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펫코노미] ③나의 반려동물, 의료사고를 당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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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훈 기자
입력 2017-09-1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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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동물 의료사고 신고 매년 늘지만…피해구제 사례 매년 10건도 안 돼

  • 병원 측 과실 입증 어려워…전문가 "분쟁조정위원회 만들 필요 있어"

#지난 5월 A씨는 가족여행을 앞두고 자신이 키우는 4살짜리 암컷 몰티즈 '별이'를 집 근처 단골 동물병원에 맡겼다. 사흘 뒤 A씨는 별이를 찾으러 병원에 갔지만, A씨는 별이를 만날 수 없었다. 원장이 처음 보는 강아지를 별이라며 안겨줬기 때문이다. A씨가 항의하자 원장은 별이가 혼자 밖으로 나갔다고 말했다가, 후에 별이를 다른 강아지와 착각해 안락사시키고 화장까지 했다고 실토했다. 충격에 A씨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별이를 안락사시킨 병원은 현재 문을 닫은 상황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동물병원이 오진을 하거나 잘못된 치료를 하는 등의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372상담센터'에 접수된 동물병원 관련 소비자 상담 및 피해구제 요청 건수는 2013년 395건, 2014년 396건, 2015년 459건으로 증가 추세다. 하지만 피해구제가 된 사례는 2013년 8건, 2014년 7건, 2015년 6건 등 매년 10건도 채 안 되는 상황이다.

반려동물이 병원 치료나 이‧미용 서비스를 받다가 다치거나 죽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이‧미용과 호텔 서비스 관련 소비자 불만은 142건, 그중 반려동물이 상해를 입은 경우는 80건(56.4%)으로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반려동물이 상해를 입은 피해 유형으로는 미용 중 귀가 잘리는 등 신체 부위가 절단되거나 상처를 입고 흉터가 생긴 경우가 49건으로 61.3%를 차지했다. 장염이나 결막염 등에 감염돼 질병에 걸리는 경우는 17건(21.3%)이었으며, 미용을 받는 도중이나 미용 후 반려동물이 폐사한 경우도 8건(10.0%)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이 미용 후 탈골 또는 골절된 경우는 6건(7.4%)이었다.

그러나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죽었을 때 업체가 책임을 회피하거나 치료비 보상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현행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는 동물사료와 애완동물판매업에 대한 기준은 있으나,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업에 대한 기준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B씨는 동물병원에 반려견 미용을 맡긴 후 강아지가 앞발을 저는 것을 발견, 다른 동물병원에 갔더니 앞다리가 탈골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B씨는 반려견 수술비로만 150만원을 썼지만, 처음 미용을 담당했던 동물병원에서는 반려견 탈골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수술비가 아닌 응급처치 비용 9만원만 주겠다고 했다.

법정 다툼도 쉽지 않다. 의료사고가 의심될 때 반려동물 보호자는 병원의 진료기록부터 확인하지만, 현행 수의사법에는 의료행위가 기록된 '의무기록'을 제출할 책임이 없다. 법적 소송으로 진행되지 않는 한 수의사들은 이를 근거로 보호자에게 의무기록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소송을 한다 해도 말 못하는 동물은 사람에 비해 병원 측 과실을 입증하기가 까다롭다. 또한 동물은 현행법(민법 98조) 상 '물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배상액도 적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반려동물 관련 의료사고를 당하더라도 수의학적 지식의 한계 때문에 개개인별로 사고를 입증하기란 매우 어렵다"며 "수의사 전문그룹과 시민단체, 학계 등이 참여하는 '반려동물 의료사고 분쟁조정위원회'가 지자체별로 만들어져, 반려동물 의료사고 관련 자문 및 분쟁 조정 등의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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