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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칼럼] 국감다운 국감을 위하여

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전 국회 부대변인)입력 : 2018-10-11 08:00수정 : 2018-10-17 17:48

[사진=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오늘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회 14개 상임위원회는 29일까지 734개 피감기관을 상대로 감사를 펼친다. 이번 국감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사실상 첫 국감이다. 출범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 지난해 국감은 최순실 국정농단 후유증을 점검하는 성격이 강했다. 여야는 20일 동안 곳곳에서 격하게 맞붙을 태세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한 놈만 골라서 집중적으로 패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감이 힘자랑하는 곳이 아닌 다음에야 가볍다. 이번 국감에서 주된 이슈는 남북문제와 경제경책으로 모아진다. 청와대와 여당은 방패를, 야당은 창을 들었다. 날카롭게 벼린 창끝이 제대로 조준할지, 아니면 엄포에 그칠지 지켜볼 일이다.

국회의장실에 근무하면서 두 차례 국감을 경험했다. 의장실 소속이라서 업무 부담 없이 관전했다. 그 결과 국감이 갖는 상징성 못지않은 문제점을 확인했다. 국감 시즌이 되면 여의도 일대는 5일장을 방불케 한다.들뜬 분위기가 국회 안팎에 흐른다. 빨랫줄 같은 팽팽한 긴장감도 더해진다. 국감장은 물론이고 기자회견장, 국회의원 회관, 주변 음식점까지 온통 그렇다. 국회 주변은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넘쳐난다. 대부분 피감기관 공무원이거나 국회의원 보좌관이다. 옷차림만 보면 대략 가늠된다. 짙은 정장에 단정한 머리, 백팩까지 공식적인 드레스코드다. 간혹 논두렁 스타일도 양념처럼 보이지만 여의도 유니폼이 대세다.

또 다른 진풍경은 회의장 주변이다. 피감기관 직원들이 상임위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는 광경이다. 준비해온 자료를 점검하고, 추가 답변 자료를 준비하느라 소란스럽다. 국감장 안에선 야당 의원들이 피감기관 수장을 상대로 창을 겨눈다면, 국감장 복도에선 보좌진들이 방패를 준비하느라 격전을 치른다. 피감기관이 734개이니 10명씩만 잡아도 7,400여명이 특정한 기간에 국회를 찾는다. 정부 부처가 국회로 옮겨온 셈이다. 그 많은 인력이 짧은 국감 쇼에 동원된 것은 아닌가하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언론도 이런 문제를 부각한다. 국회 세종시 분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가 옮겨가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 18개 중 11개가 세종시로 이전했다. 내년에는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옮긴다. 그러면 서울에는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만 남는다. 세종시에 근무하는 중앙 행정부처 공무원들은 불만이 많다.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비용 낭비와 업무 비효율이 심각하다고 한다. 출장비만 연간 35~67억 원에 달한다는 용역보고서도 있다. 그 때마다 국회 분원 설치 여론은 힘을 얻는다. 그러나 속도는 지지부진하고 국회도 시큰둥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보좌할 당시 이춘희 시장으로부터 이전 예정 부지를 안내 받았다. 이 시장은 “국회가 옮겨올 터는 마련됐다”며 관심을 촉구했던 기억이 있다.

국회 분원 설치와 관련 국회는 이중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겉으로는 공감하지만 속내는 마뜩치 않다. 속도는 더디고 의지도 박약하다. 국회법 개정에 미온적이며 확보된 예산조차 집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회 분원 설치는 두 차례 시도됐다. 박수현 전 의원(2012년)과 이해찬 대표(2016년)가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폐기됐거나 심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피감기관 공무원들을 부르는 것은 편하지만 우리가 움직이는 것은 싫다는 의도다. 개정안을 발의한 두 사람은 지역구가 세종시와 대전이다. 자칫 지역구 이기주의로 왜곡될 여지가 있어 조심스럽다.

그러면 국회 분원만 설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올시다. 합리적인 대안은 분원 설치와 함께 국정 감사에 있다. 지금처럼 특정 기간(매년 연말 20일)에만 펼치는 국감은 한계가 있다. 방대한 국정을 20일 만에 해치운다는 발상부터 무리다. 피감기관별로 짧게는 1~2시간 동안 진행되는 국감은 수박 겉핥기다. 수박은 쪼개고 씨를 발라낸 뒤 먹어야 제 맛이다. 734개나 되는 기관을 20일 만에 뚝딱해치우는 현행 국감은 문제가 있다. 미국은 연중 상설 국감을 한다. 그래서 깊이 있고 본질을 파고든다. 그러려면 우리 국회의원들도 국회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공부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역구 찾아다니며 다음 선거 준비하는 상황에서는 요원한 일이다.

2019년 12월 완공 예정인 국회 스마트워크센터 또한 국회 분원 설치 의지를 의심케 한다. 이 사업에는 땅값 빼고 총 510억 원이 투입됐다. 국회가 옮겨갈 생각이 있다면 굳이 큰돈을 들일 이유가 없다. 용도는 세종시 이전에 따라 국회 내 정부부처 공무원의 업무 공간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어차피 짓는 것이라면 국회 분원과 연관 지어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결국 깊이 있고 실질적인 국감은 제도 개선과 의지에 달려 있다. 분원 설치를 실행에 옮기고 상시 국감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일하는 국회 출발점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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