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이기형 고려대의료원장 “90년歷史 밑거름 ‘빅5 병원’ 성장…미래의학 선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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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입력 2018-06-1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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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 활용 기술개발…의료 4차혁명 이끌 것

  • 항생제 추천정보 의료진에 제공 올 12월 상용화

  • 병원 평가, 진료 위주 벗어나 연구능력 포함해야

  • 암·희귀 난치성질환 등 맞춤형 정밀의료도 실현

  • 10년 새 예산규모 2배로…올 수익 1조 돌파 예상

이기형 고려대 의무부총장 및 고려대의료원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고려대의료원 제공]


서울 성북구 소재 고려대 의과대 건물에 마련돼 있는 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이기형 고려대 의무부총장 및 고려대의료원장(58)의 눈빛에서는 유독 여유가 느껴졌다. 마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연상케 하는 미소까지 겸비한 그의 말 한마디에 인터뷰 분위기는 금세 훈훈해지기까지 했다. 수십년을 고려대에 몸담아왔던 이 의료원장은 어느덧 병원계의 ‘주연급’으로 성장한 고려대의료원의 현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최근 고려대의료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지난 10년간 보여준 행보는 실로 놀랍다. 예산규모만 보더라도 2008년 약 52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을 돌파했다. 10년간 예산규모가 2배 증가한 셈으로, 외형적 성장이 타 의료기관에 비해 비교적 빠르고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1년 6253억원이었던 의료수익도 올해에는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그간의 성과에서 비롯된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고려대의료원 연평균 의료수익 증가율은 10%를 넘었다. 고려대의료원에 따르면 해당기간 동안 이만한 성장을 보인 의료기관은 고려대의료원이 유일하다.

이 때문일까. 이 원장이 고려대의료원에 갖는 애착심과 자긍심은 남달랐다. 그는 “사실 고려대 명성에 비해 보면 그간 의대는 비교적 약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서였는지 의대와 의료원 구성원 간에는 ‘더 나아가야 한다’, ‘안주하면 안 된다’ 그런 의식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런 의식이 구성원을 하나로 단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고, 진료나 연구 실적에서 타 병원보다 빠른 성장을 거두게 한 것”이라며 “안암·구로·안산 병원까지 포함해 6900여명 구성원이 의사·간호사 직종별 구분을 막론하고 서로 협력하고 배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기형 고려대 의무부총장 및 고려대의료원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고려대의료원 제공]


고려대의료원 성장은 단순히 외형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고려대의료원은 2013년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된 이후 2016년 재지정에 성공하면서 의료기술 연구능력과 인프라를 인정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2124억여원 규모에 이르는 연구과제를 수주했다. 또 535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연구로 확보된 기술을 팔아 45억여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는 2012~2014년에 비해 연구과제 수주 26.7%, 특허출원 78.9%, 기술이전 15배 각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6월에는 보건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국가전략프로젝트로 추진한 정밀의료사업에도 선정됐다. 정밀의료사업은 정밀의료에 기반을 둔 새로운 암 치료법과 병원정보시스템을 개발·구축하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정밀의료 사업단은 국내 의료계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이 사업단으로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주요 의료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함으로써 연구역량과 실력이 확인됐다.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료기술 개발은 현재 진행형에 있다. 지난해 SK C&C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항생제 처방 어드바이저를 개발하기 위한 사업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1월 2단계 사업에 착수했다. 이 인공지능은 고려대의료원 치료사례와 국내외 의료문헌 등을 바탕으로 환자 증상에 맞는 항생제 추천 정보를 의료진에게 제공한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를 통해 국내 항생제 오·남용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12월 서비스 상용화가 목표다.

더욱이 고려대의료원은 외형적 성장보다 연구중심병원에 더 높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실제로 향후 사업화 방향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진료를 통한 수익보다는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의대 산하 의료원산학협력단을 별개 조직으로 분리하기도 했다.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설정됐으며, 최근 의료원에 나타난 입지 변화는 그 결실인 셈이다.

이 원장은 “고려대의료원 발전은 연구부문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구 인프라와 역량 향상에 투자한 성과들이 크고 작은 결과물로 도출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이전보다 연구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흔히 병원 성장을 논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른바 ‘빅(big)5’다. 이들은 국내를 대표하는 상위 5개 병원으로 꼽힌다. 이러한 성장세라면 고려대의료원도 이들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을까, 내심 궁금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달랐다.

