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신조어]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 '어덜키즈'

전기연 기자입력 : 2019-08-29 14:18
어릴 적 화사하게 화장하고 예쁜 구두를 신은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처럼 흉내냈던 기억들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외출한 엄마 몰래 엄마 화장품으로 화장을 해보고 예쁜 엄마구두를 신으면서 거울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렇게 어른처럼 화장하고 옷을 입으며 어른 흉내를 내는 '어른 같은 아이'를 두고 어덜트(adult·어른)와 키즈(kids·아이)를 합쳐 '어덜키즈(adulkids)'라 부른다.

어덜키즈가 가장 눈에 띄게 드러나는 분야는 바로 미용이다. 지난해 녹색소비자연대 조사에서 초등학교 여학생 42.7%가 색조 화장을 한다고 답했다.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지난해 어린이용 화장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0%나 증가했으며, 연령이 더 낮은 유아용 립스틱은 전년 대비 5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몰에서 '어린이 화장품'을 검색하면 화장품 모양의 장난감뿐 아니라 실제로 어린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선팩트, 마스크 팩, 립스틱, 립글로스 등이 검색된다.

이 같은 폭발적인 반응에 시장은 어린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키즈 뷰티 살롱까지 만들었다. 이곳을 찾은 어린이들은 네일아트, 페디큐어는 물론 마스크 팩으로 피부관리, 스파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어 주말마다 어린이 손님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어덜키즈 사업의 급성장과 함께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한 아동복 사이트에서는 아동 모델에게 수영복을 입힌 채 성인이 할 법한 포즈를 취하게 하고, 과한 화장법으로 아이답지 않음을 강조해 '로리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유튜브에도 초등학생들이 화장하는 영상이 수두룩하다. 이들은 성인 못지않은 메이크업 실력과 함께 설명까지 능숙하게 해 '어린이가 맞나'라는 착각을 주기도 한다. 단시간에 가파르게 증가하는 이익만 좇다 보니 상업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는 부작용을 등한시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어쩌면 아이들이 어른 흉내를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어린 나이에 '예쁘면 다야'라는 그릇된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면, 편협한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

삶이 윤택해지고 영양 공급이 풍족해 발육이 남다른 요즘 아이들에게 '어덜키즈' 상품까지 더해져 '아이 같지 않은 아이'가 늘어나는 요즘이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이용해 상업화에만 목매는 어른들이여, '아이다운 아이'로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책임있는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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