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암살 의혹 두고 터키-사우디 대치..트럼프 입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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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8-10-1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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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사우디와 거리 멀어지는 것 원치 않아"

  • WP "트럼프, 독자정권에 살인면허 주는 것" 비난

17일(현지시간) 터키 수사당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실종에 대한 수사를 하기 위해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저로 진입하는 모습. [사진=AP/연합]


사우디 반정부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의혹을 둘러싸고 터키와 사우디가 대치하는 가운데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와의 사업 및 안보 관계를 부각시키면서 사우디에 무게를 실어주려는 신호를 보내고 있으나 이는 사우디에 살인면허를 주는 것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 실종 문제로 사우디와 터키를 잇따라 방문하고 귀국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이에 앞서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가 살해됐음을 증명할 기록이 있다면 이를 미국에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우디를 감싸는 것은 아니라면서 “진상 규명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테러 등 이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대항하기 위해 사우디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만약 사우디와의 관계가 멀어질 수 있냐는 질문에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미국은 카슈끄지 실종 사건의 중요한 중재자로 떠올랐다. 미국은 미국 영주권자 출신 저명 언론인의 암살은 민감한 인권 문제지만 사우디와의 경제 안보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고심하는 모습이다.

사우디의 주요 대외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외교적으로 껄끄러운 관계였던 터키의 공세도 거세다. 터키 정부는 카슈끄지가 사우디 왕실의 지시로 암살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처음 제기한 뒤 관련 정보를 언론에 흘리면서 사우디를 궁지로 밀어넣고 있다. 터키는 사건 수사를 위해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수색한 데 이어 17일에는 영사관저도 수색에 나섰다. 카슈끄지는 지난 2일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 실종됐다.

터키는 카슈끄지 실종 이후 미국에 화해의 손짓을 내밀면서 미국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12일 미국과의 관계를 일화일로로 몰아넣던 앤드류 브런슨 목사를 2년만에 석방한 데 이어 13일에는 오는 2020년 터키 주재 미국 대사관이 들어설 거리의 이름을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이름인 맬컴X로 정했다. 

사우디는 처음엔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을 안전하게 떠났다며 암살설을 극구 부인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외신들은 사우디가 카슈끄지가 살해됐다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책임을 지기보다는 심문 중 사고사한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폼페이오 장관을 만난 사우디 왕실 인사들은 카슈끄지 실종에 개입됐다는 주장을 거듭 부인했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의 입장을 수용할 가능성을 띄우고 있다. 이란을 적대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대이란 경제제재의 완전 복원을 앞두고 사우디의 지원이 절실한 데다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 등 점점 확대되는 경제 관계를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른바 세계의 보안관으로 통하는 미국이 사우디 왕실의 암살 배후설을 모른 척 덮어두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 오피니언을 통해 지금까지 세계의 독재자들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서 벌어진 카슈끄지의 살해 사건에서도 사우디 왕실을 보호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독재자들은 미국의 반응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반대 세력을 제거해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며, 결국 모든 독재정권의 반정부 인사들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와 관련 국제앰네스티, 휴먼라이츠워치, 언론인보호위원회 등 세계 인권단체들은 18일 유엔에서 카슈끄지 실종에 대한 독립적 수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라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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