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 이진성 변호사,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관한 사업주 책임의 문제와 향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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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 법과 정치 연구위원, 변호사
입력 2018-02-1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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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지난 2017년 10월 말 이른바 한샘사건이라는 직장내 성폭력 사건이 밝혀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국회는 2017년 11월 9일 직장 내 성희롱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며, 성희롱 예방교육(위탁교육 포함)을 강화하고, 직장 내 성희롱(고객 등에 의한 성희롱 포함) 발생 시 사업주의 조치 의무 등을 강화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함)을 개정하였다.

그리고 2017년 11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은 있어서도 안 되지만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겁내서 문제제기를 못한다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고충을 말할 수 있고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는 직장 내부시스템과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였는데, 2018년 1월 검찰내 성폭력 사건이 밝혀져 직장 내 성폭력과 성희롱의 예방과 사후처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2014년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부 개정됨)에서 성희롱에 대한 개념이 정립된 후 직장 내 성희롱 및 성폭력 관련 법・제도가 시행된지 20여년이 지났음에도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직장 내 성희롱 및 성폭력 방지 정책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직장 내 성범죄의 예방과 대책을 논의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내용을 담아야 하기에 이하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사업주의 법적 책임에 논의 초점을 맞추고 이와 관련된 법률 중 남녀고용평등법을 검토대상으로 하며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사용자 책임에 관한 판례의 동향을 알아보면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사용자 책임의 향후전망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Ⅱ. 사용자의 성희롱 방지 의무를 규정한 법률에 대한 검토

1. 직장 내 성희롱의 개념

성희롱이란 용어는 1995년 12월에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는데, 1999년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직장 내 성희롱으로 구체화하였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 또는 ②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2호), 전자의 경우 인격권의 침해로, 후자의 경우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 개정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업주 책임에 관한 내용 검토

(1) 사업주의 성희롱 예방 교육의무 부과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상급자 및 근로자를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하지 말아야 할 수범자로 규정하면서(제12조), 사업주에 대해서는 매년마다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 실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13조)

(2) 사업주의 성희롱 조사의무 및 피해자 보호의무

개정 전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보호규정이 없었으나,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지체없이 이를 조사하여야 하며, 이 때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하여야 하며(제14조 제2항),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제14조 제4항).'라고 보호규정을 삽입하였다.

(3) 성희롱 사건 가해자 제재에 대한 피해자 의사 청취

개정 전에는 성희롱 가해자에 대하여 징계나 이에 준하는 조치만을 취할 것을 요구하였지만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업주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법 제14조 제5항)라는 규정을 삽입하여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의 제재에 있어서도 피해자의 의견을 참고하도록 하였다.

(4) 직장 내 성희롱 신고자나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 금지

개정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신고자나 피해자에게 불이익한 처우 금지규정을 두면서 무엇이 불이익 처우인지를 구체화・명확화 하였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벌칙을 강화하였다.(법 제14조 제6항)

(5) 고객등에 의한 성희롱 피해자 보호규정 강화

종전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근로자가 업무수행중 고객등에 의해 성희롱을 당한 경우 고충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하였지만, 개정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고충해소를 의무조항으로 변경하여 업무수행과정에서 성희롱을 받은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배려의무를 강화하였다.

3. 개정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업주 책임 규정에 대한 평가 및 개선방향

(1) 구체성의 강화

1999년 남녀고용평등법에 도입된 직장 내 성희롱 규정에는 사업주로 하여금 성희롱방지조치를 수립·시행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무엇이 불이익조치인지를 규정하지 않아 미국의 고용기회평등위원회 성희롱에 관한 지침이나 일본의 후생노동성 지침보다 구체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따라 이번 개정조항에는 사업주로 하여금 매년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경우 피해자에 대한 보호의무 및 보호조치를 규정하였으며, 직장 내 성희롱 신고자나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조치 금지를 하면서 무엇이 불이익인지를 적시하여 구체성을 강화하였다.

(2) 실효성의 문제

개정 남녀고용평등법은 법의 내용을 명확히 하였으나 법의 준수를 독려하는 행정감독과 법 위반에 대한 제재가 약하여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에 따르면 2016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진정 건수 552건 중 실제 기소된 건수는 단 1건에 불과하고, 불기소 26건, 과태료 66건, 행정종결이 453건으로 나타나 있는데, 이는 행정당국이 성희롱 사건에 대하여 적극적 처리의사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것이며, 성희롱 사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사업주는 대부분 과태료 처분을 받으며, 형벌을 부과 받는 경우는 성희롱 신고자나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조치를 취하는 때인데 그나마도 대부분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되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3) 개선방향

개정 남녀고용평등법은 구체성을 강화하였지만 실효성을 담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으므로 실효성 제고를 정책방향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성희롱 업무를 처리하는 근로감독관의 전문성을 높이고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으로 사업주로 하여금 성희롱의 예방과 처리에 행정적인 감독이 강화되고 있음을 느끼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하여 미국의 고용기회평등위원회가 1998년 성희롱을 당한 여성들이 고충을 신고하였으나 이를 묵살한 미쓰비시를 상대로 고용기회평등위원회가 원고가 되어 소를 제기하여 3억 4천만달러(당시 한화기준 약 4천 4백 20억원)의 배상을 받은 사례처럼 징벌배상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차별행위와 반사회적 행위를 금지시키고 그와 유사한 행위가 장래에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국가가 처벌적 성격을 띤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인데 만약 사업주가 성희롱방지조치를 하지 않아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거나 성희롱 신고자나 피해자에게 불이익조치를 한 경우 피해자의 실손해액과는 별도로 기업의 자산과 소득에 비례해 높게 배상액을 책정함으로써 사업주가 ‘알면서 하는 악행’을 중단하도록 동기를 부여하여 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Ⅲ. 성희롱 사건의 사용자책임에 관한 판례의 검토

