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자본시장 국경 여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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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8-11-0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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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렇게 말해왔다. '국경 없는 세계'는 과장된 표현이고, 진정한 초국적 기업이나 자본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도리어 "모든 기업과 자본은 자국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자본시장에는 국경이 없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요사이에는 더욱 그렇다.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말을 바꿀 때마다 전 세계 자본도 이 나라 저 나라로 옮겨다니기 바쁘다. 외국인은 10월에만 코스피·코스닥 주식을 4조5000억원어치 팔았다. 거꾸로 외국인은 이달 2일 하루에만 5700억원어치를 샀다. 방송이나 신문 해설기사는 이 기간 '트럼프 탓에 팔았다'에서 '트럼프 덕에 샀다'로 바뀌었다.

그러나 더 들여다보면 자본은 여전히 국적을 따진다. 우리나라에서 영업하는 한 일본계 자산운용사를 예로 들자. 주로 일본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를 팔아왔고, 요즘 수익률은 매우 좋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최근 5년 사이에만 60% 넘게 올랐다. 그래도 우리 기관투자자는 이 회사에서 파는 펀드를 외면한다. 일본계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우리 기관투자자도 자국 편향적이어서다.

심지어 국내 연기금에서 일해온 한 운용역은 이렇게 말했다. "국정감사에 불려다니기 싫다. 일본펀드에 돈을 넣으면 전범기업에 투자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는 한술 더 떠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한다. 유럽 현지에서 일본펀드를 사면 일본에 투자했다는 꼬리표가 남지 않는다.

우리 토종자본은 아직 해외자본에 크게 밀린다. 자본총계만 봐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가장 큰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6월 말 현재 8조원 남짓에 그쳤다. 미국 골드만삭스와 일본 노무라증권은 제각기 100조원, 3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래서는 '쩐의 전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자승자박으로 볼 수밖에 없는 구석이 많다.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으로 불려왔다. 1등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조차 인·허가 지연으로 새 사업에 나설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도 얼마 전 "금투업 규제가 1474개"라고 지적했다. 시장이 커질 만하면 규제가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키울 만한 산업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금융은 성장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는 얼마 안 남은 산업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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