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씁쓸한 가상화폐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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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원 기자
입력 2017-12-2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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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에서 만난 친구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뭘 그렇게 열심히 보나 했더니 비트코인 시세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시세에 안절부절못했다. 그 친구는 가격이 오르다가 어느 순간 뚝 떨어진다고 했다. 큰 손실을 보기 전에 팔까 고민하다가도 조금 더 버텨보겠단다. 다음날 그 친구는 3%가량 수익을 남기고 팔았다고 얘기했다. 크게는 못 벌었지만 적어도 주식투자로 잃은 돈을 만회했다면서 좋아했다. "차라리 가상화폐가 주식보다 낫다"고도 말했다. 그 친구는 가상화폐에 빠진 이유를 더 들려줬다. 지인이 가상화폐로 300%대 수익을 냈고, 현금으로 찾는 모습을 직접 봤다고 했다.

물론 투자 결정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위험하다고 말리는 사람도 많다. 반대로 그에 못지않게 가상화폐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금융사에 다니는 한 선배는 "어쩌면 가상화폐나 주식을 한 번도 사지 않는 게 리스크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거나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도 살면서 고민해야 할 위험이라는 얘기다. 맞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부작용이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 이미 개인에게만 맡길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얼마 전 가상화폐 채굴기를 다단계 방식으로 판매해 2000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사기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에는 유명 가수도 연루돼 큰 충격을 안겼다.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은 두 차례나 해킹당해 결국 파산했다. 이 업체는 첫 해킹 때 수십억원대 피해를 주고도 이름만 바꿔 영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싱 사이트를 만들어 개인정보와 가상화폐를 빼돌리는 범죄도 등장했다. 더욱이 이제까지 알려진 피해는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언제든지 대형 사건사고가 불거질 수 있다.

정부는 뒤늦게 규제에 나섰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보안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되자 일단 현행법으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사후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년부터 보안인증 의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일부 거래소에 대해 인증의무 조기 이행을 요청할 방침이다. 하지만 관련법규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되는 임시조치에 불과하다. 게다가 무엇을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 누구도 믿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때일수록 스스로 리스크를 피하는 게 최선이다. 광기에서 떨어져 냉정해져야 할 때다.

꼬리를 무는 가상화폐 사건사고로 나라 전체가 들끓고 있다. 대박이라는 환상이 악몽으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누구나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발을 담근다. 오죽하면 그럴까. 열심히 일해서 꼬박꼬박 월급을 모아도 평생 내 힘으로 집 한 채 사는 게 쉽지 않은 세상이다. 돈을 벌고 모으는 것만으로는 넉넉한 삶을 누리기 힘들다. 투자가 정답이 될 수밖에 없다. 눈에 뻔히 보이는 리스크를 떠안고 모험에 뛰어드는 이유다. 그렇더라도 가상화폐는 도를 넘어선 위험한 도박이다. 정부가 늦게나마 팔을 걷어붙인 것도 그래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가상화폐를 정상적인 투자대상으로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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