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집값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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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사장
입력 2018-10-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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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값 잡을수 있다

 

 

[김광현 아주뉴스코퍼레이션 사장]


요즘 벌어지는 서울 등 일부지역 집값 광풍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자동네들만 오르는 게 아니라 서민·중산층 지역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오른다는 점이다.  강남아파트는 이미 보통 15억, 20억원이다. 그동안 별로 오르지 않았던 비강남지역에서도 이젠 10억 넘는 아파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빈부격차와 사회양극화 확대, 지방의 황폐화, 더 심해지는 수도권 집중 등등··· 전·월세 세입자들은 집주인이 전·월세를 더 올릴까봐 좌불안석이다. 또 모두들 집 때문에 무리하다 보면 소비 여력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장기침체인 내수경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물려받은 재산이 별로 없는 평범한 젊은 사람들은 서울 집을 아예 포기하며 절규하는 분위기다. 결혼과 출산 포기 풍조도 더욱 확산되고 있다.  서울 집값 광풍이 흔들거리는 우리 경제와 사회의 앞날을 더욱 암울하게 만드는 주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태의 주범은 단연 전국의 돈 많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똘똘한 한채'니 뭐니 하며 강남지역 매물은 값도 묻지 않고 나오는 대로 마구 사들인다고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언젠가부터는 비강남지역 새 아파트들도  값을 마구 올려가며 사들이고 있다. 이들이 무차별적으로 값을 올려놓으면 무주택자나 젊은 층, 집을 더 좋은 곳으로 옮겨가려던 사람들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온갖 무리를 감수하며 이들도 달려든다. 이른바 '추격매수'다. 
불로소득만을 노리는 '묻지마 투자'를 정상적 투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런 게 투기가 아니면 무엇이 투기인가. 부자 자기들끼리야 투기를 하건, 돈 놓고 돈 먹기를 하건 상관없지만 이들의 탐욕으로 전체 아파트값이 너무 오르면서 서민·중산층들, 나아가 나라 전체까지 심각한 피해를 입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이들 투기꾼에 대해서는 세무당국의 자금출처 조사만 제대로 이루어져도 광풍을 한꺼번에 잠재울 수 있다. 지금도 정부는 자금출처 조사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런 식으론 안 된다. 조사인력이 달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보건대 제대로 건드리지도 않는 것 같다. 정상적인 봉급쟁이나 중산·서민층은 평생 모아도 10억원 만들기 어렵다. 이런 점을 감안해 예를 들어 적어도 10억 이상 가는 아파트를 산 사람들만이라도 지금부터 전면적인 정밀 자금출처 조사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또 이들이 즐겨 쓰는 반발 논리 중 하나는 이른바 '세금폭탄'이다. 정말 세금폭탄일까? 아닌 것 같다. 지금 정부가 많이 올린다는 재산세·종부세가 연간 수백만원, 수천만원 정도다. 이들에겐 '껌값' 수준이다. 보유세는 이들이 정말 겁을 낼 정도로 더 과감하게 올려도 된다. 10억 넘는 아파트들의 보유세만 더 과감히 올리는 족집게 타격방안은 궁리하면 얼마든지 있다. 
팔고 싶어도 양도세 등 거래세가 무서워 못 판다는 이들의 항변에도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집이 여러 채 있는 사람이 가령 3억원에 산집을 15억원에 팔면 양도차익의 62%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반면 38%, 즉 4억5000만원 정도는 남는다. 결국 12억원 벌 걸 4억5000만원밖에 못번다고 온갖 난리인 것이다. 4억5000만원이 적은 돈인가. 재산이 4억5000만원도 안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탐욕은 과하다 아니할 수 없다.  
1가구 1주택자라면 현재 9억 이하 집을 팔 경우 양도세를 한푼도 안 낸다. 9억 이상일 경우 양도세를 내야 하는데, 공시지가가 워낙 낮고 여기에다 오래 보유·거주했다면 각종 공제가 많아 양도세가 미미하다고 한다. 1가구 1주택이든 2주택이든 10억 이상 고가아파트라면 무조건 양도세를 지금 수준으로 때리면서 보유세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올리면 매물이 안 나올 수 없다. 호가 하락도 유도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너무 낮은 보유세 때문에 양도세로 떼이느니 더 견뎌보자는 심리가 대다수였다고 한다. 
집 한채 갖고 퇴직한 사람이 그 동네에 더 살고 싶은데 보유세가 너무 올라 힘들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15억, 20억 하는 고가주택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정기소득이 없어 보유세 내기 어렵다면 집 팔고 생긴 수십억원으로 다른 싼 곳으로 이사하고 남은 돈은 노후자금 등으로 떵떵거리며 살 수 있지 않은가.  
종부세 세율 인상은 야당의 반대로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재산세 과표인 공시지가나 종부세 적용기준인 공정시장가액비율부터  대폭 현실화해야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실거래가 15억원을 넘는 단독·다가구주택의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평균 35%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오랫동안 방치해온 것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의 직무유기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또 정부가 세금폭탄 등 수요억제만 하고 공급을 안 늘려 집값이 계속 뛰고 있다고 앵무새처럼 떠든다. 하지만 이 논리도 역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신도시 추가개발 등은 괜찮은 아이디어지만 이들의 관심은 서울 요지의 새 아파트 공급이다. 그러나 한정된 서울땅에 공급을 늘려봐야 도대체 얼마나 늘릴 수 있겠는가. 늘려도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공급을 또 계속 늘려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가. 이들의 속셈은 그린벨트를 풀어주든가, 낡은 주택들이 많은 도심지역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해 달라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 요구대로 해주면 낡은 집에 살던 서민이나 세입자는 대부분 쫓겨나고 재건축·재개발 대상지역 주변은 또 한 차례 단기 투기광풍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부작용을 막고 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재개발로 생긴 이익의 환수장치를 지금보다 더 강화하면 된다. 아니면 재건축·재개발지역에 임대주택 등 공공주택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짓도록 강제하면 어떨까? 일본처럼 도심수직개발 같은 걸 장려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과다한 개발이익은 합리적으로 환수한다는 조건 하에서. 
서울에 몰려 있는 관공서, 대기업 본사, 학교, 문화시설, 병원 등은 지방으로 더 분산시켜야 한다고 본다. 임대주택이나 각종 기피시설은 서울 강남 등 고가아파트가 밀집한 곳부터 더 짓도록 하는 방안은 또 어떨까?  
이런 정책들을 그동안 제대로만 했다면 서울 집값 광풍 같은 현상은 지금보다 훨씬 덜했을 것이다. 9월에 발표된 2개의 대책들도 필자가 보기엔 여전히 촘촘하지 못하고 허술한 구멍투성이다. 서민 편의라는 문재인 정부가 이것 하나 제대로 못한다면 말이 되는가.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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