그는 “사실 빅5라고 칭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주로 병원 진료만 갖고 얘기하는데, 이를 포함해 의대와 연계돼 있는 교육·연구까지 모든 시스템을 같이 놓고 위상을 비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아직 더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뤄가야 하겠지만, 고려대의료원은 종합적인 면에서 이미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며 “특히 의대를 기반으로 교육·연구 측면에서 더 강점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물론 연구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진료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병원별로 고난도 중증환자를 위한 특성화센터를 육성하고 있고, 증축과 리모델링도 추진 중이다. 고대안암병원에서는 지난해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까지 착공했다.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는 고려대의료원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숙원사업으로, 암·희귀난치성질환 등 고난도 중증환자에게 맞춤형 정밀의료를 실현하는 ‘미래형 병원’ 성격을 갖고 있다.

이 원장은 “고려대는 외과 분야 활성화 등에 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임기 2년 동안 이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수년 내로 암, 뇌 외과분야에서 뛰어난 교수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성장 배경을 지난 90년 역사에서 찾았다. 고려대 의대는 1928년 설립된 조선여자의학강습소가 모태로 알려져 있다. 이 강습소는 국내 최초의 여성의학교육기관이었다. 그 당시 남성에게 몸을 보이지 못하는 여성을 위한 여의사 양성이 개설 목적이었다. 이후 강습소는 서울여대, 수도의과대, 우석의대 등을 거쳐 1971년에야 비로소 고려중앙학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원장은 “고려대 의대는 모든 사람이 동등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소외계층을 향한 ‘박애정신’을 계승해왔다”며 “이러한 역사는 고려대의료원이 미래 의학을 선도할 수 있는, 더 발전적인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바탕이자 동기”라고 말했다.
 

[사진=고려대의료원 제공]


하지만 괄목할 만한 성장에는 어느덧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성장을 거듭할수록 유지해 나가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규모가 커지고 역할이 다양해질수록 공간이나 인력 등 여러 측면에서 갖춰야 할 것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계에 닥친 급작스런 ‘의료사고’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까지 이뤄온 급성장을 순탄하게 이어나가 꽃피우기 위해서는 현 시점이 고려대의료원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특히 고려대의료원은 국립병원이나 종교단체, 대기업으로부터 파생되지 않은 독립적인 순수 병원이다. 성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선 투자-수익실현·분배-재투자와 같은 선순환 구조를 갖춰가야 한다. 때문에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 원장의 역할은 막중하다.

올해 예정된 고대안암병원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4차 인증 통과도 그중 하나다. 병원에 따르면, JCI 3차 인증까지 받은 것은 국내 최초다. JCI 인증기준은 매해 상향조정되기 때문에 연이어 받기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이 원장은 “병원에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안전이다. JCI 인증을 계속 받는 것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며 “고려대의료원은 3개 병원 간 순환근무가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병원도 JCI 인증 수준에 이르러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고려대의료원이 세계적 의료기관으로 도약할 것임을 자신했다. 그가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을 때만 해도 고려대 의대는 자그만 대학에 불과했고, 아주 예전에 지어진 병원 하나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가 원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의대와 의료원은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 이 정도면 자부심을 가질 만하지 않으냐고 반문하는 그다.

이 원장은 “의료원은 90년 역사와 현 성장세를 이어가 향후 4차 산업혁명과 정밀의료를 선도하는 병원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임기 동안 최정상 의료기관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처럼 중요한 시점에 중책을 맡게 돼 무한한 자부심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기형 원장은

10년간 ‘소통의 리더십’…탁월한 경영능력 인정받아


이기형 의무부총장 및 고려대의료원장은 1960년생으로 1985년 고려대 의대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1996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병원에서 소아내분비학을 연수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고려대의료원에 정착한 후 안산병원 소아과장,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장 및 기획실장, 진료부원장, 진료협력센터장 등을 지냈다.

이 원장은 의료원장 취임에 앞서 지난해 말까지 27대 고대안암병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공감과 소통을 기치로 숙원사업이었던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를 착공하는 데 리더십을 보여줬고, 균형 있는 조직운영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10여년 동안에는 병원경영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탁월한 경영능력도 인정받았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대한소아내분비학회 총무이사·학술이사·부회장 등을 두루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는 대한소아내분비회장과 대한비만학회장을 맡고 있다.

이 원장 임기는 2017년 12월 1일부터 2019년 11월 30일까지 만 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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