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옥' 이선균, 당신의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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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11-1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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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옥'에서 상훈 역을 맡은 배우 이선균[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처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기대와 우려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건 배우 이선균(42)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 데뷔 17년차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배우지만 접해보지 않은 장르는 낯설고 또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미옥’(감독 이안규)은 이선균에게 낯설고 또 설레는 작품이었다. 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언더 보스 현정(김혜수 분)과 그녀를 위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상훈(이선균 분), 그리고 출세를 눈앞에 두고 이들에게 덜미를 잡힌 ‘최검사’(이희준 분)까지, 벼랑 끝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은 세 사람의 물고 물리는 전쟁을 그린 이야기를 통해 첫 누아르에 도전하게 되었으니까.

극 중 조직의 해결사 임상훈을 연기한 이선균은 어린 시절부터 결핍과 콤플렉스를 지닌 채, 현정에게 집착하는 인물을 세심하게 표현해냈다. 누아르라는 낯선 장르였지만 이선균은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 관객들을 설득해내려 노력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이선균의 일문 일답이다

영화 '미옥'에서 상훈 역을 맡아 첫 누아르 장르에 도전한 배우 이선균[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첫 누아르 영화였다. 왜 이제야 만나게 됐을까?
- 누아르라는 장르 자체가 많지 않다. 특히 제게 많이 들어오는 장르는 아니다. 캐릭터를 두고 봤을 때 저를 대입할 수 있는 작품이 있고 쉬이 떠오르지 않는 작품이 있는데 ‘미옥’은 후자였다. ‘이걸 해도 될까?’ 싶었다. 인물들도 많고 김혜수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된 상황에서 상훈이라는 캐릭터에 충실하게 연기하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도전하게 됐다.

누아르 장르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던데
- 제 또래들은 다 그렇다. 하하하. 홍콩 누아르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니까. 또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볼까 하는 마음에 출연하게 된 것도 있다.

낯선 장르 속, 나의 모습은 어땠나?
- 부족했다. 상훈이라는 인물이 현실적이지 않으니까 묘하기도 하고.

영화 공개 후 상훈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상훈의 어떤 면모를 강조하려고 했나?
- 내면적인 것에 중점을 뒀다. 상훈에게 개 농장이라는 공간은 안식처기도 하지만 일터다. 신분세탁을 목표로 하는 김 회장은 냄새를 풍기는 상훈을 싫어하지 않나. 그런 관계들을 표현하려고 했다. 감독님은 구두에 진흙도 묻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사실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저는 더 현실적으로 연기하고 싶었고 감독님은 약간 극적인 것을 추구하셨다. 최대한 타협을 본 것이 지금의 상훈이다. 현정에 대한 마음을 결핍에 가깝게 표현했던 것 같다. 상훈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을 초반에 많이 찍어서 그 연기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이 크다. 영화를 보다 보니까 상훈이 중심에 섰고 건달 같은 모습을 더 잘 살렸더면 이야기가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이 든다.

상훈은 전사가 궁금한 인물이다. 대사로만 처리되는 그의 전사를 담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 대사로 충분히 설명돼있다. 타투나 약상자 등 장치도 많았고. 처음으로 상처를 보듬고 꿰매준 현정에 대한 사랑이 여기저기 드러나 있다. 사랑받지 않은 아이가 ‘처음으로 사랑받았다’는 걸로 마음을 키운 거다.

영화 '미옥'에서 상훈 역을 맡아 첫 누아르 장르에 도전한 배우 이선균[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영화 공개 후 상훈 중심의 이야기라는 점에 관심이 쏠렸었는데
- 시나리오 자체가 사건 중심의 영화가 아니었다. 반전이 있는 시나리오는 아니니까. 그런데 심플하게 90분으로 줄이면서 이렇게 됐다. 세 인물의 엇갈린 감정? 관계 등이 중점이었는데 상훈이 모든 걸 뒤엎는 인물이다 보니 중심에 서게 된 것 같다.

이에 대한 걱정도 있나 보다
- 물론이다. 원 제목은 ‘소중한 여인’이었는데 ‘미옥’으로 제목이 바뀌고 포스터도 (김)혜수 선배님 중심이 됐다. 약간 ‘왜 이렇게 됐지?’ 하는 생각도 든다. 보통 여성 누아르 장르에 김혜수 선배님이 출연한다고 하면 기대하는 바가 있지 않나. 그런데 (김혜수) 선배님이 주체적 인물이 아니라서 걱정이 된다.

감독님과 의견 조율하는데 오랜 시간이 들었나보다
- 감독님이 연극 연출 제공이라서 그런가 연극적인 요소들이 많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것도 이쪽에 더 가깝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감독님이 원하는 상훈의 모습은 어떻기에?
- 누아르 장르다 보니 좀 더 멋진 느낌? 전체적으로 연극적인 느낌인 것 같다. 액션도 마찬가지다. 게임 같은 액션신을 추구하셨다. 그런 모습이 만화 같기도 하고 어떤 스타일을 구축하셨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를 떠나 잘 따라가는 것이 중요헸다.

영화 '미옥'에서 상훈 역을 맡아 첫 누아르 장르에 도전한 배우 이선균[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로맨스에서 누아르까지. 연기적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점차 로맨스의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는 중인데?
- 안 들어오는 거다. 하하하. 일단 영화는 멜로·로맨스 장르는 거의 투자가 안 된다. 흥행이 안 돼서다. 이런 로맨스들이 드라마로 향하는데 그건 어리고 예쁘고 잘 생긴 친구들이 하는 거고. 저는 현실적인 지질한 남자들을 간혹 맡고 있다.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본다.

중첩되는 캐릭터들이 거의 없다. 특히 요즘은 더 그런 상황인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차기작 선택에도 영향을 주나?
- 그렇다. 보통 안 해 본 것들에 관심이 간다. ‘미옥’을 먼저 찍고, ‘임금님의 사건 수첩’ 촬영에 들어갔다. 두 작품의 경우 해보지 않았던 장르에 대한 도전 의식이 컸다. 다음 작품들도 그렇다. 열심히 달릴 계획이다.

관객들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 관객들을 잘 설득시키고 싶다. 믿음을 주고 싶다는 말이다. 어느 순간 (배우는) 믿음을 주지 못하면 제가 일을 못하게 되지 않겠나. 믿음을 주는 배우가 사랑받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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