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기술원리 알면 무엇이든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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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8-09-3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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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삼 엠이티 대표, 세계7000여개 업체 MRO 파트너로 우뚝

  • 지난 4월 고용부 주관 ‘이달의 기능한국인상’ 수상 기염

김영삼 엠이티 대표는 최근 기술 가치를 낮게 보는 사회 풍토가 아쉽다고 얘기한다. 한국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직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사진=엠이티 제공]


“기술인의 길을 걸으며 앞만 보고 달리느라 지금껏 3일 이상 쉬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사람 살리는 의사처럼 기술 원리를 알면 무엇이든 고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전기전자 분야 34년 경력의 엔지니어 김영삼 ㈜엠이티 대표는 타고난 재주꾼이다. 자수성가(自手成家)는 김 대표를 두고 하는 얘기 같다. 그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결과물을 얻어내는 ‘노력형 천재’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인물이다.

김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다.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지금의 회사를 설립하는 데 결정적 터닝포인트가 됐던 곳은 군 시절이었다. 1인 회사로 시작한 단칸방에서 지금의 엠이티까지 숨쉴 틈 없이 달려왔다.

◆부사관 시절 ‘레이더 수리’ 하나로 뒤바뀐 운명

김 대표의 첫 사회생활은 순탄했다. 군대 제대 후 ㈜대경디지텍에 입사하며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이후 효동전자 주임, 효광물산 과장 등 승진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갔다. 그러나 틀에 박힌 직장생활은 그의 엔지니어 본능을 채우기에 부족했다.

그렇게 20년간 이어온 직장생활을 과감히 그만두고 설립한 회사가 바로 메트(M.E.T)였다. 엠이티의 전신인 셈이다. 자신의 연고지도 아닌 대전 대화동 공구상가 7평에서 시작한 그는 척박한 기업환경에 수십번 위기가 찾아왔다.

그가 본격적인 엔지니어 길을 걷게 된 것은 군 부사관 시절이다. 지금의 엠이티로 성장했던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사건이 부사관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방공 레이더를 비롯해 각종 군장비 유지보수를 책임지는 하사관으로 근무했다.

“하사 때 인천 부평 3군 지사 정비팀에서 중사와 준위가 레이더 고치러 왔는데, 이틀 동안 못 고쳤다. 왜 못 고치는지 궁금해서 새벽에 혼자 기계를 뜯어보고 바로 고쳤다. 그때 군에서 능력을 알아보고 정비선임하사로 뽑아갔다. 재대를 시켜주지 않으려고 했었는데(웃음) 난 전투화 신는 것이 정말 싫었다.”

그렇게 정비선임하사로 5년간 복무한 그는 제대 후 바로 관련 업종에 취직했다. 취직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취직한 회사에서 자신이 가진 실력의 절반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회의감이 밀려올 정도였다.

결국 10년의 직장생활을 과감히 접고, 35세가 되던 2002년 9월 대전 산업용재유통단지에서 엠이티의 모태가 된 메트(M.E.T)를 설립했다. 7평 남짓한 사무실에 직원은 김 대표 혼자였다. 메트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전 방향을 제시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관행적으로 적당히 매겨지던 수리 단가를 △엔지니어 숙련도 △작업시간 등 체계적인 근거에 따라 제시했고, 기존 산업용 자동화장비 수리뿐 아니라 △기술 지원 △엔지니어링 교육 △스페어 장비 납품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직원 56명에 건물부지만 800여평에 이르는 건실한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수리업계 최초로 전국 공중파 TV CF를 송출하기도 했다.

◆새로운 신화에 도전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 엠이티

엠이티는 산업용 자동화장비 수리 및 판매 전문기업이다. 높은 기술력과 서비스 품질을 인정받아 삼성전자, 한국타이어 등 내로라하는 제조사를 고객으로 유치하며 지난 15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20% 넘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미국·유럽·중국 등 해외업체와의 파트너십도 활발해 지난 1월에는 미국 ROBOTEQ 국내 총판 계약을, 3월에는 일본 파나소닉 한국 공식 서비스센터 계약을 이끌어냈다.

