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위기의 알뜰폰, '유통'에서 해법 찾는다"...최순종 LG유플러스 신채널영업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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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18-09-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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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정부 통신비 인하 정책 영향으로 이통 3사 저가요금제 개편...알뜰폰 위기 직면

  • LGU+, GS편의점과 제휴...알뜰폰 사업자 판로 확대

  • 아낀 유통비 알뜰폰 요금제 혜택으로 돌리는 ‘선순환’ 구축

  • 이통 3사 최초로 알뜰폰 전용 멤버십 서비스 출시...CS업무 대리도

최순종 LG유플러스 PS부문 신채널영업그룹장 [사진=LG유플러스]

지난해 5월 조기 대선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동통신시장은 격변의 시간을 겪고 있다.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후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했다. 저소득층의 통신요금을 추가로 감면하고, 기초연금을 받은 고령층 고객의 통신요금도 낮추는 정책을 신설했다. 월 2만원에 데이터 1GB, 음성통화 180분을 주는 ‘보편요금제’를 도입하기 위해 국회에 법안도 제출한 상태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기조 속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LTE 최초로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월 2만원대(선택약정 적용 시)에 데이터 1GB 이상을 제공하는 저가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선제적으로 요금제 개편에 나섰다. 덕분에 소비자 혜택은 크게 늘었다. 반면 40여개에 달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은 고사 위기에 놓였다. 월 2만원 수준의 LTE 저가요금제는 알뜰폰업계의 대표적인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동통신사들이 요금제를 개편한 이후 통신 고객들은 알뜰폰을 떠나고 있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이동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넘어온(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9515명이었다. 그러나 SK텔레콤과 KT가 요금제를 전면 개편한 후인 7월에는 2만명이 빠졌다.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기 위해 정부 정책으로 태어난 알뜰폰은 지난해 가입자 700만명 돌파, 시장점유율 약 11%를 차지하면서 통신비 인하의 첨병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번 정권에선 이 같은 성장 가도가 꺾였다. 되레 통신 정책의 피해자가 된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보편요금제와 같은 저가요금제가 알뜰폰업계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알뜰폰업계는 전파사용료 면제, 도매대가 인하 등 외부적인 요인에 기댈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상황.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과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전국 1만여개 GS편의점을 ‘알뜰폰 대리점’으로 활용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사업을 이끄는 최순종 신채널영업그룹장은 ‘유통’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최 그룹장은 올해 1월 신채널영업그룹장에 부임, 타사 대비 크게 뒤진 LG유플러스 알뜰폰 부문의 ‘구원 투수’ 역할을 맡게 됐다. LG유플러스는 GS리테일과 제휴를 맺고 자사의 망을 임대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전국 1만여개에 달하는 GS편의점에서 유심(USIM·개인식별정보를 담은 IC카드)을 구매, 개통할 수 있도록 했다. 유통 채널을 LG유플러스 직영대리점에서 편의점으로 대폭 확대한 것이다. 전국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의점을 활용해 보자는 것은 최 그룹장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일반 문구점에서도 유심을 쉽게 살 수 있는 유럽의 사례에 착안했다. 국가별로 이동이 쉽고, 관광객이 많은 유럽은 어디서나 유심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그는 국내 알뜰폰 사업자들도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면 보다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최 그룹장의 이 실험은 알뜰폰업계와 편의점, 망을 빌려주는 LG유플러스 등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휴대폰 대리점‧판매점에서 알뜰폰 가입자를 모집하려면 건당 15만원가량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그러나 GS편의점에선 이 비용이 4만원가량으로 줄어든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 줄어든 유통 비용만큼 더 저렴한 요금제를 낼 수 있다. 편의점 입장에서도 판매 건당 마진 4만원은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물품 단위당 이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은 편의점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유심은 크기가 작아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고, 재고에 대한 부담도 없다. 부가 수익을 기대하기에 안성맞춤이다. LG유플러스 또한 자사의 망을 임대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가입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도매대가 매출이 늘어난다.

최 그룹장은 “일반 휴대폰 오프라인 매장은 유통 코스트(비용)가 있으나, GS편의점과 같은 판매 채널을 활용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아낀 비용을 알뜰폰 사업자에게 돌려주고 요금을 깎아주는 것이 편의점 유통 제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뜰폰업체의 고민은 높은 유통 비용과 판매 채널의 한계로 인한 비정기적인 매출 구조”라며 “판매 채널이 넓어진 만큼 고객도 일정하게 방문하니까 사업의 안정성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2월부터 시작된 LG유플러스의 이 실험은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GS편의점에서 한 달에 판매되는 알뜰폰 유심은 6000여개. LG유플러스의 직영점이 파는 알뜰폰 유심이 월 1000여개를 합하면, 대표적인 알뜰폰 유통 채널인 우체국(월 9000~1만개)에 버금가는 판매 실적이다. LG유플러스는 향후 다른 편의점으로 제휴처를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오프라인 뷰티스토어 ‘랄라블라’에도 알뜰폰 사업자들이 유심을 팔 수 있도록 제휴하고 있다.
 
◆알뜰폰용 멤버십, CS업무 대리 등 친알뜰폰 정책으로 가입자 큰 폭 증가

최 그룹장은 알뜰폰 사업자들의 판로를 열어주는 동시에 이들의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알뜰폰 고객의 불만사항 1위가 ‘고객 CS’, 가장 아쉬운 부분이 ‘멤버십 서비스의 부재’라는 점을 파악, LG유플러스가 가진 전국 400여개 직영점에서 알뜰폰의 CS 업무(명의 변경, 요금 수납, 부가서비스 가입 등)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직영점의 알뜰폰 CS 서비스 출시 후 월 평균 5000건 이상의 업무가 접수되고 있다.

또한 LG유플러스의 U+멤버십처럼 알뜰폰 사업자들이 제휴처에서 멤버십 할인을 받을 길도 열었다. LG유플러스의 망을 임차하고 있는 인스코비와 여유텔레콤, ACN코리아, 머천드 등은 △캐리비안베이 △서울랜드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 △제이드가든 등에서 LG유플러스와 같은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중 알뜰폰의 CS를 대리하고 멤버십 제휴를 제공하는 곳은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

최 그룹장은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사업이 성장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알뜰폰 사업자와 상생관계를 만들어 동반성장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이를 위해 알뜰폰 CS처리와 U+알뜰폰 전용 멤버십을 출시하게 됐다. 이는 경쟁사에서도 제공하지 않는 차별화된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의 친알뜰폰 행보는 알뜰폰 가입자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2015년 45만명에 불과하던 LG유플러스의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해 55만명, 2018년 8월 70만명을 넘어섰다. 알뜰폰 전체 가입자의 8.7% 수준이다. 지난해 월평균 순증 가입자는 9000명이었으나 2018년 현재 2만1000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총판매는 2017년 월평균 2만4000명에서 올해 4만1000명으로 1.7배 성장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연말까지 점유율 1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그룹장은 “앞으로도 알뜰폰 사업자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정산 시스템 고도화, 현장 개통 간소화 등의 인프라를 개선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LG유플러스의 알뜰폰 LTE 점유율을 30%까지 늘리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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