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크'에서 회복 중인 ZTE…1조5천억 적자 만회할 수 있을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배인선 기자
입력 2018-07-16 11:1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13일 미국 제재령 풀린 ZTE…생산판매 등 경영활동 서서히 회복중

  • 핵심인력은 그대로···주가도 상승곡선

  • 상반기 적자 최대 90억 위안…하반기도 손실 예상

ZTE 광둥성 본사 로비. '제재령이 끝났다.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라! 다시 여정에 오르자!'는 문구가 LED 전광판에 게재됐다. [사진=바이두]


"제재령이 끝났다.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라! 다시 여정에 오르자!(解禁了! 痛定思痛!再踏征程!)"

지난 14일 주말인 토요일,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 위치한 통신장비업체 ZTE(중싱·中興) 본사의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에 올라온 문구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회사 주차장에는 차량이 가득했다. 적지 않은 직원들이 그동안 밀린 업무 처리를 위해 출근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제재령이 완전히 해제되자 ‘쇼크’상태였던 ZTE가 서서히 회복세를 찾고 있다고 중국 증권시보 등 현지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쇼크에서 서서히 '회복' 

미국 상무부는 13일(현지시간)  ZTE가 합의한 14억 달러(약 1조5800억원)의 벌금을 완납해 제재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ZTE는 미국 내에서 사업을 본격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제재령 해제 발표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ZTE 홍보팀은 이날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중국 현지시간) 14일 오전 6시33분, ZTE 통신이 글로벌 사업을 전면 회복하기 시작했다"는 글을 올렸다. ZTE는 이어 15일 저녁 선전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미국 상무부의 제재령이 13일자로 완전히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제재령이 풀린 ZTE가 제일 먼저 착수한 것은 고객업체와 계약한 물량을 납품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ZTE는 15일 새벽 각 협력파트너 업체와 고객업체에 서한을 보내 제재로 미뤄졌던 생산 계획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며 전사적으로 역량을 집중해 그동안 연기됐던 계약을 이행해 뒤처진 속도를 만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제재령이 해제된 지난 14일 오전 이미 멕시코 업체에 계약한 물량을 납품했다. 미국 제재령으로 글로벌 사업이 전면 중단된 지 98일 만에 이뤄진 납품이었다. 

◆핵심인력은 그대로···주가도 서서히 상승곡선

ZTE가 제재령이 해제되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던 건 전사적 위기 속에서도 핵심 인력이 유실되지 않으면서라고 증권시보는 설명했다. 인이민 (殷一民) 전 ZTE 회장도 “제재령 이후 ZTE 직원 8만명 중 약 100명만 이직했다”며 핵심 인력은 유실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ZTE가 위기 속에서 얻은 커다란 수확도 있다. ZTE의 한 직원은 “사실 그동안 ZTE는 국유기업 성격이 강해 임원들과 직원들 사이엔 상당한 거리감이 존재했고, 기업문화도 없었다”며 “하지만 제재로 기업에 위기가 닥치자 임직원간 유대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ZTE 제재령 해제 기대감에 주식시장에서 ZTE 주가는 다시금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제재령 공식 해제를 앞둔 지난 12일 ZTE 주가는 홍콩, 선전거래소에서 각각 25%, 10% 뛰었다.

앞서 미국 제재령으로 지난 4월 17일부터 약 두달간 ZTE 주식은 거래가 중단됐다. 지난 6월 13일 거래는 재개됐지만 주가는 한달 새 반토막이 났다.

◆ 손실 눈덩이···상반기 적자만 1조5000억원

ZTE가 상반기 미국 제재령으로 입은 실적 타격을 올 하반기 만회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ZTE는 지난 13일 실적 예비보고서를 통해 올 상반기 70억~90억 위안(약 1조5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상반기 ZTE는 약 30억 위안의 순익을 실현한 바 있다. 

중국 통신업계 전문가 캉자오는 중국경영보를 통해 "ZTE는 올 하반기에도 손실은 이어질 것"이라며 "석달간 생산·판매가 완전히 중단됐던 만큼 회복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그동안 생산·판매 중단으로 ZTE는 일부 고객업체도 잃었다. 얼마 전에는 ZTE의 유럽 최대 '큰손'이었던  이탈리아 통신사 윈드트레가 미국 제재령으로 ZTE가 통신장비를 납품하지 못하게 되자 스웨덴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과 6억 유로 규모의 거래를 새롭게 텄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로써 ZTE의 60% 계약이 에릭슨으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15일 대북·대이란 제재를 위반하고 이에 따른 이행 조치를 지키지 않은 ZTE에 대해 미국 기업과 7년간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했다.

명목 상으로는 제재 위반이 이유였지만, 사실상 중국과 무역분쟁을 벌이는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산업 발전을 억제하기 위함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이에 따른 충격파로 ZTE 주식은 선전·홍콩거래소에서 지난 4월 17일부터 약 두달간 거래가 중단됐고, ZTE 생산·경영은 전면 중단됐다.

ZTE는 제재령을 해제하기 위해 14억 달러의 벌금을 내고, 30일 이내 고급 부총재급 이상 경영진 전원을 교체하고, 회사 내부에 미국인으로 구성된 준법팀을 운영하는 등 미국 상무부의 요구조건을 들어주는 대가로 '굴욕'적으로 합의했다. 이로써 제재령은 풀리는 듯 싶었으나 미국 의회가 반발하면서 ZTE에 대한 제재 해제는 계속 미뤄진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