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신역이 전북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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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남 사)전북행정개혁시민연합 공동대표
입력 2018-11-0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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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0일간의 세계일주'의 한 장면.]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아는가. 이 고전적인 스토리 속에는 교통을 기반으로 한 도시경제학이 숨어있다. 

1873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 소설은 영국은행에서 발생한 5만5천 파운드 도난사건이다. 토론모임인 개혁클럽에서 이미 먼 나라로 도망친 도둑의 행방을 쫓는 이야기를 하던 중 세계 일주 이야기가 나오고, “아무리 세계 일주를 하는 데 석 달밖에 안 걸린다고는 하지만….”라는 대화에서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는 “80일이면 됩니다.”라고 답하면서 시작된다.

지금부터 약 150년 전 런던에 살고 있던 포그는 왜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80일이면 '너끈하다'고 장담했을까? 교통수단이라곤 증기선과 증기기관차뿐이던 당시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텐데 말이다. 비밀의 열쇠는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와 수에즈운하 개통·인도 반도의 철도 전구간 완공이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이동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됐다는 얘기다. 한편 통합된 EU는 유럽의 내륙수로를 활성화하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물동량을 싣고 운항하여 내리는 시간이 기차와 자동차 이용 때의 10배를 넘었다. 결국 이 수로는 목적했던 기능을 잃고 관광상품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근대 이후 도시와 지역의 발전 기반은 무엇인가? SOC, 즉 사회간접자본이다. 사회간접자본 시설 중 경제 활동이나 일상생활에 우선하고 그 지역의 발전에 결정적인 필요조건은 도로와 철도다. 철도는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이어준다. 지금 지역의 발전은 먼저 불편함이 없게, 쉽게 또 빠르게 올 수 있는 교통편의가 우선되어야 가능하다. 연결과 만남을 편하고 신속하게 하기 위하여 전북 지역에 KTX 신역 신설이 절실하다는 여론이 커진 이유는 거기에 있다

KTX 혁신 역의 대상지는 전주·김제·완주·부안·익산 등 5개 시군의 접경지역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5개 시군을 배경으로 하는 KTX 혁신 역이 신설되면, 전북은 앞으로 전개될 서해안 시대에 기금운용본부를 가진 도시로서의 금융과 농·생명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 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도 경쟁할 수 있는 관광산업 인프라 구축도 기대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지가 광활하게 공급될 수 있지 않은가. 5개 시·군과 접근성이 좋은 KTX 혁신 역이 개통되면 전북은 금융과 관광이라는 고부가 산업을 크게 발전시킬 기회를 맞을 것이다. KTX 혁신 역은 새만금 국제공항이 신설된다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며, 앞으로 조성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금융타운을 찾을 금융권 투자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한옥마을을 찾는 전북 관광객들에게도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신역 신설은 전북 전체의 경제적 '파이'를 키우는 호재다. 열차가 익산에 정차한다고 해서 그 열차를 이용한 사람들 모두가 익산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접근성의 불편함 때문에 전북 자체를 찾지 않는다면 그 손실이 더 크다. 대전·서대전을 비롯하여 대구 등 다른 지역의 KTX 혁신 역들은, 건너뛰기 운용의 묘를 살리면서 새로운 역을 신설함으로써 지역 접근을 더 쉽게 만들고 있다. 더구나 현재의 익산역은 수용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를 흘려듣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더 많은 사람이 쉽고 편하게 전북에 올 수 있어야, 더 많은 사람이 익산을 찾게 된다. 그러면 보석단지를 비롯한 익산의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고 익산 전체에 이익이 더 많이 돌아가지 않을까? 전북과 익산은 '함께 발전하는 공생의 열쇠'를 찾을 때가 아닐까.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장담하는 포그의 마음 속에 들어있던 '교통망의 경제학'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익산에게, 이보다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제시해달라고 하고 싶다. 

                              

[김용남 전북행정개혁시민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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