영세한 업체가 많은 국내 수리업계에서 최초로 서비스품질우수기업(SQ) 인증을 획득하는 등 차별화된 고객서비스를 앞세워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전문수리 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김 대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7000여개 업체와 기술거래를 하고 있다”며 “자동화장비 수리 사업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의 국내 서비스센터 운영, 자동화장비 제조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춰 제품에 관해 고객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지원하는 MRO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용부 ‘기능한국인’ 수상으로 신뢰도 쑥쑥

고용노동부에서 매달 선정하는 ‘기능한국인’은 우리나라 기업인의 상징적 존재다. 기술인들 사이에서 기능한국인에 선정되는 것은 자신의 실력이 검증된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기능한국인에 선정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기능한국인은 선정과정이 어려운 만큼, 한번 수상하면 업계 신뢰도가 수직상승한다. 믿고 맡길 수 있는 기업이라는 ‘보증수표’인 셈이다.

올해 4월 134호에 선정된 김 대표는 ‘서보드라이버 검사 장치(공동)’ 특허와 ISO9001 획득으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이제는 회사보다 더 중요한 일이 생겼다. 바로 차세대 엔지니어 양성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야말로 4차 산업혁명을 넘어 다음 세대가 영위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법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모교인 금오공고를 비롯해 충남기공, 대전전자디자인고, 동아마이스터고, 대전대 등 다수의 학교와 협력관계를 맺고 기술교육 및 직접 채용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스스로의 삶을 ‘운칠기삼(運七技三)’으로 표현한 김 대표는 유능한 직원을 만난 덕에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인재육성에 소홀하지 않는 이유다. 궁극적으로는 후배 양성을 위해 사회환원까지 갈 수 있는 것이 목표다.

그는 “후배 숙련기술인들이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다른 걱정 없이 꿈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며 “똑똑하고 다재다능한 친구들이 착실히 자기 미래를 그려나가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돕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술 가치를 낮게 보는 사회 풍토 아쉬워”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렸던 김 대표에게도 점점 기술 가치를 낮게 보는 사회 풍토가 아쉽기만 하다. 최근 청년실업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기술직은 오히려 인력난에 시달리는 현상에 착찹한 마음이 앞선다.

김 대표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어려운 일에 도전해야 한다. 유망직업, 사라질 직업 전망만 봐도 답이 나온다. 기술은 ‘단순한 일’이라는 낡은 편견을 버려야 한다”며 “특히 로봇과 인공지능이 점차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가운데 기술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인간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사무직과 생산직의 경계가 무너져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점에서 과거의 가치관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월 발간한 ‘4차 산업혁명 미래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엠이티 주요 사업인 ‘설비 유지‧보수’는 판사, 검사 등과 함께 고숙련 직종으로 분류됐다.

인공지능 등의 기술 대체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유지보수는 불규칙적인 사건‧사고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과 호기심 등 고도의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끝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앞으로 5차, 6차 산업혁명을 새로 겪으며 또다시 커다란 변화를 마주할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올지는 나보다 더 젊은 세대에게 달렸겠지만 그 중심에 ‘기술’이 있으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이 스스로 관심사와 적성을 늘 고민하며 관련 전문기술과 원리를 익혀 자유롭게 사회에 응용하며 새 미래를 이끌어가기를 바란다”며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청소년들이 기술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삼 엠이티 대표는
▲1968년 광주광역시 출생 ▲금오공고 ▲한국폴리텍Ⅰ대학 산업학사 ▲대경디지텍 ▲효동전자 ▲효동물산 ▲비엔텍 ▲메트 대표 ▲서보 드라이버 검사장치(공동) 특허 ▲산업용 전자장비 및 자동화 설비의 설계, 개발, 제조, 수리, 판매, 설치, 유지보수 및 엔지니어링 서비스 ISO 획득 ▲2018년 4월 고용부 기능한국인상 수상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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