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공조 엇박자?…韓日 '싸늘'·韓美 '미궁'·美日 '찰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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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 기자
입력 2017-08-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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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 1차 회의에서 오태규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 발사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대북 정책 공조 전선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미-한·일-미·일 간에 서로 미묘한 신경전이 엿보인다.

정부가 지난 2015년 12월 28일 이뤄진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해 검토와 평가를 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출범시킨 태스크포스(TF)를 놓고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이냐'는 목소리와 함께, TF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화성-14형 시험발사 등 잇단 도발로 긴밀해져야 할 한·미·일 공조가 역사문제로 인해 균열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양 정부가 합의를 이뤘음에도 국민 대다수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됐다.

외교부 장관 직속인 TF는 앞으로 월 2회 회의를 갖고 협의 내용의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검토·평가해 연말쯤 그 결과를 공개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1일 한국 정부의 TF가 공식 출범한 것에 대해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TF 출범과 관련, "한국 정부 내 움직임에 대해 (일본) 정부로서 일일이 코멘트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면서도 "재작년 말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임을 한일 양국이 확인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높게 평가받는 합의가 착실히 시행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계속 한국 정부 측에 끈질기게 모든 기회에 합의 실시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위안부 TF의 1차 회의가 열렸을 당시 일본 언론도 한국의 TF 발족 소식을 전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정부가 합의 파기와 재협상에 들어갈 것인가가 최대 쟁점"이라면서 "결과에 따라서는 양국 관계 악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오태규 TF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첫 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TF는 사실관계가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고 위원들과 치열한 논의를 통해 평가한다"며 "평가 결과를 장관에게 보고하고, 장관이 보고서를 받고 다른 절차를 거치든 아니든 그건 장관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일 외교 과정에서 평가나 조치의 수위가 조절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TF의 역할이 모호하다는 지적과 더불어 이를 빌미로 일본이 반발할 경우 한·일 과거사 논란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는 이번 TF가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과거사와 한·일 관계를 분리해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 위협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금, 한·미·일 간 대북 공조에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따른 적극적인 대처를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실효적 조치에 나서지 못하는 현실적 상황에서 한·미·일 3국 공조는 고사하고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데 들러리만 서게 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자칫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한국만 소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미·일 정상 간 통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대북 공조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오는 5일 휴가에서 복귀한 한·미 정상 간의 전화통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 구상을 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사실상 무력화하면서 미국, 일본 정부가 대북 압박 제재 국면을 주도하는 모양새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31일 전화통화를 하고 ICBM을 잇달아 발사한 북한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 등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주도권을 쥐겠다고 선언했지만 군사회담 등 대화요청에 미사일로 화답한 북한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과의 문제까지 겹치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드 임시배치에 대해 "우리 정부가 선제적 조치를 취해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앞세워 나서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일각에선 이미 군사적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정부 의사와는 무관하게 흘러가고 있다.

​특히 미·일 측에서 대북 대화는 끝났다는 입장이 나오는데, 정부는 대화·압박 투트랙을 강조하고 있다.

통일부는 1일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 간 상호 협력을 재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북한이 우리 제안에 호응해 나오기를 촉구하는 바이며, 이산가족 문제 등 인도적 문제와 군사적 긴장 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일 정상. [사진=연합]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전날 성명을 통해 "대화를 위한 시간이 끝났다"며 "우리가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추진한다는 잘못된 보도가 있었으나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긴급회의를 할 시점이 아니다. 북한에 대한 압박을 현저하게 강화하지 않는 추가적 안보리 결의는 가치가 없다"고 말해 대북공조에 있어서 한국과 미국이 이미 공조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더 이상 대화로 북핵·미사일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보는 미국과 여전히 대화로 문제해결이 가능하다고 보는 현 정부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한택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는 "ICBM 발사를 계기로 우리는 미국이 북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는지를 잘 들여다보고, 미국이 자칫 한국을 패싱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책연구기관에 있는 한 전직 외교관은 "미국과의 이런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상 미국은 한국과의 공조를 뒤로하고서라도 일본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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