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유통이야기 리테일 디테일㉝] 돼지고기, 꼭 바싹 익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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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17-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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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한국인은 유독 돼지고기에 엄격하다. 쇠고기는 육즙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구울 때 한번만 뒤집어야 한다는 속설까지 있는 반면, 돼지고기만은 바싹 익혀 먹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조리법은 어떻게 자리잡게 된 것일까?

돼지고기를 바싹 익혀 먹는 식습관은 과거의 낙후된 돼지 사육 환경에서 기인한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양돈 산업이 정착하기 전 1970년대까지 돼지는 농가에서 부업으로 키우는 가축이었다. 그러다 보니 돼지의 주 사료는 먹다 남은 잔반이나 야생의 열매, 인분(人糞)이 일반적이었다. 돼지의 체내에 기생충이 상주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같은 우제류라도, 풀을 먹는 반추동물인 소와 달리 돼지는 먹이나 내장 구조가 사람과 비슷해 체내 기생충이 사람 몸 속에서도 그대로 활동을 한다. 이를 막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고온을 통한 가열이다. 이 때문에 돼지고기를 탈 정도로 바싹 익히는 것이 일반적인 조리법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지금도 이런 조리법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많은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축산물위생관리법이 정립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돼지는 인증받은 배합사료를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HACCP 등 위생기준에 맞춰 검사를 완료한 식육제품만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사육 및 유통과정에서 기생충이 생길 여지가 없는 것이다. 또 실제로 갈고리촌충의 경우 1989년 이후 발병 사례가 전무하다.

돼지고기 역시 쇠고기와 마찬가지로 레어, 미디엄 레어로 익힘 정도를 달리하면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지방의 고소함과 탄탄한 식감이 완전히 익힌 돼지고기의 핵심 요소라면, 조금 덜 익힌 돼지고기에서는 풍부한 육즙과 부드러운 육질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요즘은 해외의 다양한 돼지고기 요리가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독일식 돼지고기 육회인 메트(Mett), 스페인식 돼지고기 생햄인 하몽(Hamon) 등 외국 고유의 ‘생 돼지고기’ 식품도 속속 국내에 상륙하고 있다.

축산식품전문기업 선진의 문성실 센터장은 “돼지고기에 포함된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은 대부분 녹는 점이 낮기 때문에, 과도한 가열 시 오히려 영양이 파괴될 수 있다”며 "다만 아직 양돈 산업이 발달되지 않은 국가의 음식이나 야생 멧돼지 등 제대로 위생 단계를 거치지 않은 돼지고기는 여전히 기생충의 위험성이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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