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보다 못한 보험복합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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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7-12-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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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한 규제로 천덕꾸러기 신세...1개 점포서 한 달 계약 5건

도입 당시 40만 설계사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평가 받던 보험복합점포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당국의 과도한 규제로 사실상 손발이 묶여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범운영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영업 규제가 그대로 남아 있어 복합점포 활성화는 당분간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일부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보험복합점포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보험복합점포 시범운영 결과 도출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은행 없이도 보험복합점포를 열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계열 증권사와 보험사가 함께 복합점포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아웃바운드(Outbound, 점포외부) 영업금지 등 보험복합점포의 손발을 묶는 영업적 규제는 그대로 남았다.

보험복합점포는 2015년 금융권 전체를 아우르는 원스톱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당시 40만에 이르는 보험 설계사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지적과 금융지주계열 보험사 밀어주기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2015년 7월 아웃바운드 영업 금지와 한 보험사 당 복합점포 3개까지만 허용이라는 강력한 규제 속에서 시범운영이 실시됐다.

2년간 시범운영 결과 보험복합점포는 보험사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신한, KB, 하나, NH 등 4개 금융지주계열 보험사가 총 10개의 복합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10개 점포의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2015년 130건, 지난해 584건, 올해 364건으로 총 1078건에 불과하다. 1개 점포에서 한 달 동안 5건 정도의 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사실상 민완 설계사 한 명보다 못한 수준이다.

이는 영업 규제와 함께 보험사의 의도적인 태업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보험사에서는 규제가 겹겹이 쌓인 지금 상황에서 복합점포의 실적이 좋을 경우 현행 규제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 보험대리점이나 전속 설계사 등 복합점포와 경쟁 관계인 다른 영업 채널과도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보험사 복합점포 금지' 법안을 논의하고 있는 정치권의 눈총을 받아 곤혹을 치를 수도 있다. 잘 해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은 탓에 대부분 보험사가 강력하게 영업 드라이브를 걸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복합점포 발령이 사실상 좌천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현재 복합점포를 운영하는 보험사들도 판매 실적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복합점포의 창피한 실적을 감추려고 하지 않고 대놓고 알리고 싶어한다"며 "이렇게 잘 못하고 있으니까 규제를 풀어달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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