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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어르신과 교통약자, 지하철서 모두 행복해지려면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입력 : 2018-11-08 12:31수정 : 2018-11-08 12:31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사진=아주경제 DB]

뉴스 사회면에는 지하철 내 실랑이가 종종 보도된다. 특히 어르신과 임신부, 유모차 사용자 등 교통약자 간 언쟁이나 분쟁은 심심찮게 ‘댓글 많은 뉴스’가 되곤 한다.

“요즘은 장애인이 대통령보다 더 대접받아!” 2017년 노원역에서 우리 조합이 만들고 있는 교통약자 지하철 환승지도 리서치에 지원한 휠체어 이용자에게 한 어르신이 대뜸 던진 말이다. 백화점 장애인 주차구역에 자신의 차를 주차하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휠체어를 탄 딸과 저상버스를 탔다가 황당한 경험을 한 적도 있다. 교통약자석을 접어서 휠체어를 고정해 놨는데 한 어르신이 휠체어에 탄 딸에게 비키라면서, 그 자리를 펴서 본인이 앉아야겠다는 주장이었다.

노원역 어르신께는 항의를 하다가 험한 욕을 들었다. 저상버스 어르신께도 비킬 수 없다고 말하며 겨우 버텼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장애인인 나야 한번 싸우고 말면 그만이지만, 휠체어 탄 내 딸은 앞으로도 그런 어르신들과 계속 같은 일로 부딪혀야 할 텐데 그저 싸우는 것만 가르치면 되는 걸까.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장애인들이 최루탄을 맞아가며, 바닥을 기어가며 시위한 끝에 얻어낸 것이다. 다 큰 어르신의 생각은 바꿀 수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있지 않을까 고민이 들었다.

그러다 현재 운영 중인 SNS채널 ‘무의’ 사용자들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놨다. “어르신들이 직접 휠체어에 타고 무의가 만들고 있는 교통약자 환승지도 리서치를 해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2016년부터 제작 중인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는 비장애인, 장애인이 함께 지도 정보를 모으고 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불편한 점을 지하철 사업자에게 알리고 안내판을 수정하도록 유도한다. 결국 ‘지도 자체가 필요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다. 유모차를 갖고 타는 사람이나 스마트폰이나 PC로는 지도를 못 보는 어르신 등 모든 교통약자들을 위한 것이다.

2017년 말 우연히 도심권50플러스센터와 인연이 닿았다. 올해 이곳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공직이나 기업에서 은퇴한 분들이 많다. 아이가 아프거나 본인이 아파 보니, 무의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리서치에 참여한 뒤 그들의 반응은 이랬다. “서울역 휠체어 환승을 해보니, 이렇게 환승이 힘들면 난 외출하고 싶지도 않을 것 같아요. 용기 내서 외출하는 장애인분들께 응원을 보내요.” “휠체어를 타 보니 이게 머지않은 미래에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느꼈어요. 지하철 역무원들도 휠체어 타고 다니는 게 얼마나 불편한지 모두 한번 경험해 봐야 해요.” 

경험만큼 좋은 공부도 없다고 한다. 사실 휠체어를 타 보면 비장애인들은 얼마나 세상이 장애물투성이인지, 자연스럽게 ‘휠체어 탄 이들에게 편하면, 모두에게 편하다’는 명제를 알게 된다. 이번에 5개월간 휠체어 환승지도 리서치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모두가 편한 디자인’인 유니버설 디자인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고, 그 배움을 보람 있어 하신다.

몇 달 전 박원순 시장이 휠체어를 타고 하루 동안 서울시를 돌아보겠다고 해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전시행정이면 어떠랴. 체험을 통해 ‘휠체어 눈높이의 눈 2개’를 서울시장이 얻어가고 실제로 뭐라도 바뀐다면 그 이상 좋은 행정은 없다. 꼭 휠체어 경험이 아니라도 나와 다른 처지에서 불편을 겪는 사람 눈높이로 볼 수 있는 ‘공감능력’은 꼭 필요한 능력이다.

우리 딸이 더 자라서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혼자 탈 때가 되면, 더 많은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공감을 키워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비장애인과 함께 만드는 우리 조합의 지하철 환승지도 활동이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작은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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