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구조 중 폭행당한 구급대원 끝내 뇌출혈로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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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기자
입력 2018-05-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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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은 것보다 모멸감 드는 욕이 더 끔찍"

  • 정신과 상담 10배 이상 증가, 소방공무원들 정신건강 적신호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여성 119구급대원이 자신이 구조한 취객의 폭행으로 사망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 소방사들의 경우 환자가 난동 시 제압할 수 있는 권리가 없어 폭행에도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2일 구급대원 A(51) 씨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한 결과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출혈이 사망 원인으로 보인다는 중간 결과를 경찰에 전달했다.

사망한 구급대원 A 씨는 취객으로부터 약 5대 가량 가격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사망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함께 있던 박중우 전북 익산소방서 소방사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A 씨가 머리를 5대 정도 가격당했다. (취객이) 저도 처음 들어보는 욕도 엄청 많이 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달 1일 전북 익산역 앞 도로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취객을 구조하다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폭행을 어지럼증을 호소했던 A 씨는 같은 달 24일 뇌출혈로 쓰러졌으며 일주일이 지난 1일 숨을 거뒀다.

응급 소방사들은 경찰과 같이 취객을 제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폭행이 이동 중인 구급차 안에서 발생하면, 이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박 소방사는 “(난동이 벌어졌을 경우) 제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우리는 피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진행을 맡은 김현정 PD는 “경찰이라면 팔도 꺾고 어떤 식으로든지 물리적으로 제압하겠지만 응급 소방사들이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냥 때리면 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폭언으로 인한 소방공무원들의 스트레스도 위험 수준이다.

소방관들의 정신과 상담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일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방관들의 정신과 진료·상담 건수는 2012년 484건에서 작년 5087건으로, 4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5년간 목숨을 끊은 소방관도 47명에 달한다.

A 씨와 같은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정은애 인화 119안전센터 센터장은 방송에 출연해 “폭언을 듣고 오면 정말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고 화가 난다”며 “욕을 먹은 상황이 계속 머릿속에서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어 “(A 씨가) 맞은 것보다도 입에 못 담을 모멸감이 드는 욕설을 들은 것이 더 끔찍하다고 얘기를 했었다”며 “부모 욕과 입에 못 담을 성적 비하가 반복적으로 계속 귀에 맴돌아 힘들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정 센터장에 따르면 소방관이 공무 중에 폭행을 당한 사례는 4년간 2.2배 늘었지만, 이들을 보호·치료할 관련 대책은 미비하다. 폭행이 발생해도 대부분 벌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구급대원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등 정신적 후유증이 심각해 이를 치료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 센터장은 “사회 분위기가 그런 거 힘들다고 호소하면 소방관이 나약하다는 소리를 하는 분위기라 아직 얘기를 못 하고 있다”면서 “우선 인원이 채워지면 (구급대원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인력을 대체해 줄 수 있다”고 말해 현실적인 대안으로 인력충원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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