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위기의 한국 제조업, 분위기 반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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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18-10-2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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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 서플라이 체인 변화 등 외부요인 불리하지 않다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지금 세계 경제에 가장 뜨거운 감자는 미·중 무역전쟁과 그 향방이다. 이 전쟁의 피해는 당사국인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에게 대체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또 하나의 이슈는 글로벌하게 불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붐이다. 선진국의 제조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고, 경기의 주도권을 신흥국으로부터 확실하게 뺏어오고 있다. 중국은 첨단 제조업 굴기로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고, 동남아와 인도는 이 틈새를 타고 중국에 이은 세계의 공장이 되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유가의 회복으로 중동 지역의 건설·플랜트 경기도 다시 기지개를 켠다. 이 와중에도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글로벌 공급사슬(Supply Chain)의 변화 조짐이다. 중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태풍과 지진 등 천재지변으로 일본의 공급 채널도 위태롭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의 현재 모습은 해외지향적인 경제 구조를 아닌 우리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 그런데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 문제의 근원을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단기전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단순한 무역전쟁을 벗어나 일종의 헤게모니 전쟁으로 성격이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불리한 쪽은 중국이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큰 우리에게 단기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중국에 경사되어 있는 나라가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도 우리와 유사하다. 하지만 그들은 이 틈바구니에서 반사이익을 찾아 나선다.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진 틈새를 교묘히 파고들면서 중국에서의 실지(失地) 회복에 나서고 있다. 7년 만에 양국 정상회담을 만들어내면서 아베 총리는 자국의 500개 기업을 끌고 중국을 방문했다. 귀국하자마자 인도 총리를 일본에 초청하여 경제 재건을 위한 화살 시위를 계속 당긴다.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일본도 피해 나갈 수 없을 예상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순항을 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아베노믹스라는 리더십이 만들어내고 있는 산출물이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전문가들은 한국이 그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한국이 갖고 있는 제조업 강점과 한국인의 DNA가 이와 잘 맞을 수 있다는 평가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정확하게 빗나갔다. 콘텐츠 개발이나 속도 면에서 경쟁국에 크게 뒤지고 있는 양상이다. 심지어 이를 부추길 규제 철폐, 생태계 조성 등 인프라 정비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상태 그대로다. 설상가상으로 전통 주력 제조업에까지 적신호가 켜지면서 총체적인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차이나 스피드라는 무서운 속도로 미국에 필적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일본은 경제를 압박하던 정치가 환골탈퇴를 하고, 모두가 죽는 길이 아닌 사는 길을 택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분위기다. 더 이상 과거의 잣대로만 일본을 가늠하는 것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처절한 위기를 경험하면서 바뀐 그들의 생존방식이다.

문제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존재, 분위기 반전을 통한 본색(本色) 회복이 급선무

동남아와 인도는 20여년 만에 다시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려 한다. 중국에만 치우쳐 있던 우리 경제에 이들의 용트림이 호재임에 틀림이 없다. 실제로 이들이 꽉 막힌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숨통을 터주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일부 국가에 지나치게 치우쳐 전반적인 흐름을 잘 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베트남에만 집착하면서 다른 동남아 국가들을 균형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고, 인도 시장은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국가와 기업이 혼연일체가 되어 이 시장을 자기네 안방으로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국내 제조업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공장들이 이 지역으로 발버둥을 치지만 목적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없이 나가면 또 다시 실패할 확률이 높다. 국내와 해외를 지혜롭게 연결하는 공급 사슬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국내 제조업은 공동화되고, 해외에 나간 공장도 얼마 지나지 않아 고아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렇듯 따지고 보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위기는 우리가 자초하고 있는 측면이 매우 강하다. 위기의 진원지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고 안에 있다. 이를 통감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출발점이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시한폭탄이자 뇌관이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모두가 다 위기라고 인식하지만 그 이면에 기회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면 속수무책으로 망가진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우리의 본색(本色)을 빠르게 되찾아야 한다. 스피드는 우리 한국인 갖고 있는 가장 우수한 DNA다. 장기를 살릴 수 있는 텃밭이 만들어져야 한다. 기업이 야성(野性, Animal Spirit)이 살아나도록 하기 위한 분위기 반전이 시급하다. 정치는 시대정신을 읽어야 하고, 정부는 어떤 정부가 현명한지를 곰곰이 씹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같은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 프로젝트가 실현될 수 있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 경제에 닥치고 있는 3중고 혹은‘퍼펙트 스톰’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우리 내부를 싹 뜯어고쳐야 한다. 그렇지만 과연 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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