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②] 쑨쉰, 루쉰 ‘신목판화운동’ 현대적 계승…장샤오강·웨민쥔 잇는 차세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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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차이나 김봉철·황현철 기자
입력 2017-10-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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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쉰이 ‘모든 사냥꾼은 마술을 부릴 줄 안다’라는 제목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손오공, 삼장법사, 호랑이가 등장하는 대형 그림은 그가 서울에 들어와서 일주일 동안 작업한 작품이다.[사진=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사진=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쑨쉰(孫遜·37)은 중국 현대미술의 ‘4대 천왕’으로 손꼽히는 장샤오강(張曉剛), 쩡판즈(曾梵志), 웨민쥔(嶽敏君), 왕광이(王廣義)의 뒤를 잇는 차세대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작품이 우리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단편 애니메이션 ‘21그램(克)’이 2011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면서 부터다.

쑨 작가는 최근 뉴욕 타임스퀘어 아트 프로젝트에 참여해 지난 7월 7일 목판화로 제작한 3D 영상 ‘타임 스파이(Time Spy)’를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선보이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작가보다는 영상감독으로 더 익숙할 정도로 영상 작업을 꾸준히 펼치며 작품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달부터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아리리오갤러리에서 ‘망새의 눈물(鴟吻的淚)’이라는 제목으로 첫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그는 오는 11월 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개인전에서 한국과 중국이 근현대기를 거쳐오며 겪은 공통된 경험과 양국의 문화적 유사성에 착안했다.

근대화 과정이라는 공통적인 경험과 한·중 양국의 문화적 유사성에 착안해 ‘전통’과 ‘신비함’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아라리오갤러리 측의 설명이다.

전시 제목에 쓰인 ‘망새’는 전통 건축 양식의 용마루 끝 쪽 장식을 일컫는 명칭으로, 악한 기운을 쫓고 재난을 방지한다고 여겨졌다.

망새로 상징되는 양국 고유의 전통과 아름다움이 서구문물과 현대문화의 영향으로 인해 점차 자리를 잃어가는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기쁘게 맞이하는 양가적 감정을 함축적으로 담은 것이다.

특히 지하 1층 벽면 하나를 꽉 채운 ‘모든 사냥꾼은 마술을 부릴 줄 안다’라는 제목의 그림은 일주일 간 서울에 와서 그린 작품이다. 쑨쉰은 한국에서의 개인전을 위해 2년 전부터 서울을 오가며 관찰하고 뉴스를 매일같이 들었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작품에 대해 “한국의 역사를 동화적 상상으로 표현했다”면서 “역사적으로 한국은 주변의 ‘강한 적’들에게 둘러싸여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환경에 처해 있다는 점을 빗댔다”고 설명했다.

쑨쉰은 북한과 몽골을 접경하고 있는 중국 랴오닝(遼寧省)성의 작은 광산 마을 푸신(阜新)에서 출생했다.

그는 덩샤오핑(鄧小平)이 주도한 1978년 개혁·개방으로 인한 변혁의 물결이 한창이던 1980년에 태어났다.

이른바 ‘바링허우(80後·1980년대생)’ 세대인 이들은 문화혁명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그 상흔을 목격했으며, 사회주의 체제를 학습한 뒤 시장경제 체제에 적응해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또한 학교에서 배운 역사와 부모 세대로부터 구전된 역사 사이의 괴리를 실감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민당 당원의 조부모를 둔 쑨쉰의 가족은 문화혁명 당시 부르주아로 몰려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는 학교에서 배운 역사와 부모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그리고 학교에서 가르쳤던 이상적인 경제 체제와 직접 경험한 자본주의 체제 사이의 괴리감과 모순에 주목했다.

쑨쉰은 “내가 태어난 곳은 아시아 최대의 노천탄광이었지만, 지금은 자원고갈로 낙후된 가난한 지역”이라며 “또 청나라부터 일본, 독일에 점령을 당했던 특수한 역사를 갖춘 곳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그의 화법은 짙은 먹으로 생동감있게 그려내는 중국 회화 기법 뿐 아니라 루쉰(魯迅)이 1920년대 말 주도한 신목판화운동(新兴木刻运动)의 맥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전통회화와 같이 서술적 요소가 강하지만 계몽적, 종교적, 정치적 주제와는 거리를 두고 작가 특유의 유머감각을 통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특징이다.

쑨쉰은 “나는 냉전의 이데올로기, 공산주의, 집단주의, 권위주의적 사회, 개방·발전, 종교 문제, 민족주의, 그리고 항상 시끄러운 국제 정치 대립 등을 두루 경험해왔다”면서 “아티스트로서 중국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을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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