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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카슈끄지, 싸우다 숨져"…'시신 없는 사망' 의혹 증폭

김신회 기자입력 : 2018-10-21 16:33수정 : 2018-10-21 16:48
사우디, 카슈끄지 사망 인정했지만 시신 행방 등 의혹 더 키워…트럼프도 "시신 어딨냐?"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카슈끄지는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갔다가 실종됐다. 살해 의혹을 받고 있는 사우디 정부는 지난 20일 카슈끄지가 총영사관 내에서 주먹다짐을 벌이다 숨졌다고 발표했다.[사진=AP·연합뉴스]


"자말 카슈끄지(59)가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우발적인 주먹다짐 끝에 숨졌다."

사우디 정부가 20일(현지시간) 카슈끄지의 사망 사실을 인정했다. 카슈끄지가 멀쩡하게 총영사관을 떠났다며 살해설을 부인해온 사우디의 '우발적 사망' 주장은 석연치않은 구석이 많다. 무엇보다 카슈끄지의 시신이 온데간데없는 상태다.

◆"카슈끄지, 2년 전부터 떨고 있었다"

블룸버그는 이날 카슈끄지가 2년 전부터 자신이 사우디 정부의 표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불안해했다며, 2016년 11월 사우디 제다에서 한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카슈끄지와는 마지막이 된 이 인터뷰는 비도보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당시는 카슈끄지 살해 배후 의혹을 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MbS) 사우디 왕세자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때다. 2016년 4월 발표한 '비전2030'이 주효했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탈석유 경제개혁'이 비전2030의 핵심이다. 부왕세자 신분이던 MbS는 이듬해 6월 왕위계승 서열 1위인 왕세자가 되면서 실권을 장악했다.

블룸버그는 전 세계가 MbS의 개혁성향에 열광할 때 그 이면을 꼬집은 게 바로 카슈끄지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 한 사람의 지배를 받고, 그가 누구와도 협의하지 않고 한밤에 내린 결정을 수용한다"며 "사우디에서 전에는 없던 일이다. 사람들이 어둠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평소 명랑하던 카슈끄지가 인터뷰 때 겁을 먹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는 '현명하고 신중하게, 조용히 있으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카슈끄지가 당시 비전2030에 대한 사우디 관리들의 반발에 대해 보도를 전제로 발언한 뒤 몇 시간 만에 자신의 모든 언급을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얼마 뒤 그는 영국 런던에서 발행하는 사우디 매체인 알하야트에 내던 주간 칼럼을 쓸 수 없게 됐다. 이듬해 6월에는 사우디를 떠나 같은 해 9월부터 미국에서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써왔다.

블룸버그는 카슈끄지가 결국 자신을 따라잡을 운명에서 탈출하려는 사람 같았다며, 목숨마저 잃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결국 소름끼치는 방식으로 그렇게 됐다고 지적했다. 터키 정부는 카슈끄지가 사우디 영사관 내에서 정부요원들로부터 잔혹한 고문 끝에 참수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도 "시신 어딨나?"…꼬리를 무는 의문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일자 최신호에서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의 사망을 인정한 성명에서 답하지 않은 가장 결정적이고, 소름끼치는 의문은 시신의 행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그의 시신이 훼손됐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로이터는 지난 19일 사우디 소식통을 인용해 카슈끄지의 시신이 현지 협력자에게 넘겨진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무기 구매 계약을 의식해 사우디 정부를 두둔하는 듯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공식 사망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처음엔 "좋은 첫걸음"이라며 "매우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나중에 카슈끄지 시신의 행방을 문제삼았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사우디의 외교관계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 사망과 관련해 1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용의자들이 카슈끄지의 자발적 귀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터키로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슈끄지의 주변인들은 어림없는 소리라며, 그가 사우디 당국의 귀국 공작을 불신해왔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총영사관 앞에서 카슈끄지가 나오길 기다렸던 약혼자 하티제 젱기즈는 총영사관 방문이 결혼 서류를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60세 생일을 10여일 앞둔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서 10여명과 싸움을 벌였다는 것도 의문투성이다. 앞서 터키 정부는 카슈끄지가 2일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 실종되기 직전 총영사관에 진입한 사우디 국적자 15명의 신원을 공개했다. 사우디 정보요원, 보안군 관계자, 내무부 소속 법의학자 등이다. 이들이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전용기는 같은 날 새벽 이스탄불에 도착해 저녁에 떠났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브루스 리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범죄 증거를 감추려는 게 아니면 법의학 전문가가 왜 필요하겠느냐"고 말했다.

MbS가 이번 일을 알고 있었는지, 혹은 지시했는지 여부도 의문이다. 사우디 정부의 발표만으로는 이를 알기 어렵다. MbS는 지난 5일 블룸버그와 한 회견에서 "나는 그(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 들어와 몇 분 또는 한 시간 만에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MbS의 허락 없인 이런 일이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MbS는 언론의 자유를 통제하는 데 공을 들였고, 카슈끄지는 이에 정면으로 맞서온 눈엣가시다.

사우디 정부가 이번 사태를 이유로 해임한 5명의 고위 관리 중에는 MbS의 언론 보좌관 사우드 알 카타니도 포함됐다. 카슈끄지 같은 반체제 인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공격하는 트위터 부대를 이끈 인물로 알려졌다.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의 사망 사실을 발표한 뒤 카타니가 지난해 트위터에 올린 글이 소셜미디어에서 회자됐다. 카타니는 "내가 명령이나 지시 없이 스스로 행동할 수 있겠느냐. 나는 왕과 왕세자의 고용인이자, 신뢰할 수 있는 명령 집행자"라고 썼다.

사우디 정부의 해명에 의혹이 잇따르자 국제사회에서는 유엔 등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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