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신조어] 낭만으로 포장된 '베그패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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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연 기자
입력 2018-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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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혈기왕성했던 20대 시절 한 번쯤은 '무전여행(無錢旅行)'을 꿈꿔 왔을 것이다. 돈도 없거니와 무전여행이 갖는 특유의 낭만과 설렘이 있기 때문일 거다. 1970, 80년대 대학생들 사이에서 무전여행이 유행하며 배낭 하나만 메고 전국을 떠도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무 가정집이나 식당을 찾아가 '도와달라'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민폐라는 인식이 퍼졌고, 이들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현재는 무전여행객이 거의 없다. 하지만 최근 서양인들 사이에서 무전여행의 일종인 '베그패커'가 유행하고 있다. 

'베그패커(begpacker)'란 구걸하다는 뜻을 가진 영단어인 'beg'와 배낭여행객을 뜻하는 'backpacker'의 합성어로, 구걸하는 배낭여행객을 뜻한다. 하지만 이들이 국제적으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들은 '여행을 왔다가 돈이 떨어져 집으로 갈 수 없다', '여행을 계속하고 싶은데 자금이 없다'는 등 갖가지 이유로 길거리에 앉아 돈을 구걸한다. 어떤 이는 프리허그를, 어떤 이들은 자신이 만든 물건이나 사진을 팔고 버스킹 공연을 하며 경비를 마련한다. 이따금씩 '자신에게 장애가 있으니 도와달라'는 이들도 있다.

문제는 이들의 구걸에 거짓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몇 차례 베그패커의 행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지난해 방콕 시내에서 어린 딸을 데리고 구걸하던 서양인 여성은 "남편에게 버림받아 귀국을 하기 위해 구걸을 하고 있다"며 도움을 호소했지만, 며칠 뒤 남편으로 보이는 남성과 치앙마이 시내에서 구걸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됐었다. 또한 발리에서는 장애를 빌미로 구걸하는 독일인을 불쌍하게 여겨 160만원과 귀국 항공편이 제공됐지만, 유흥비로 탕진한 것이 드러나 강제 추방되기도 했다.

물론 이들은 자신이 소지한 물건을 팔거나 재능을 발휘하지, 강제성을 띠며 돈을 구걸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돈을 건네는 사람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행자금이 충분함에도 사치를 위해 거짓 사연으로 구걸하고, 서양인에게 유독 호의적인 동양인들의 심리를 이용한다는 것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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