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포스트] 찜찜하지만 꼭 돼야만 하는 47순위 후보자 ‘홍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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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범 기자
입력 2017-11-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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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범 기자 (IT중기부)]

지난 7월 땀이 뻘뻘 나는 한여름에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계의 20년 숙원이 풀리며 초대 장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오돌오돌 떠는 겨울이 된 지금도 장관 자리는 공석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중소기업 천국시대’의 기대감은 계절이 두 번 바뀌는 동안에도 여전히 가시화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기대감은 점차 실망감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뚜렷한 종교관 신념 때문에 어이없게 낙마한 박성진 후보자에 이어, 이번엔 ‘학벌 지상주의’ 논란으로 많은 중소기업인들의 가슴을 울린 홍종학 후보자가 지금 장관 집무실 문고리를 잡고 서 있습니다.

그래도 홍 후보자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 측근 정치인이란 점에서 다시금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지난 박 후보자의 경우 교수 출신이란 점에서 파워가 떨어졌던 게 사실이었지만. 홍 후보자는 그야말로 중소기업계가 가장 원했던 이상형 장관에 가깝기 때문이죠.

중소기업계 잔뼈가 굵은 최수규 차관이 현장을 이끌고, 홍 장관이 큰 정책을 리드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만듭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홍 후보자에 대한 여론은 아직도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인의 가슴을 후벼 판 “한국에서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빌 게이츠가 될 수 없다”, “한국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배우기 위해 명문대 진학이 필수”라는 주장을 1998년 자신의 저서에 담아낸 것이 그의 신념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인들은 그의 재산 의혹보다는 ‘학벌주의’ 를 조장하는 모습에 더욱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어려운 형편에 연필을 놓고 대신 공구를 들어야만 했던 중소기업인들의 서러움이 가득하기 때문이지요. 실제 한 중소기업 대표는 대놓고 “깔끔하게 홍 후보자를 철회하고, 하루 빨리 다른 인물을 찾는 게 좋을 거 같다. 그래야 청와대도 더이상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을 것”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합니다.

홍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이와 관련, 진심어린 깊은 사과를 했습니다. 경위야 어떻든 잘못된 표현에 의해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사과하겠다고 발언을 했었죠. 하지만, 박 전 후부자의 종교관 논란처럼, 깊게 박혀 있는 신념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소기업계 시각입니다.

그런데도 홍 후보자가 장관이 되어야만 하는 상황이 딜레마인 셈입니다. 더 이상 장관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는 것 또한 중소기업계 바람이기 때문이죠. 이번에도 장관 임명이 안 될 경우, 올해 안에는 사실상 장관 임명이 힘들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새해 신년 행사에서 또다시 중소기업계는 절름발이 부처로 도탄에 빠질 우려가 커집니다.

실제 중소기업계 한 협단체장은 “장관이 임명되지 않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중소기업 단체장들은 대통령과의 간담회도 무산되고 있다”며 “하루 빨리 장관이 와서 현안 등을 빨리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제 청와대의 결단만 남았습니다. 청와대는 20일 국회의 뜻과 관계없이 장관을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야당의 공세가 강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중소기업계의 생각과 일치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홍 후보자는 장관후보 47순위입니다. 27순위이었던 박 전 후보자 사퇴 후에도 20명이 청와대 목록에 더 이름을 올렸다가 사라졌습니다. 더 이상의 인력풀 가동도 쉽지 않아보입니다.

찜찜하고 개운치 않지만 다음주 월요일인 20일, 청와대는 홍종학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 강행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다만 국회 야당 뿐 아니라, 중소기업계로부터 진심어린 환영은 받지 못할 겁니다. 대신 장관이 된 후 진정성있는 행보를 보여준다면, 중소기업인들의 상처는 서서히 치유될 것이란 생각입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주 중기부 초대장관 임명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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