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치안본부 '내우외환'…최근 2년간 부패·비리 경찰관 2000명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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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현 기자
입력 2018-03-0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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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외적으로 마약 단속…내부적으론 부패·비리 적발

  • 398명 해임, 1614명 징계…마약 조직과 결탁한 경우 많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2016년 7월 취임과 동시에 ‘마약과의 전쟁’을 선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경찰관들의 ‘기강 해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필리핀 경찰총국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2000명이 넘는 경찰관이 부패 또는 비리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필리핀 현지 일간지 마닐라 불레틴(Manila Bulletin)은 3일 필리핀 경찰총국의 발표를 인용해 2016년 1월부터 현재까지 경찰관 398명이 파면조치를 받았고 1614명이 감봉, 강등, 정직 등 징계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파면된 경찰관 398명 중 167명은 범죄조직과 결탁, 마약류 범죄 등 강력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범죄를 소탕해야 하는 경찰조직이 범죄의 온상으로 변질됐다”며 “특히 마약사범과의 결탁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분노했다.

필리핀의 경우 공무원들의 낮은 임금 때문에 폭력조직, 마약상 등 범죄 집단과 결탁해 금전적 이익을 얻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월 경찰과 군인 등 제복 공무원의 기본급을 기존의 2배로 높이는 상하원 합동 결의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필리핀 경찰과 군인, 소방관의 초임 월급은 1만4834 페소(약 30만7000원)에서 2만9668 페소로 인상됐다.

경찰과 군인의 급여 인상은 범죄와 부패 척결을 내세워 당선된 두테르테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급여만으로는 가족을 부양하기 힘들다”며 취임 직후부터 경찰과 군인, 소방관 등에게 매달 쌀 20㎏씩을 별도 수당으로 지급하는 등 처우개선을 추진해 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6월 취임하자마자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초법적인 마약 소탕작전을 벌였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4000명 가까운 마약용의자가 경찰에 의해 사살됐고 자수한 마약사범은 120만명에 이른다.

국제 인권조직과 현지 시민단체 등은 자경단(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민간 경비조직)에 의한 사망자까지 합하면 약 1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그동안 필리핀 경찰은 비공식적으로 현지 자경단과 협조해 마약단속을 실시했는데, 법적절차 없이 현장사살로 진압한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거나 범죄 정도에 비해 지나친 처벌을 받는 사람들이 없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그네스 칼라마드 유엔 인권특별보고관 등 인권전문가 3명은 공동성명을 통해 필리핀 정부에 마약용의자 초법적 처형을 중단하는 적절한 조처를 하라고 촉구했다.

필리핀 당국은 무자비한 마약 단속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지난해 10월 경찰을 마약과의 전쟁에서 배제했다가 마약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이유로 2개월만인 12월에 경찰인력을 재투입했다. 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재개 이후 3월 1일까지 총 102명의 마약 범죄자가 현장에서 사살됐다.

인명 경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존 불라라카오 필리핀 경찰총국 대변인은 "용의자들이 경관들에게 저항했기 때문에 사살을 피할 수 없었다"며 "단속 경관들이 인권을 침해했는지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를 흘리지 않는 마약 단속은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혀 인권 유린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필리핀 정부는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의 인권 침해 사례 조사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 2일 공식행사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보고관들이 오면 대답하지 말고, 말을 걸지도 말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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