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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그래그래] 남경필 경기도지사에게 묻는다

최보기 작가·북칼럼니스트입력 : 2017-12-15 06:00수정 : 2018-01-25 09:07

[사진=최보기 작가·북칼럼니스트]


지난가을에 경기도 김포 문수산에 올랐다. 강화도, 김포, 일산, 파주가 임진강을 두고 북한 개풍군과 바짝 붙어 있었다. 남북의 풍경은 흑과 백이었다. 개풍군은 회색 민둥산에 한적한 농촌마을로 길도 차도 눈에 띄지 않았다. 반면 남한 쪽은 더 이상 북쪽으로 갈 수 없는 해변과 강변까지 아스팔트 도로와 도시와 공장이 확장돼 있었다. 북쪽으로 경기도의 발전은 휴전선에서 어쩔 수 없이 멈추었다.

엊그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SNS(페이스북)에 “저는 내일 경기도를 포기하겠습니다”라고 올린 글을 목격하고 “이 뭥미?” 했다. 경기도지사를 그만두겠다는 뜻으로는 차마 읽히지 않았다. 그런 일은 소설이니까. 필시 ‘지방분권을 강화하자. 그러지 않으면 가만 있지 않겠다’는 뜻이 담겼을 것이라 추측했다. 그런데 ‘내일’의 결과는 반대였다. 서울과 경기도를 합쳐서 ‘초강대도시를 만들어 힘의 분산이 아닌 집중을 꾀하자’는 것이었다. 아! 다시 한 번 “이 뭥미?” 했다.

굳이 문서로 합치지 않더라도 수도권은 물심양면 동일체가 된 지 오래다. 서울, 인천, 경기도가 주축인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몰려 산다. 국가 자산 또한 대부분이 이곳에 몰려 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내려보낸 돈은 하루를 못 넘기고 다시 수도권으로 역류해 온다. 화폐 대부분도 이곳에서 유통된다.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기형적으로 존재하는 수도권은 이미 배불러 터졌다.

그럼에도 수도권 통합도시를 주장하는 남 지사는 논리의 바탕으로 ‘무안국제공항 KTX’를 깔아 밟았다. '무안국제공항 KTX 경유를 위해 1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현재 이용객은 하루 평균 1000명이 안 된다. 세계경제는 구멍 난 곳을 땜질하는 게 아니라 경쟁력 있는 상품의 판로 확보를 위해 국가의 힘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요지다. 나는 ‘구멍 난 곳’에 가슴이 아리고, ‘경쟁력 있는 상품 국력 집중’에 가슴을 친다.

남 지사에게 묻는다. 지금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주식인 쌀이나 겨우 자급을 유지할 뿐 나머지 곡물의 자급률은 형편없다. 밀과 옥수수는 99% 수입한다. 쌀이 자급을 유지하는 것은 수입 밀가루가 대체하는 이유도 있다. 곡물자급률 25% 내외, 중국산 먹거리로 국민들의 빈 식탁을 채우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만약 중국·미국이 당장 먹거리 수출을 금지하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유구무언,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왕조시대 민란의 원인은 배고픔이었다. 임꺽정 무리들이 그랬고, 임오군란의 군인들이 그랬다. 항우장사도 밥 앞에서는 도리 없다. 사람은 곰이 아니어서 소설가 김훈은 ‘끼니는 저축이 안 된다. 어제 먹은 끼니는 오늘 닥친 끼니 앞에서 무효다. 대출도 안 된다. 오직 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이 내 배를 채운다’고 했다. 사람이 밥에 목숨 거는 이유다. 핵폭탄 못지않게 중요한 안보가 ‘식량안보’다.

호남, ‘구멍 난 곳’이 맞는다. 1970년대 20만명을 넘었던 전남 고흥군의 현재 인구는 6만5000명 정도다. 30년 후 소멸위험 지수와 고령화 지수 선두주자다. 공장 굴뚝 하나 없는 이곳의 많은 논밭이 농사 지을 사람이 없어 황무지로 변했다. 인적이 끊기면서 밭두렁 논두렁 사이 길들도 모두 없어졌다. 밥이 없으니 사람이 떠났고, 밥이 더 없어지고, 사람이 안 오는 악순환이다.

길이 생겨 사람이 가고, 사람이 있어 길이 생긴다. 당장은 비경제적일지라도 길을 뚫어 ‘징게맹게 너른들’에 사람이 늘고 군산항에 사람이 늘면, 밥과 생선이 늘어 다시 사람이 몰려옴으로써 황무지에 곡식이 출렁이고, 포구에 만선이 가득하면 모두 좋지 않겠는가? 이것이 ‘같이 사는 것’ 아니겠는가? 남 지사는 우리의 식량안보에 어떤 대책이 있는가? 대책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당신에게 대책 없으니까.

경기미는 값이 가장 후하다. 이천 쌀이 가장 비싸다. 매년 생산되는 이천 쌀은 수도권 인구의 며칠 식량에 불과하다. 경기미 전체를 합해도 오래 못 간다. 그럼에도 365일 경기미와 이천 쌀이 팔린다. 이건 무슨 수수께끼인가? 남 지사는 대답하라! 아직은 건재한 호남평야 쌀이 사라지면 ‘구멍 나는 경기미’를 어떤 재주로 채우실 건가? 30년 내 사라질 위기의 지자체 10선에 수도권은 없다. 반면 젊은 지자체 10선 중 6개가 수도권 도시다. 이리 배가 터지는데도 여전히 배고픈가? 호남은 이미 구멍 났으니 이대로 버려도 좋은가?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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