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2조원 더 든다는 ‘52시간 경제학’…국회 화약고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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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7-10-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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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로법 제69조’ 쟁점 주당 기준 7시간인지 5시간인지 엇갈려

  • 여야, 휴일수당 중복 할증·특별 연장근로·면벌 조항 이견

18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핵심 노동정책인 ‘근로시간 단축’이 정국 화약고로 부상했다. 이는 일주일 최장 노동시간을 주(週)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적 쟁점은 근로기준법 제69조다. 동 조항은 40시간의 주당 근로시간과 12시간의 연장근로 시간을 허용했다. 주당 기준을 7일로 보는지, 5일로 보는지에 관한 명시적 규정은 없다. 고용노동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주당 기준을 5일로 행정 해석했다. 주 68시간은 주중 40시간과 주중 연장근무 12시간, 토·일요일 등 휴일 각 16시간을 합친 수치다.

근로시간 단축은 올해 들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세 차례(3·7·8월) 논의했지만, 빈손에 그쳤다.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법 개정을 통한 고강도의 강제성 부여가 ‘플랜A’, 정부의 행정해석을 통한 시정이 ‘플랜B’라는 얘기다.

◆휴일수당=임금채권···法 개정 땐 소급분 지급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주당 52시간’ 근무라는 총론에 합의한 상태다. 청년 실업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한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동의한 것이다. 

문제는 각론이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휴일수당 중복 할증 문제를 비롯해 추가(특별)연장근로, 면벌 조항 논란 등 3대 난제에 꽉 막혔다. 여야는 물론 노·사·정의 견해차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큰 암초는 휴일수당 중복 할증 문제다. 법 개정이든 행정해석의 변경이든, 주 7일 52시간을 적용하면 토·일 등의 근무는 휴일근로와 동시에 연장근로의 성격을 가진다. 주 40시간으로 제한한 주당 근로시간의 연장근무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어서다. 이 경우 휴일근무수당은 통상임금의 200%다. 당·정과 노동계가 주장하는 안이다.

난관은 이뿐만이 아니다. 휴일수당의 법적 성질은 ‘임금채권’이다. 법 개정 등을 통해 소급 적용할 경우 임금채권의 소멸시효(3년) 분을 지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기업보다는 중견기업, 중견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영세기업 등의 타격이 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중소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근로시간 단축 등이 애초 의도했던 결과와는 달리,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노동정책인 ‘근로시간 단축’이 정국 화약고로 부상했다. 이는 일주일 최장 노동시간을 주(週)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12조’ 폭탄 째깍째깍···노·사·정 합의도 난제

이에 자유한국당은 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휴일근로는 현행과 동일한 150%(통상임금 대비 50%만 가산)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휴일근무 중복할증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중복 할증에 따른 기업 부담금을 연간 12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 중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부담은 8조6000억원에 달한다. 근로시간 단축의 추가 비용 중 70%가 사실상 중소기업 부담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추가(특별)연장근로도 난제다. 앞서 노·사·정은 2015년 9월 근로시간 단축에 합의하면서 한시적 특별연장근로(4년간·주 8시간)에 합의했다. 일종의 ‘재계 충격완화책’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노동계는 ‘반대’, 정부는 ‘예외적 허용’(노사합의 및 주·월·연 단위 총량규제), 한국당과 경영계 등은 사업장 규모와 관계 없이 이를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면벌 조항도 골칫거리다. 이는 해당 기한에 ‘민사상 책임’을 다하면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지난 8월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50~299인 △5~49인 등의 3개 군으로 나눠 차등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구간별로 1·2·3년의 유예기간을 두자고 한 반면, 한국당은 1·2·4년으로 맞서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노동계는 '법 개정 즉시 시행’을, 정부는 시행여건을 고려해 ‘단계적 시행’을, 경영계는 ‘6단계 적용’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강제하면 오히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저소득층의 임금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차라리 민간시장에 맡기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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