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문재인표 규제개혁’, 말뿐인 ‘구호’보다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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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18-01-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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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의 규제혁신 드라이브에 정치권이 술렁거리고 있다. 규제를 철폐하고 혁신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청와대발(發)이라는 데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규제혁신’으로 명명한 규제개혁은 사실 이번 정부에서 처음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규제개혁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논의돼 왔던 이슈다. 대통령의 발표는 국회에서 여야 간 정쟁의 소재로 전락했고, 결국 입법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정권 초기에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을 중심으로 간담회 형식을 빌려 건의하는 자리가 마련되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 발표하면 정치권 논쟁으로 번졌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모습이다.

5년 임기 동안 헛심만 쓰다 끝나기 일쑤였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권과 선긋기에 나섰고, 규제개혁도 ‘없던 일’이 됐다.

당연히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수출이 15% 이상 성장했지만 반도체, 휴대폰 등 일부 업종에 치우쳐 다른 업종은 사실상 후퇴했다고 보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국민의 체감경기는 싸늘하다.

한국에서 규제개혁 정책은 전두환 정부에서 처음 시작됐다. 노태우 정부 시절에도 각종 기구들이 신설·운영됐으나 규제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많지 않아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규제개혁이 시도됐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를 신설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전봇대 뽑기’가 규제개혁을 상징했으며, 박근혜 정부에선 ‘손톱 밑 가시 뽑기’라는 명칭으로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규제개혁을 ‘암덩어리’에 비유하며 ‘단두대’에 올려야 한다고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치로 보면 이명박 정부에서 결과적으로 오히려 규제가 증가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센 워딩’과 달리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전봇대는 오히려 더 늘었고, 손톱 밑 가시는 여전히 기업인들을 괴롭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역대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청와대에서 주재한 규제혁신 대토론회를 열었다.

여기서도 ‘혁파’, ‘혁명적 접근’ 등의 단어들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문 대통령이 설파한 규제혁신의 핵심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출시를 일단 허용한 후 필요할 경우, 나중에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가 모래밭에서 뛰어노는 것처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키워갈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제도화하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대토론회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은 진정한 ‘협치’를 원한다면 국회와 긴밀히 소통을 해야 한다. ‘복지부동’으로 대표되는 각 부처들의 관료주의를 깨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정치권 역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쟁의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에 성공하려면, 이미 추진 중인 개혁을 멈추지 말고 속도를 내면서 다른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핵심 규제들을 건드려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토론회에서 “그간 어느 정부든 규제개혁을 말했지만 실제로는 잘 실천하지 않았는데 보고서에 담긴 대로 이행·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방식과 규제 샌드박스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고 있다. 말뿐인 ‘구호’보다는 ‘실천’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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