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1. 화려함 뒤에 숨겨진 보잘것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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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8-05-2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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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영복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사진=홍성환]


#그 노인의 독후감은 이랬습니다. "자기(수필가) 집 뜰이 좁아서 꽃을 못 심는다나 뭐 그런 걸 썼어." 못마땅하다는 투가 역력했습니다. (중략) 여러분이나 우리같이 먹물 좀 든 사람들은 그 여류문인이 펼치는 현란한 언어 구사에 사로잡히게 마련이죠.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31쪽>(신영복·돌베개)

어쩌다 기자라는 직업을 갖게 되다 보니 글을 쓸 때마다 고민입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은 많은데 마음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죠. 그럴수록 과장을 하거나 어려운 단어, 화려한 표현을 써 뭔가 있어 보이게 만듭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부실한 경우가 많습니다. 나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근거가 부족하다 보니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중하는 것이죠. 그래서 시간이 지나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면 항상 부끄럽습니다.

이는 비단 글을 쓸 때만 적용되는 일은 아닙니다. 일상에서도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에만 신경을 씁니다.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이 바로 소셜미디어 세상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사람들의 모습은 화려합니다. 항상 이태원, 한남동의 멋진 카페와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고, 온 몸을 명품으로 휘감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해외 여행을 떠나면서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 실제 모습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이고, 평소에는 유니클로 티셔츠를 입고, 주말이면 일에 지쳐 집에 틀어박혀 종일 잠만 잡니다.

온라인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상당한 셈이죠. 자신의 보잘것없음을 보여주는 게 무서워서 화려함으로 포장하는 것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글이든 그 사람 자체이든 시간이 지나면 결국 밑천이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책 속에서 발견한 저 노인의 한마디는 한 번쯤 되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많은 생각이 듭니다. 읽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너무 뻔한 소리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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