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규 칼럼] 분단을 넘어 유라시아 대륙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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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규 동아시아센터 회장
입력 2018-08-1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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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규 동아시아센터 회장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 포르투갈의 호카 곶(Cabo da Roca)에 가면, 십자가 탑에 16세기의 대시인 카몽이스(1524-1580)의 명 서사시 '루지아다스'의 “여기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 된다”라는 구절이 새겨져 있다.

'루지아다스'는 유라시아 대륙 변방의 작은 나라에서 인도항로를 개척한 항해가 바스쿠 다 가마(1469-1524)의 원정을 부각시켜 포르투갈의 역사와 신화를 엮어 그 영웅적 위업을 높이 찬양하는 애국적인 대서사시이다.

불후의 명작 '루지아다스'는 그리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오디세이아'에 비견되는 걸작으로 4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포르투갈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서사시이다.

지구상에 다른 대륙이 존재하는 줄 몰랐던 14세기 말까지 이곳은 완전한 ‘대륙의 끝’이라 여겨졌고 지금도 여전히 ‘세상의 끝’이라 불린다.

포르투갈은 섬나라가 아니지만 부단히 바다와 싸워온 나라이다. 이슬람 세력의 팽창으로 아시아와의 육로 무역이 어렵게 된 상황을 타개하고자 바다로 나아가 인도와 중국에 닿고자 하였다.

또한 이베리아 반도에서 유일하게 맞닿아있는 거대한 스페인과 부담스러운 소모전을 벌이느니 일찌감치 바다로 눈을 돌리는 게 여러모로 더 이득이었을 것이다.

3F의 나라 포르투갈. 축구(Football)를 사랑하고, 파두(Fado·숙명)라는 노래를 사랑하고, 가톨릭 세계 3대 성지의 하나인 파티마(Fatima) 성당으로 유명한 작은 나라.

그러나 한때 브라질을 식민지로 거느리기도 하였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바다로 나아가 새로운 대륙을 발견했던 이들처럼 우리도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품을 수 있을까.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 한반도.

섬 아닌 섬에 갇히어 지냈던 70여 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우리에게는 앞의 포르투갈과는 반대로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아가는 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올해 연이어 두 번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에 새로운 기운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의 흐름은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우리는 북핵 문제 해결로 항구적인 평화 정착에 따른 평화와 협력, 공존과 공동번영이라는 목표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 시켜야 할 때이다.

70여 년에 걸친 분단과 냉전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대변혁의 길은 한반도 평화체제의 정착에 달려 있다.

북한은 과거 한국은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사자 자격이 없으며, 북한과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6·25전쟁 당시 한국은 작전 통제권을 유엔군 사령관에 위임했으며, 유엔군 사령관이 한국과 참전 16개국을 대표해 정전협정에 서명했기 때문에 한국은 당연히 당사자 자격을 지니고 있다 하겠다.

중국의 인민지원군이 6·25전쟁에 참전했으며, 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1898-1974)가 정전협정에 서명했다. 이를 근거로 중국은 당사자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1992년 새로운 국교를 수립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성공한 국가다.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이 되고, 2009년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군비확충과 한미 동맹을 통해 북한의 재남침을 억제해왔고 ‘글로벌 화력 지수(Global Firepower Index)'에 있어서 전 세계 136개 국가 중 2018년 현재, 일본보다도 한 단계 앞선 7위의 국가이다.

분단에 갇혀 있던 우리 경제의 영역을 북한으로, 또한 대륙으로 확장해 한국경제의 활로를 모색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면 동북아 평화 정착과 공동번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이 북한 지역에 진출할 경우 남북한은 8000만 인구가 활동하는 시장으로 확대된다. 이 확대된 시장은 신규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민소득의 규모를 증대 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한반도 단일 경제권에 중국의 동북 3성(요령성·길림성·흑룡강성)및 연해주 지역과 동중국해 연안 지역까지 포함시켜 하나의 거대 경제권을 형성하여야 한다. 해외 동포 800만 역시 우리의 원군이 되어 ‘범한민족 경제벨트’에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이다.

평화체제의 정착으로 남북한 간 경제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면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이 실현될 것이다. 이는 ‘사실상의 통일’에 다가가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한반도의 신경제 지도’ 구상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몽골의 ‘초원의 길 정책’ 그리고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과, 우리의 ‘환서해 물류-산업 벨트’ ‘환동해 에너지-자원 벨트 ’ DMZ의 ‘접경 지역 평화벨트’에 연결하여 소위 H형 모델을 완성하여야 한다.

과거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을 못 내리고 외세에 의해 독립과 분단의 과정을 겪어왔던 쓰라린 경험이 있는 우리는, 다시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스스로 한반도 운명의 주인이 되어 통일과 이에 따르는 동북아 공동번영의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으로서 피나는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동아시아센터 회장 윤 창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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