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인물전] 이재훈, 길 위의 의사에게 혁신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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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09-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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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재훈 선교사 페이스북]


아프리카 대륙 남동부에 위치한 마다가스카르는 전체 인구의 80%가 하루 2달러로 살아가는 최빈국이다. 마다가스카르라는 이름은 대한민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낯설 법도 하지만,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성덕선이 1988년 서울올림픽 입장을 연습하는 장면에서 든 피켓에 적혀 있던 나라로 널리 알려졌다.

면적은 한국의 6배나 되지만 마땅한 의료시설 하나 없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이재훈 의료 선교사는 무려 13년 동안 봉사 활동을 펼쳤다.

이 선교사는 중학교 1학년 때 아프리카 의료 선교를 결심했다. 의대로 진학한 후 환자를 많이 돌볼 수 있는 외과를 전공과목으로 선택했다. 갑상샘, 위장, 간, 대장, 소아외과 등 다양한 분야를 배웠다. 의료 선교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마다가스카르의 의료시설은 그의 예상보다 더 빈약했다. 이 선교사는 방송에 출연해 "도시는 한국의 1970년대 초 정도 수준이다. 시골은 사람들이 아프면 의료인을 찾기보다는 95% 이상이 무당을 찾아간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마다가스카르 오지의 의료 상황은 고조선 시대라고 말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선교사는 2006년부터 매년 마을 10곳을 찾아가 최소 2000여명을 진료했다. 마땅한 수술 시설이 없어 야외에서 수술이 이뤄지는 경우도 흔하다. 오지 사람들은 의약품을 부적처럼 여기고 몸이 아픈 부위에 걸고 다니기도 할 정도로 치료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이 선교사의 진료로 건강을 되찾은 사람들은 그를 영험한 무당으로 여기기도 해 현지 무당은 그를 질투해 독살하겠다고 협박했을 정도였다.

오해와 어려움 속에서도 그가 의료진료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의사를 만나기 위해 200㎞ 거리를 걸어와야 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마다가스카르에는 의사가 필요한 마을이 2만개 정도 있다. 이 선교사 혼자 이 마을을 다 돌려면 100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그는 이동 진료 전문의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현지 의료인에게 가장 흔한 20개 질환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훈련시켜 마을로 보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이 선교사는 환자를 돌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떠났다. 제대로 된 약품을 구하기 위해 도움을 청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의 비전을 공유해 많은 의료인을 양성하며 의료 불모지 마다가스카르에서 의료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도 혁신의 공통점은 내면에서 시작된다. 자신이 먼저 바뀌는 것이 혁신의 씨앗이다. 이 선교사는 노력과 의지로 의료를 전파해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의 많은 생명을 구했다. 정부와 기업도 쉽사리 못한 일을 해낸 그의 행적에서 혁신이 엿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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