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칼럼] 시진핑주석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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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초빙논설위원·전 주호주대사
입력 2017-1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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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칼럼]

 

[사진=김봉현 초빙논설위원·전 주호주대사]



시진핑 주석의 꿈

중국 공산당 제 19차 전국대표대회가 지난 10월 24일 종료되었다. 국내외 많은 분석가들은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이름을 넣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당장에 삽입하면서 마오쩌둥의 지위와 동일한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고 해석한다. 또한 10월 25일 중앙위 상무위원 7명 중 5명을 교체하면서 3명을 자신의 측근으로 채웠고, 지난 25년간 전통이었던 후계자 지명도 없었다. 시주석은 이를 통하여 중국내에서 아무도 도전할 수 없는 절대 권력을 구축하였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대회에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통치이념으로 내세움으로써 앞으로 이를 중국 국내 통치는 물론 대외정책의 원칙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전국대표대회는 2020년에 소강사회 건설, 2050년에는 미국을 넘어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당대표대회에서 시진핑은 이러한 청사진을 내걸면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몽, 즉 중국의 꿈을 중국 인민들에게 제시하였다.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자신의 권력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중국 인민들에게 설명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중국몽을 구실로 10년 집권을 넘어서 장기 집권으로 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하였다.

누구나 꿈을 가질 수는 있다.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는 1963년 ‘I have a dream’ 연설을 통하여 자신의 꿈을 미국민들에게 제시하였다. 그가 꾸는 꿈은 미국 제일주의도 아니고 흑인 우월주의도 아니었다. 그가 꾸었던 꿈은 인류 보편적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인간은 피부색깔과 관계 없이 모두 동등한 존엄성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현세에서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꿈은 미국에서 실현되었고, 아메리칸 드림의 기초가 되었다. 또한 전 세계 인권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하여 누구도 이를 부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는 미국인들만이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가치인 것이다. 이 꿈으로 인하여 킹 목사는 위대한 지도자로 기억되고 있다.

킹 목사의 꿈과 달리, 보편적 가치에 기초하지 않은 꿈은 위험해질 수 있다. 편협하고 분파적인 꿈을 꿈으로써 인류를 고통으로 몰고 간 사례도 많이 있다.

일본은 20세기 초에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대동아공영이라는 꿈을 꾸었다. 일본 우월주의를 바탕으로 아시아 전체를 일본의 지배 하에 두겠다는 편협하고 분파적인 꿈을 꾼 것이다. 이는 결국 아시아 전체를 고통으로 몰고 갔으며, 일본을 멸망으로 이끈 악몽이 되고 말았다.

히틀러가 꾸었던 꿈도 역시 독일 민족의 우월성에 기초한 것이다. 독일 민족이 세계의 ‘master race’(지배 민족)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또한 편협하고 분파적인 꿈이며 결국 독일을 멸망으로 이끈 악몽이 되었다.

시진핑이 제시한 중화민족의 대 부흥이라는 꿈이 대동아공영권 완성의 꿈, 그리고 독일 민족 우월주의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중화민족이라는 분파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 가치와는 차이가 있다.

중화민족의 부흥이 중국 자신에게는 이익이 되겠지만 주변국들은 물론 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어떠한 이익을 줄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 중화민족의 부흥을 내세우면서 2050년에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유지하겠다는 꿈은 미국에게 위협적일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사드보복을 겪으면서 이러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미국이 세계의 지도적인 위치에 오른 것은 미국의 물리적인 힘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고 이를 통하여 세계의 발전에 기여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시장을 개방하여 우리를 비롯하여 많은 나라들이 경제 발전에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과거 구소련이 붕괴하게 된 것은 공산주의 체제의 내재적 모순 때문이기도 하지만, 1980년대 소련을 통치하였던 브레즈네프 서기장이 체제 개혁에 소홀히 한 때문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브레즈네프 서기장이 공산주의 체제를 정치, 경제적으로 유연한 체제로 전환시켰다면 구소련이 그리 허망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시진핑의 역사적 과제는 중국의 정치체제를 보다 유연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대 전환하는 것이며 시진핑 주석은 이를 위한 꿈을 꾸어야 한다. 중국의 민주화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며 중국의 민주화로 인하여 중국의 정책들이 보다 투명해지고 주변국들에게 보다 포용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의 주변국들은 물론 세계는 중국의 민주화를 통하여 공동 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민주화를 통하여 중국이 세계에 기여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국제사회로부터 진정으로 존경을 받고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중국은 마오쩌둥에 의하여 새로운 국가 체제로 변환(transformation)하는데 성공하였고, 덩샤오핑에 의하여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새로운 경제 체제로 변환하는데 성공하였다. 이제 시진핑은 중국을 새로운 정치체제로 변환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식 사회주의와 중화민족 부흥이라는 분파적인 꿈을 제시함으로써 세계를 극도의 경계상태로 몰아넣고 말았다.

제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제시한 시진핑의 꿈이 일본의 대동아공영이라는 꿈과 무엇이 다른지 중국이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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