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공포 속 트럼프 반이민 드라이브.."비자 추첨제 더 이상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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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7-11-0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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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뉴욕 맨해튼에서 차량돌진 테러 하루만에 콜로라도 주 월마트 매장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지면서 미국 내 테러 공포가 고조되고 있다. 반이민 정책을 추진할 기회를 노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뉴욕 테러의 책임을 느슨한 이민정책으로 돌리면서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폭스, CNN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1일 오후 6시 30분경(현지시간) 미국 중부 콜로라도 주의 소도시 손턴 소재 월마트 슈퍼센터 안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3명이 사망했다. 1일 밤 10시 기준으로 총성은 멈췄지만 용의자는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경찰은 목격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용의자 신원 파악에 나섰다. 이날 총격사건과 테러와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31일 뉴욕 맨해튼에서 차량돌진 테러로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지 하루 만에 벌어진 사건이라 미국인들의 테러 불안감은 더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입국자에 대한 극단적인 심사(extreme vetting)를 거듭 지시한 데 이어 이민정책의 대대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 영주권 취득방법 중 하나인 '비자 추첨제'를 폐지하고 '메리트(성과)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한편 가족 초청에 의한 ‘연쇄 이민(chain immigration)’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자신의 트위터에 “테러리스트가 척 슈머(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의 작품인 이른바 '비자 추첨제'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나는 메리트 기반을 원한다"고 적었다. 이어 ”척 슈머 의원이 유럽의 (테러) 문제를 미국으로 수입시켰다"면서 테러의 책임이 민주당의 이민정책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연쇄이민을 이제 끝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에) 들어온 다음 온 가족을 다 데리고 온다. 그 가족 중엔 진짜 악마가 있을지도 모른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트위터]


'비자 추첨제'는 미국으로 영구 이주할 구상이 있는 전 세계인을 상대로 신청서를 받아 무작위 추첨하여 영주권을 발급하는 제도다. 이번 뉴욕 맨해튼에서 차량 돌진 테러를 저지른 용의자 세이풀로 사이포프는 2010년 비자 추첨제를 통해 영주권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매년 100만 명이 미국의 영주권을 발급받는데 비자 추첨제는 그 중 5%를 차지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메리트 시스템은 이민 신청자들의 학력이나 경력, 영어 구사력 등을 계량하여 영주권을 발급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 당시부터 테러와 이민정책을 결부시키면서 반이민 정책을 추진했으나 미국의 정체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의회와 사법부의 벽에 가로막혀 좀처럼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뉴욕테러를 명분 삼아 트럼프 대통령은 반이민 정서를 부추기면서 미국의 입국심사를 한층 강화하고 이민 제한을 목적으로 하는 반이민 개혁안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테러 사건을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의 공격 대상이 된 척 슈머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것은 비극을 이용, 아니 악용하여 정치화하고 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대상을 특정해 공격하고 이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결국 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서로를 싸우게 만들려는 테러리스트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59명의 사망자를 낸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온전히 용의자에게 돌리고 총기규제 논의는 부적절하다며 침묵했지만 이번 테러의 원인을 이민정책으로 돌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사이포프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트위터에 "테러리스트는 자신의 병실에 ISIS(이슬람국가) 깃발을 걸어달라고 요청하면서 행복해했다고 한다. 그는 사형을 당해야 한다"고 적었다. NBC뉴스는 법조계 전문가들을 인용하여 사이포프는 테러 혐의가 적용되어 최고 사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사법부의 수사와 판결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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