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자율주행 시대, ‘기본’있어야 달릴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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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주 기자
입력 2018-06-2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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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달 공단 창립 37주년..."일자리혁신실 등 조직개편 통해 혁신 예고"

  •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기본'은 충실히..."'5030 프로젝트'로 속도 줄이기에 역량 집중"

26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통안전공단 양재회의실에서 만난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교통안전에서 ‘속도 줄이기’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

올해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내걸고 있는 슬로건이자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자동차부터 열차까지 대한민국 땅 위에서 움직이는 바퀴 달린 모든 교통수단의 안전을 관리한다. 그에 걸맞게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공단의 조직도 방대하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요 교통·운송 수단이 될 드론과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 대책까지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지난해 말 제16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권 이사장은 국토교통부에서 교통물류실장을 지낸 교통 전문가다. 이달로 취임한 지 반 년째에 접어든 그는 올 상반기를 전국 각지에 흩어진 공단의 식구들을 만나는 데 할애했다.

권 이사장은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을 만나 소속감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공단 산하에는 14개 지역구에 59개의 자동차검사소가 있다. 경북 김천시 본사에 전체 직원의 30%가 있고, 나머지 70%의 직원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셈”이라며 “각 지역에 있는 직원들은 본사를 대신해 국민들과 직접 만나는 '공단의 얼굴'”이라고 말했다.

◆“도로는 '단순 이동 수단’에서 벗어나야”

그 어떤 것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부문은 ‘교통안전’이다. 권 이사장은 “2015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는 1.1명이지만 우리나라는 1.9명”이라며 “35개 회원국 가운데 32위로 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공단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캠페인이 도심에서 차량의 운행 속도를 줄이자는 내용의 ‘5030 프로젝트’다. 권 이사장은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보행 중 사망자 수는 3.5명으로 OECD 평균인 1.1명의 3배 이상”이라며 “특히 전체 보행사망 사고의 52%가 주택가와 상업지역 같은 이면도로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불명예는 그동안 도로를 ‘이동 수단’으로만 생각했던 우리의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권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 우리는 도로를 빨리 그리고 막히지 않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했다"며 "이제 ‘사람이 우선’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도로에선 언제든지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권 이사장은 인식의 전환과 함께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제한 속도 낮추기는 선진국 수준의 교통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정부에서도 국토부와 경찰청을 중심으로 제한 속도를 현행 시속 60㎞ 이하에서 50㎞ 이하로 낮추도록 제도를 다듬고, 주택가 등 보행안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곳에서는 30㎞로 하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내 공단은 제한 속도 설정 기준과 속도 관리 방법, 속도 하향에 따른 도로 설계 기준과 방법 등을 자세하게 안내한 ‘5030 통합 매뉴얼’을 만들어 지자체와 경찰청에 배포할 예정이다. 권 이사장은 “앞서 교통 정책에서 일어난 혁신 두 가지는 ‘음주운전’과 ‘안전띠 미착용’ 단속이었다. 세 번째 혁신은 ‘속도 줄이기’가 될 것”이라며 “5030 프로젝트가 교통사고를 줄이는 마지막 정책 수단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운전자 안전 위한 '졸음운전 경고장치' 연내 상용화 목표

물론 운전자들의 불편함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권 이사장은 “지난 3월 속도별 충돌 시험을 진행한 결과 시속 60㎞로 달리던 자동차와 보행자가 충돌하는 경우 보행자의 중상 가능성은 92.6%로 나타났다”며 “시속 50㎞로 충돌하면 중상 가능성은 72.7% 이하로 줄어들었고, 시속 30㎞에서는 15.4% 밑으로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보행사고 위험이 높은 시내 도로에서 자동차 속도를 10㎞만 줄여도 보행자의 중상 가능성이 20% 포인트나 줄어든다”며 “운전자도 보행자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공단은 올해 '버스 졸음운전 경고장치'를 상용화해 관련 기관에 제공할 계획이다. 공단이 개발하고 있는 경고장치는 운전자의 눈꺼풀 감김 정도와 지그재그 주행, 앞차와의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고 발생 확률이 증가하면 운전자가 착용한 밴드에 강한 진동 신호를 보내는 장치다.

