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쇼크 10년] '불황이 낳은 자식' 밀레니얼 세대, 경제 지형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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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8-09-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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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유보다 '경험' 우선ㆍ기술에 익숙, 새로운 서비스 성장 재촉

  • 안정 추구 성향, 결혼ㆍ출산 미루는 것은 장기 성장에 위험 요인 될 수도

2013년 5월 미국 타임지는 '자기애' 특성이 강한 밀레니얼 세대를 'Me Me Me Generation'이라고 표현했다. [사진=타임지]


최근 기업의 마케터들에게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연구는 필수다. 밀레니얼 세대가 베이비부머를 제치고 가장 큰 인구 비중을 차지하면서 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981년부터 1996년까지 출생한 인구 집단을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는 2020년부터 구매력이 가장 높은 세대가 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망했다. 세계 경제가 이들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스탠더드&푸어스의 베스 앤 보비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력은 연간 6000억 달러(약 677조원)를 넘는다고 집계한다. 특히 소비 중 상당 부분은 전통 소매나 주택 시장이 아니라 빠르게 변하고 혁신적인 서비스 산업에 할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설명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사건이 있다. 2008 글로벌 금융위기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밀레니얼 세대가 경제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와 맞물렸다. 이들에게 ‘금융위기가 낳은 자식’ ‘불황이 낳은 자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다. 

금융위기는 밀레니얼 세대에 ‘트라우마’를 남기며 경제 관념이나 소비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상시화된 위기, 실업에 대한 공포, 경제적 능력의 부족 속에서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지출을 아끼고 위험 부담을 꺼리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은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셈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소비 패턴은 미래의 성장과 번영에 기회와 도전과제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성장과정을 특징짓는 것은 자기애와 기술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의 보호 아래 역대 가장 많은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감이 넘치고 자립적인 세대로 자랐다. 또한 이들은 컴퓨터와 휴대폰, 인터넷 등 기술과 함께 성장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정보를 얻고 소통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최저가를 알아보고 즉석에서 주문하고 후기를 공유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성인이 된 밀레니얼 세대 앞에 놓인 것은 치열한 일자리 전쟁과 낮은 임금이었다. 세대가 지날수록 소득이 향상되고 경제적 능력도 강화된다는 20세기의 성장스토리도 끝이 났다. 지난해 한 연구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 8개국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직전 세대인 X세대가 같은 연령대였을 때보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소득이 4%가량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 소유율은 베이비부머 세대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학자금 대출, 치솟는 주거비는 사회에 진출해 집을 사고 가정을 꾸려야 할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결혼이나 출산은 뒤로 미루었다. 혼자 사는 삶에 익숙한 이들은 혼밥, 혼술, 혼행 등의 사회 현상을 낳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과시적 소비에서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들은 소유보다 경험을 우선시한다. 기억에 남는 순간을 포착한 셀카 한 장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을 때 명품 가방이나 시계를 샀을 때보다 더 큰 부러움을 샀다. 여행, 취미, 음식 등의 사소한 일상을 SNS를 통해 공유하는 것은 과시적 소비의 재정립 과정이라고 밀레니얼 세대라는 용어를 처음 쓴 닐 하우 인구학자는 분석했다.

이들은 큰 빚을 지고 좋은 차와 집을 사는 대신 적은 비용으로 필요할 때만 지출하기를 택했다. 이는 공유 경제의 밑거름이 되어 우버와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클라우드 서비스가 급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반면 월가 점령 시위에서 나타났듯 탐욕스러운 기득권층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이제는 월가 대신 SNS를 점령하면서 환경, 인권, 기업윤리 등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있으며 신생·독립 브랜드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세계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도 돈보다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경제학자 앨런 크루거는 “밀레니얼 세대는 일을 통해 성장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다. 동료들과 관계를 맺고 일하는 방식에 유연성을 부여하고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경험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우수한 밀레니얼 인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창업을 피하고 안정을 추구하면서 경제적 역동성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성장에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카프만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20년 전에는 미국 창업가 중 1/3이 34세 이하였지만 2016년 기준으로 이 비율은 25%까지 떨어졌다. 또한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밀레니얼은 자산 중 절반 이상을 저축성 계좌에 현금으로 묶어두고 있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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