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가 비도덕적? "앞으로 낙태 수술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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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입력 2018-08-2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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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도덕적인 의사로 낙인찍는 정부 정책 수용 불가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가 28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내용을 밝혔다. [사진=황재희 기자 ]


산부인과 의사가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을 전면 거부하고 나섰다.

산부인과 의사 단체인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8일 대한의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앞으로 낙태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현행법상 낙태 수술은 금지되고 있다. 다만 모자보건법 제14조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에 따라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 등에 의한 임신의 경우에만 이를 허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표했다. 이 중 ‘형법 제270조를 위반해 낙태하게 한 경우 (의사)자격정지 1개월’이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모자보건법 제14조 외에 음성적으로 낙태 수술을 실시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적발되는 경우, 자격정지 1개월의 처벌을 내린다는 정책이다.

이에 산의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낙태 수술을 하는 의사를 비도덕적이라고 낙인찍어 처벌하고 있다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산의회는 “OECD 30개 국가 중 23개국이 ‘사회적·경제적 적응 사유’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며 “국내와 동일하게 형법상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일본조차도 모체보호법에서 '사회적·경제적 정당화 사유'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번 복지부 정책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의 근거가 되는 모자보건법 제14조 역시 1973년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 의학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법에는 유전학적 장애가 있거나 풍진처럼 임신 중기 이후에는 태아에게 별 영향을 주지 않는 전염성질환은 기형아 유발 가능성이 있는 모체 질환이라는 이유로 낙태 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반면 무뇌아 등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선천성 기형의 경우는 허용하지 않는다. 산의회는 “이는 의학적 견지에 맞지 않는 모순이며, 해당 임신부에게는 가혹한 입법미비”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낙태 수술이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하며,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과 의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낙태 수술의 음성화를 조장해 더 큰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낙태 수술에 대한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산의회는 “낙태죄 처벌에 관한 형법과 관련 모자보건법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현실과 괴리가 있다”며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낙태 위헌여부에 대한 헌법소원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정부는 당장 입법미비 해결에 노력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 “산부인과병‧의원 폐원이 개원보다 많다. 저출산의 가혹한 현실을 마다하지 않고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며 밤을 새우는 산부인과의사가 비도덕적인 의사로 지탄을 받을 이유는 없다”며 “이로 인한 모든 혼란과 책임은 복지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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