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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의 하이브리드角] BTS와 들뢰즈, 그리고 6·13지방선거

이승재 정치사회부 부국장입력 : 2018-05-16 19:37수정 : 2018-05-16 19:37
 
<보이스 칼럼>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인가"로 시작하는 희망가(작자 미상·1923년)는 한국 최초의 대중가요로 꼽힌다. 이제 곧 100년이 되는 한국 대중가요사(史) 중 지난해 11월 미국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A) 시상식에서의 방탄소년단(BTS) 공연은 말 그대로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 인종과 세대를 초월한 관객들이 히트곡 DNA를 한국어 가사로 쩌렁쩌렁 '떼창'(콘서트에서 관객들이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하는 모습, 감격에 겨운 일부 팬들이 눈물을 흘리는 영상은 충격이었다. BTS는 '최고의 한류 아이돌'이라는 말을 뛰어넘는다. 그들의 영향력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다. BTS는 지난 4월 권위 있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2018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투표에서 17%로 1위에 올랐다.

프랑스 현대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를 전공한 이지영 박사(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는 BTS와 들뢰즈를 재기발랄하게 잇는다. 지난 4월 펴낸 책 'BTS 예술혁명-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대안연구공동체-파레시아)에서 이 박사는 BTS와 팬클럽 아미(A.R.M.Y-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젊은이들의 사랑스러운 대표 래퍼)가 바꾸는 세상을 분석했다.

이 박사는 BTS가 불러온 전 세계적인 위계(位階) 파괴 혁명을 '방탄현상'이라고 정의한다. 책에 따르면 BTS는 오늘날 사회 구조, 미디어, 예술 형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끈다. 기존의 위계질서와 권력관계를 뒤흔들고 있다. 거대자본이 대형스타를 만들어내고 대중은 그 스타를 일방적으로 숭앙(崇仰)하는 대중음악계의 위계와 권력을 부순다.

중소기획사의 '흙수저' 연예인 지망생 출신인 BTS 멤버들은 각자 스스로 고민해 음악과 춤, 퍼포먼스를 고안하고 협업해 최종 결과물을 만든다. 이 작품들은 전 세계 팬들과의 연대를 통해 무한 확장된다. BTS가 글, 음악, 영상을 올리면 단 몇 시간 내에 세계 각국의 언어 번역본이 등장한다. 세계어로서 '영어의 위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노래와 춤의 커버 버전(따라하기), 뮤직비디오 재편집 등 새로운 콘텐츠가 재생산된다. 스마트폰 등 기술의 발전과 트위터, 유튜브 같은 SNS 콘텐츠가 결합해 가치공유, 소통, 재생산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이처럼 BTS와 아미는 전 세계 대중음악계, 나아가 글로벌사회에 스타와 팬, 또 지역·연령별로 다양한 팬들 간의 연대를 통해 기존 위계와 권력을 '침식'시키며 새로운 예술 형식, 새로운 수평적 세상을 만들고 있다. 이 박사는 "이는 사회 속에 잠재해 있던 정치적 무의식의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BTS와 들뢰즈는 '정치적 무의식' 지점에서 6·13 지방선거로 이어진다. 지방자치단체는 들뢰즈의 '리좀'(Rhyzome)에 빗댈 수 있다. 리좀은 고구마처럼 줄기가 뿌리와 같이 땅속으로 뻗어나가는 땅속줄기 식물을 뜻한다. 모든 나무들은 뿌리와 줄기, 가지들이 연결된 한 몸이다. 하지만 '리좀'인 고구마는 뿌리와 줄기가 위 아래 가리지 않고 '수평적'으로 확장한다. 리좀은 중심과 주변으로 이뤄진 위계질서와 상관없이 서로 '따로 또 같이' 연결하고 접속하는 네트워크 구조다. 나무를 중앙정부 정치시스템으로 보면 리좀은 바로 지방정부 정치시스템으로 비유된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보다 동네 주민센터(과거 동사무소)가 우리 실생활에 더 가깝다. 우리 동네, 나의 삶을 좌우한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광역시장·도지사 17명, 시장·구청장·군수 226명, 교육감 17명, 시·도의회 의원 737명, 기초의회 의원 2541명을 뽑는다. 이들이 바로 앞으로 4년 동안 시·도·군·구 '리좀'을 책임지게 된다.

우리는 모두 정치 DNA를 갖고 있다. 누구든 공정하고 정의롭지 않게 대우받고 있으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내 편을 찾는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 많은 젊은이들이 돈과 권력, 행복이 불공정·불공평하게 분배되는 이 세상에 야유를 보내는 BTS에 공감한다. 이 팬덤 역시 정치 DNA에 따른 선택일 수 있다.

BTS는 18일 오후 6시 'FAKE LOVE'를 공개, 다시 전 세계 팬들을 '혁명의 도가니'로 불러모을 예정이다. 세상을 수평적으로 바꾸고 있는 BTS와 아미를 지켜보며, 오는 6월 13일 대한민국의 많은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향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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