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스트레스를 받는 닭은 털이 빨리 빠지고 닭볏이 탁한 반면, 방목사육을 하면 털이 거의 빠지지 않고 볏의 색이 뚜렷하다”며 “건강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은 닭이 낳은 알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방사사육으로 동물복지농장은 밀집사육농장보다 넓은 면적을 필요로 하지만, 경제성은 충분히 갖췄다. 동물복지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은 시중에서 보통 상품보다 1.5배에서 많게는 3배까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건강하기 때문에 사육기간도 상대적으로 길다. 김 대표는 3200여 마리의 닭을 사육하면서 지난해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대표는 “거리제한 등 축사 규제로 농장 규모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꼭 단점이라 볼 수 없다”며 “소규모지만 강한, 강소농인 셈”이라고 말했다.

◆ 동물복지농장 인증, 4년 만에 3배 껑충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동물복지에 대해 ‘건강하며, 안락하며, 좋은 영양 및 안전한 상황에서 본래의 습성을 표현할 수 있으며, 고통‧두려움‧괴롭힘 등의 나쁜 상태를 겪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는 ‘동물보호법’에 근거해 동물복지축산농장을 인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2년 밀집사육으로 인한 질병 발생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동물의 건강한 사육과 품질 좋은 축산물 생산을 위해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를 도입했다.

첫해 산란계 농장에만 도입됐지만, 지금은 양돈‧육계‧한우‧육우‧젖소‧염소‧오리 등으로 확대했다. 동물복지농장은 2014년 58개에서 이듬해 76개로 늘었고, 2016년 114개, 2017년 145개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 9월 현재 177개다.

인증기준은 △동물의 5대 자유 △적정 사육밀도 △사양환경(조명, 깔짚 등) △인위적인 조치(강제환우, 발치‧절치, 꼬리자르기 등) 제한 △동물의 본성 유지(홰 설치, 무리지어 사육 등) 등이다.

동물의 5대 자유는 △배고픔‧갈증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통증‧부상‧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예를 들어 산란계의 경우 △케이지 내 밀집사육 금지 △강제환우 및 부리다듬기 금지 △안락한 산란상 및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횃대 △모래목욕이 가능한 깔짚 제공 등으로 닭의 기본 본능을 충족시켜줘야 한다.

돼지는 좁은 스톨 내 감금사육 금지와 최소한 운동이 가능한 분만틀을 사용해야 한다. 또 꼬리‧송곳니 자르기를 금지하고, 적정한 깔짚을 제공해야 한다.

세계 각국도 동물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OIE는 2005년부터 도축‧살처분 등 12개 분야의 동물복지 기준을 제정했다. 지금도 과학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동물복지 기준을 개정해 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동물복지 5개년 행동계획’을 수립, 동물복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2년부터 산란계 일반케이지 사육을 금지하고, 2013년부터는 돼지 스톨 사육을 금지하고 있다. EU는 세계 각국과 FTA를 협상할 때 동물복지를 의제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주(州)별로 돼지 스톨사육이나 송아지 사육틀 사육 등을 금지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