해외의 졸음운전 경고장치는 운전자의 눈꺼풀 감김 정도만 측정하지만, 이번에 공단에서 개발한 장치는 운전자의 생체 변화와 차량의 비정상적인 주행을 함께 파악한다는 특징이 있다. 앞서 공단은 수도권에서 운행되는 직행버스 5대를 대상으로 1차 시범운영을 진행했으며, 다음 달까지 보완을 끝내 하반기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권 이사장은 “지난해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인해 큰 사고가 났다. 운수업에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자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며 “앞서 진행한 테스트에서 센서가 너무 민감하고, 운전자들이 착용이 불편하다고 지적한 점이 있다. 이를 개선해 올해 안에 완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6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통안전공단 양재회의실에서 만난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자율주행자동차와 드론의 상용화를 위한 공단의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자율주행자동차도 '안전 기준' 위에서 운행돼야"

올해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주어진 또 다른 과제는 드론과 자율주행자동차 등 새로운 기술의 ‘안전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다.

앞서 정부는 2020년까지 사람이 운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달리지만 필요할 때 사람이 운전에 복귀해야 하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자동차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안전 기준이 마련돼야 현실화될 수 있다. 권 이사장은 “자율주행자동차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서는 안전성을 확인하는 기술과 법, 인프라 등 제도적인 정비와 사회적 수용성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현재 서울대학교 및 자동차 제작사 등과 함께 자율주행자동차 평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곧 기술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 융복합 미래 포럼을 통해 법과 인프라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실천 전략을 연구해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한 주행을 위한 공단의 또 다른 큰 프로젝트가 바로 ‘K-시티'다. 약 1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공단의 자동차안전연구원 부지에 36만㎡의 규모로 지어지고 있는 K-시티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율주행자동차 실험도시로, 이 곳에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위한 도로 환경이 구축되고 있다.

권 이사장은 “미국 등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이 앞서 있는 나라에서는 실제 자율주행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면서 경험을 쌓는 ‘딥러닝’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실제 운행이 힘들다”며 “K-시티에 실제 교차로도 만들고 버스 전용차로도 만들어 자율주행자동차가 여러 가지 상황을 배울 수 있게 만들었다. 이제 안전성이 검증된 K-시티에서 다양한 연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드론을 관리하는 것도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몫이다. 특히 드론 조종자 전문 교육기관을 지정하는 등 드론 조종사를 교육하고 교관을 키워내는 일을 공단에서 맡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6378명이 드론 조종자 자격시험에 응시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응시인원인 4800명보다 33%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권 이사장은 “드론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항상 말하지만, 드론을 조종할 수 있는 사람들을 단기간에 양성하긴 힘들다. 전문분야에 투입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향후 ‘사람’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공단은 늘어나는 드론 조종자 수요에 맞춰 수도권에 드론 종합실기 시험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권 이사장은 “무게가 12㎏이 넘는 사업용 드론을 조종하기 위해서는 공단이 주관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며 “항공교육센터(ATO)를 운영하는 등 드론 조종자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립 37주년 맞이··· 조직 개편으로 공단 혁신 시도

내달 2일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37번째 생일이다. 취임 후 반년이 지난 시점에서 창립 37주년을 맞이한 권 이사장은 조직을 개편하면서 공단의 혁신을 예고했다.

권 이사장은 “지난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 데 이어 올해는 이사장 직속으로 '일자리혁신실'을 만들었다”며 “그동안 우리는 ‘나의 업무가 어떻게 새로운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을까’ 고민하지 않았다. 이제 각 본부에서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가오는 창립기념일 행사는 기존의 딱딱한 격식을 깨고, 국민들을 초대해 공단의 현재와 미래 모습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며 “공단의 핵심 사업을 소개하고 국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권 이사장은 “한 나라의 교통안전 수단은 법과 제도 등 사회 규범이 경제·문화적 요인과 상호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복합적인 지표”라며 “결국 교통안전은 한국교통안전공단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관련 기관 및 단체와 협업하고, 공감대 형성을 통해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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