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혁신 DNA’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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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아주차이나 부장
입력 2017-07-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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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핀테크·로봇·공유경제… 4차산업혁명 중심엔 '혁신'

  • 中, 핀테크 도입률 69%로 세계 1위… 3년 뒤 중국산 로봇이 세계시장 절반 차지

  • 알리바바 무인마트 실험·빅데이터 주권 주장 등 선도 산업 곳곳에 '혁신 DNA'

아주차이나 김중근 기자 = 2015년 7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동북 지린(吉林)성 동북공업집단에 있는 창춘이둥(長春一東) 클러치 생산공장을 방문했다. 제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을 의미하는 ‘13·5규획’ 수립을 위한 현지 시찰을 위해서였다. 공장 직원들과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시 주석이 이날 현지 시찰을 통해 전 인민에게 던진 것은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13·5규획의 5대 발전 이념 중 첫 번째가 ‘혁신’이다. ‘혁신’을 자본과 노동력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나머지 네 가지는 조화(국토 균형발전), 녹색(에너지 절약·저탄소·환경보호), 개방(육상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한 대외 개방), 공유(최종 목표는 인민 행복)다.

중국은 지금 ‘혁신 DNA’와 도전정신으로 온 나라가 꿈틀대고 있다. 더 이상 ‘모방’ ‘짝퉁’ ‘저질’ ‘만만디(慢慢的·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림을 이르는 말)’로 폄하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모방으로 시작했지만 혁신 DNA를 통해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 됐다. 퍼스트 펭귄은 위험을 무릅쓰고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들어 무리를 이끄는 펭귄을 말한다. ‘시장 선도자’라는 의미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중국이 시장을 선도하는 분야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먼저, ‘모바일 페이’ 분야다. 중국은 모바일 페이 천국으로 불린다. 노점상에서도 모바일 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통용된다. 지난해 시장규모는 6300조원으로 미국의 50배에 달한다.

핀테크(Finance+Technology·정보기술과 결합한 금융서비스) 산업의 성장도 모바일 페이의 급성장에 한몫했다. 세계에서 핀테크 활용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중국이다. 회계법인 EY한영의 글로벌 파트너사인 EY가 조사한 ‘핀테크 도입 지수 2017’(Fintech Adoption Index 2017)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핀테크 도입률은 69%로, 핀테크가 활성화된 세계 20개국(EY 선정)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 핀테크 도입률이 높은 나라는 인도(52%)였다. 영국(42%)과 브라질(40%), 호주(37%)가 뒤를 이었다. 한국은 32%로 홍콩과 함께 12위에 올랐지만, 20개국의 평균 핀테크 도입률(33%)보다 낮았다.

‘로봇’ 분야도 그렇다. 앞으로 3년 후에는 중국산 로봇이 세계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지난 4월 중국 로봇시장이 오는 2020년에는 594억 달러(약 67조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로봇 굴기’가 더 강력해지고 있는 것이다.

칭와대 출신 3명이 세운 ‘메그비(Megvii)’라는 회사는 ‘얼굴 인식’ 기술인 ‘페이스 플러스플러스(Face++)’를 개발한 벤처기업이다. 안면 인식률이 97%를 넘는다. 마윈이 2015년 독일 전자통신전시회(CeBIT) 기조연설에서 직접 시연까지 하며 소개한 회사다. 올해 3월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발행하는 과학기술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10대 혁신 기술 중 하나로 안면 인식 결제를 꼽으면서 주목한 회사이기도 하다.

새로운 경제흐름으로 자리 잡은 ‘공유경제’에서도 중국은 훨훨 날고 있다. 지난해 시장 규모가 3조4500억 위안(약 580조원)에 달한다. ‘13·5규획’이 마무리되는 2020년까지 공유경제 시장규모를 GDP 대비 1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중국 정부의 전략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무인 마트’ 실험에도 혁신 DNA가 작동하고 있다. 마윈은 지난 8일 항저우에서 점원 없는 매장 ‘타오커피(淘咖啡)’를 선보였다. 셀프감지 센서, 기계학습, 위치추석, 이미지음성인식 등 IoT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아마존이 선보인 무인마트 ‘아마존 고(GO)’의 중국 버전이다. 아마존은 그 당시 이 기술에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Just Walk Out Technology, 그냥 걸어 나가는 기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알리바바는 항저우 본사에서 다소 떨어진 안지현에 현금을 쓰지 않는 ‘알리페이 마을’을 건설했다. 혁신 DNA의 결정체다. ‘알리페이(支付寶)’는 알리바바가 지난 2004년 내놓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최근 IT정상회의 개막연설에서 “중국은 5년 안에 무현금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과 로봇, 핀테크, 공유경제 등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국이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치고 나올 수 있는 동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법 제정과 개정에 걸림돌이 없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비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뺏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중국이 이달 초 차세대 대형 운반로켓 ‘창정-5호’를 발사한 것에도, 중국의 100% 국산화 고속철인 ‘푸싱호(復興號)’ 개발 성공에도, 오는 2020년 5세대(5G) 이동통신망 상용화를 목표로 향후 7년간 1800억 달러(약 203조원)를 투자하겠다는 중국의 의지에도 ‘혁신 DNA’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드론의 세계 최강자인 중국이 ‘글로벌 스마트시티’ 시장 선점에도 발 벗고 나섰다. 500개 스마트시티 개발계획을 발표하며, 2020년까지 연구개발에 500억 위안(약 8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은 아직 밑그림도 그리지 못한 상태다. 중국은 최근에 ‘21세기 석유’로 불리는 빅데이터 주권‘을 주장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 경제금융연구소장은 “선진국의 경우는 기존 기술에 익숙한 데다 이를 효율화하기 위해 온갖 법·제도와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여서 새로운 기술혁명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이해상충의 조정, 법 제정과 개정을 위한 시간소요 등 걸림돌이 많다”며 “중국은 이런 걸림돌이 없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한다.

‘리프프로그(leapfrog)’라는 용어가 있다. 개구리가 점프하는 식으로 자신의 키보다 몇 배나 높은 위치로 점프해 성장한다는 뜻이다. 지금과 같은 중국의 비약적인 도약에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정 교수는 이를 “낙후된 환경에 있다가 기술혁명으로 첨단기술이 단기간에 경제생활 전반에 보급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중국은 이제 스마트폰 하나로 다 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IT 최강국’ 간판을 달았다. ‘혁신 DNA’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 추세라면 우리가 ‘혁신 중국’을 베끼며 살아갈 날이 머지않아 도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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