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만찬 스케치] 김정은, 벅찬 감동에 눈시울 붉히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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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센터(일산)= 류태웅 기자
입력 2018-04-2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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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 군사분계선 넘던 때 떠올라"

  • 김정은 국무위원장 "격식, 틀 얽매이지 않고 문 대통령과 갈 길 모색"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만찬에 참석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图片=韩联社 제공]


남북 정상이 역사적인 회담을 마치고 이동한 만찬장에는 감동과 환희가 공존했다.

27일 오후 6시 30분께 판문점 '평화의집' 3층에서는 남북 수행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만찬이 진행됐다.

우리 측에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같은당 우원식 원내대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등 34명, 북한 측에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등 26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는 행사장 입구에 서서 호명을 받은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두 정상 내외는 한 테이블에 앉아 만찬을 알리는 공연을 관람했다. 우리의 대표적 국악기인 해금과 북한의 대표적 악기인 옥류금의 합주가 만찬 시작을 알렸다.

북측 노래인 '반갑습니다'를 필두로, '서울에서 평양까지', '바람이 불어오는 곳', '새' 등이 차례대로 연주됐다.

두 악기는 소리를 내는 방식이 다르지만, 조화로운 선율로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제주의 초등학생인 오연준군이 고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부르자, 청중의 이목은 무대로 쏠렸다. 

김정은 위원장은 오군을 지속해서 응시하며 경청했다. 몰입된 듯 중간에는 살짝 입을 벌리기도 했다. 어느 순간 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에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오빠인 김 위원장 쪽으로 고개를 돌려 힐끗 쳐다보기도 했다.

리설주 여사는 옅은 미소를 띠다 이내 입술을 다물며 집중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건배사에서 이번 만남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모습을 보며 나는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던 모습을 떠올렸다"며 "그때는 남과 북을 가로막는 장벽이 낮아지고, 희미해져서 끝내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그후 10년 우리는 너무나 한스러운 세월을 보냈고, 장벽은 더욱 높아져 철벽처럼 보였다"며 "하지만 오늘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은 세계평화의 산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 사명감으로 오늘 귀한 손님과 역사적 만남을 가졌다"면서 "전세계 평화를 위한, 새로운 평화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듣던 김정숙 여사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바닥에 시선을 고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건배를 제의하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다가가 잔을 맞댔다.

김정은 위원장은 화답사에서 "정말로 꿈만 같고 반갑다"면서 "짧은 하루였지만 많은 대화를 나눴고, 의미있는 합의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그는 말하는 도중 목이 멘 듯 탁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를 보던 김정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눈시울을 붉혔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역설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암흑, 악몽과 같았던 북남 사이에 얼어붙은 긴 겨울과 영영 이별을 선언했다"면서 "따뜻한 봄이 시작됨을 온 세상에 알렸다. 4월 27일은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역사 앞에 민족 앞에 지닌 이 숭고한 사명감을 잊지 않고 함께 맞손을 굳게 잡고 꾸준히 노력해 간다면, 반드시 밝은 앞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나는 합의한 대로 아무 때나 어느 곳에서 시간과 장소, 격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문 대통령과 만나 함께 갈 길을 모색하고 의논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식사를 마친 정상 내외는 디저트가 나오자 자리에서 함께 일어나, 나무망치를 들고 초콜릿으로 된 원형돔을 깨뜨렸다. 

한편 이날 만찬 식탁에는 신안 가거도의 민어와 해삼초를 이용한 민어해삼편수, 봉하마을 오리농법으로 지은 쌀, 스위스식 감자전, 서산목장의 한우로 만든 숯불구이 등이 올랐다.

신안 가거도는 김대중 전 대통령, 봉하마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이는 1, 2차 정상회담을 이끈 두 정상을 기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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