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팀' 추월한 예견된 탈락…김보름‧박지우 '등 뒤' 노선영의 씁쓸한 마지막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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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서민교 기자
입력 2018-02-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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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한국의 노선영이 네덜란드 대표팀을 상대로 힘찬 레이스를 펼친 뒤 고개를 숙인 채 보프 더용 코치의 위로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예견된 탈락이었다.

팀워크가 가장 중요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이 올림픽 사상 첫 준결승 진출을 노렸으나, 무산됐다. 노선영이 크게 처지면서 팀워크에 문제가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제대로 훈련하지 못한 후유증은 컸다. 김보름과 박지우의 스피드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팀추월은 양 팀이 링크 반대편에서 동시에 출발해 400m 트랙을 8바퀴 돌고 가장 마지막에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트랙을 마치기 전에 상대 주자를 추월하지 않는 한, 선두 주자가 아무리 빨리 결승선을 통과해도 의미가 없다. 서로 밀어주고 당겨줘야 하는 팀워크의 종목이다. 그러나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팀워크는 무너졌다.

김보름-박지우-노선영으로 나선 한국은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3분03초76의 기록으로 7위에 그쳤다. 상위 4개 팀에 주어지는 준결승 티켓을 얻는데 실패했다.

한국은 ‘팀’이 아닌 개인 경쟁을 방불케 했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레이스를 주도하면서 노선영이 뒤로 처졌다.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노선영을 뒤에서 밀어주거나 바람을 막아주는 배려는 없었다. 김보름과 박지우는 나란히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고, 지친 기색이 역력한 노선영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질주한 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한국에 앞서 하나의 ‘팀’으로 뭉친 네덜란드는 2분55초61로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하며 1위에 올랐다.

노선영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팀추월에 출전하려면 개인 종목 출전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해석하지 못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착오 때문에 출전이 무산될 위기를 맞았다. 2년 전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전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노진규의 친누나인 노선영은 마지막 올림픽에서 동생을 위한 레이스를 꿈꾸고 있었다. 다행히 러시아 선수 2명의 여자 1500m 출전이 불발되면서 노선영이 출전권을 얻어 극적으로 팀추월 대표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노선영은 훈련에 집중할 수 없었다. 실제로 약 일주일 동안 정상적인 훈련을 하지 못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다리 근육은 규칙적이고 꾸준한 훈련을 하지 않으면 치명적이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팀’에서, 팀추월 종목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팀’에서 노선영을 방치한 셈이었다.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한국의 김보름, 박지우가 레이스를 이끌고 노선영이 그 뒤를 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경기를 마친 뒤 김보름과 박지우는 “의사소통과 작전의 실패”라고 입을 모았다. 김보름은 “사실 안 맞은 건 없다. 이렇게 연습해왔다. 각자 컨디션을 생각해 제가 50% 정도 리드한다. 박지우는 초반 스피드를 올려주는 역할”이라며 “(노)선영 언니가 부담을 덜 느낄 수 있게 경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소통이 잘 안 됐다. 마지막에 체력이 떨어지면서 격차가 벌어졌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김보름은 “경기를 마치고 코치 선생님도 (박)지우와 내가 붙어서 들어왔을 때 2분59초대라 알려줬다”며 “생각보다 기록이 잘 나왔는데 팀추월은 마지막 선수가 찍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박지우도 “작전의 실패다. 확정은 할 수 없지만 이 부분을 생각하고 있었다”며 “저랑 (김)보름 언니가 욕심을 낸 것 같다. 솔직히 이렇게 벌어질지 몰랐다. 월드컵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둘 다 틀린 말은 없다. 마지막 선수인 노선영이 부족했다.

다만 올림픽에서 메달의 색깔보다 소중한 가치는 스포츠 정신이다. 더구나 평창올림픽이 내건 슬로건은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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