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인사만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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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18-05-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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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 출입처에서 내부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인사 대상자들 중에는 승진이 확실시된 사람(A)이 있었다. 인사권자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 정도였다. 그런데 예정일을 불과 하루이틀 앞두고 다른 이(B)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실제 결과도 바뀌었다. 후일담을 들어보니 A씨의 음주운전 이력이 승진의 결격 사유가 됐다.

이 일은 지난해부터 금융권에 떠들썩한 KB·하나금융 인사·채용 논란 및 금융감독원장 교체와 대조된다. 인사 대상자의 잘잘못을 넘어 공모와 추천, 인사 검증 과정은 물론이고 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양심과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우건설 신임 사장 선임도 더욱 엄격한 잣대와 투명성이 요구된다.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박창민 전 대우건설 사장 선임 당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 내에서 위원들끼리 서로 의견을 모으지 못해 회의가 지연되기 일쑤였고, 고성이 오갔다. 또 정치권 인맥 등 후보자들을 둘러싸고 무성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대우건설은 이번 사장 인선을 이끄는 사추위원들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깜깜이 인선'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추위원들에게 쏟아지는 로비를 막기 위해서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 사장직은 공식 선임 절차 개시 전부터 여기저기서 자타 추천이 들어왔다"며 "이에 사추위원들의 피로도를 경감시키고, 절차적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비밀에 부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의도와 달리 의혹만 커졌다는 데 있다. 사추위원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로비가 완전히 불가능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우조선해양은 별도의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에서 사장 선임 절차를 맡았지만, 인사 청탁이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결국 사추위원 개개인의 마음먹기에 달린 일을 명단 비공개로 해결하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옛말이 있다. 여기서 가정의 화목은 가족 구성원들이 제 역할에 충실할 때 가능하다.

조직도 다르지 않다. 능력 있는 구성원(적재)을 적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인사권자나 인사 대상자 및 이해관계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본인이 '적폐'는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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