1. 성희롱 사건에 대한 사용자책임에 관한 판례의 동향

우리나라 최초의 성희롱판례인 서울대학교 교수의 여성조교에 대한 성희롱 사건에서 우리 대법원은 가해자인 교수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으나 사용자의 지위에 있던 대한민국에 대하여는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참조), 1999년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으로 성희롱에 대한 규정이 정립되고 2000년 롯데호텔 여직원들의 제기한 성희롱 집단소송이 제기되자 법원도 사용자의 성희롱방지의무 이행과 피해자 보호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2002년 사용자의 성희롱 방지의무에 관하여 성희롱행위자와 사용자를 민사상 공동불법행위자로 인정한 판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02. 5. 3. 2001가합6471 참조)이후로 법원은 삼성전기의 여성근로자가 부서장으로부터 성희롱을 수차례 당하여 인사부서에 그 고충을 알렸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가해자와 회사를 공동불법행위자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사용자가 피용자 문제제기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행위의 발생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성희롱 행위에 대하여 남녀고용평등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신속하고도 적절한 개선책을 실시하지 아니한 채 이를 방치하고, 나아가 오히려 불이익한 조치를 하는 경우, 사용자는 그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성남지원 2010. 4. 15. 선고 2008가합5314 참조).'라고 판시하여 사업주와 사용자의 책임을 구체화하였다.

2.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사용자의 불리한 조치금지 규정 적용 판례

2017년 12월 22일 대법원은 홍준표 자유한국당의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여러개의 사회적 관심이 있는 사건의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그 중 하나로 이른바 ‘르노삼성 자동차 성희롱’사건이 꼽히고 있다.

① 사건의 개요

르노삼성 자동차 직원 A씨는 2012년 초부터 약 1년간 팀장 최모씨로부터 성희롱에 시달려서, 이 사실을 회사에 보고했지만 가해자는 정직 2개월이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데 그쳤고, 회사는 A씨를 한직에 배치됐다. 또한 회사는 A씨의 소송에 진술서를 써주는 등 도움을 준 동료 여직원 B씨를 회사 기밀문서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2013년 12월 고소했다.

결국 A씨는 가해자 최모씨와 르노삼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심에서는 가해자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였지만 회사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2. 18. 선고 2013가합536064 판결 참조).

A씨는 이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했는데, 항소심은 A씨에 대한 르노삼성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면서 성희롱 신고를 이유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업무를 배제한 것은 남녀고용평등법 제 14조 제2항 불이익조치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1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다만 조력한 B씨에 대한 조치는 불이익조치로 보지 않았다.(서울고등법원 2015. 12. 18. 선고 2015나2003264 판결 참조)

② 대법원 판결 요지(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참조)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인용하면서 2가지 사실에 대하여 남녀고용평등법의 불리한 조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추가로 판단하였는데 그 내용은 ㉮ 피해자가 회사동료에게 진술서를 작성케 한 행위를 회사 측이 징계의 이유로 삼은 것이 성희롱과 무관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과 ㉯ 피해자의 서류 반출 행위로 대기발령한 것 역시 정당한 인사재량권의 범위 내에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대법원은 “사업주가 피해근로자를 가까이에서 도와준 동료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에 그 조치의 내용이 부당하고 그로 말미암아 피해근로자등에게 정신적 고통을 입혔다면, 피해근로자등은 불리한 조치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더라도 사업주에게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③ 평가

이번 르노삼성자동차 사건의 의미는 최초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의적용을 하여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조치가 무엇인지 법적 판단을 하였다는 점이고 항소심 보다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여 피해자의 조력자에 대한 불이익조치도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반됨을 밝혀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제기한 자를 고립시키고 배제하는 불이익한 조치들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선언적인 판결을 한 것으로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2. 성희롱 사건에 대한 사용자책임에 관한 판례의 개선방향

남녀고용평등법은 성차별을 금지하는 법인데, 성희롱을 이 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것은 일반 불법행위의 성립요건보다 성희롱의 성립과 규제를 용이하게 하여 성희롱의 문제를 방지하고 성희롱의 배경이 되는 남녀불평등한 관행과 사회문화를 시정하고자 하는 데 입법취지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법을 해석하는 법원 역시 입법취지에 맞게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 사무집행 관련성을 폭넓게 해석하고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게을리 한 경우 이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지게 적극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는데, 다행히 이번 르노삼성 성희롱 사건 판결에서 적극적 전향적 방향으로 성희롱 사건의 처리기준이 정립된 것으로 보인다.

Ⅳ. 성희롱사건에 관한 사업주의 법적책임에 관한 향후예측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여 처리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 남녀고용평등법의 개정과 법원의 전향적인 판단, 그리고 정책당국이 근로감독관을 활용하여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적극적 개입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신창현 의원과 김삼화 의원이 각각 사업주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하여 소관위에 계류중이고, 무엇보다 검찰의 성 폭행 및 성 희롱 사건의 여파로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의 법적 책임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인권의 문제임과 동시에 성희롱 사건의 조사와 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 기업의 생산성과 인적자원의 활용의 저하라는 손실을 줄 뿐 아니라, 기업의 대외적 이미지 추락과 법적 책임도 감수해야 된다는 점에서 사업주도 기업의 존망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예방을 하고, 사건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하여 피해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관한 사업주책임의 SWOT분석

[표 =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관한 사업주책임의 SWOT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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