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총리인준 난항에 ‘정공법’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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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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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국민·野에 양해 구하며 '5대 인선원칙' 재확인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29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주경제 주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초대 내각 총리·장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논란으로 부닥친 '인사 암초'를 정면 돌파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문 대통령은 29일 오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의 논란은 그런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야당 의원들과 국민들께 양해를 당부 드린다”고 입장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인 5대 비리 인사 배제 원칙은 유효하지만, 현실에 맞는 구체적인 인사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고위 공직자로 임용하지 않겠다는 5대 인사원칙을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유감’ ‘사과’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인수위 없이 출발한 새 정부의 한계로 후보자 인사 검증이 부실했음을 시인하고 이에 대한 재발방지를 재차 약속하면서 국회와 국민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번 논란 사안이 비록 법 위반을 한 것이긴 하지만 스스로 언급했던 '악성' 위장전입의 의미와는 동떨어진 것이라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이날 통과될 가능성이 컸던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안이 야3당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여야 협치가 시작부터 진통을 겪는 것은 물론 조각 지연으로 국정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당장 이날부터 시작된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강경화 외교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회가 줄줄이 파행될 수 있다.

'100일 국정운영 계획'을 짜놓고 임기 초반에 국정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자 했던 청와대로서는 북한 미사일 발사와 후보자 인사 검증 등 대내외에서 돌출한 악재성 변수 탓에 개혁에 제동이 걸릴까 우려하는 기색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국정 공백 우려 속에서 총리가 인준되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높고, 대통령이 직접 사과에 나서야 할 만큼 '국민의 눈높이'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인식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아울러 총리 인준을 위해 야당에 진정성 있는 설득 작업을 해왔다는 점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내각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논란이 커지자 지난 26일 임종석 비서실장을 통해 ‘국민과 청문위원들에게 양해를 구한다’며 입장을 표명했지만, 오히려 야당을 더 자극하는 꼴이 됐다. 야3당은 문 대통령의 직접 해명과 함께 재발방지책 제시 등 두 가지를 요구하며 인준안 처리에 반대했다.

청와대는 지난 주말과 휴일 동안 정무라인을 총동원해 야당 설득 작업에 나섰고, 급기야 이날 오전 전병헌 정무수석을 국회로 보내 향후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해 위장전입 등 사전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새 기준을 제시했다.

전 수석은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4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구체적으로 장관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 관련자는 국무위원 후보자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또 2005년 7월 이전이더라도 투기성 위장전입에 대해 사전 검토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재발방지책을 먼저 제시하면서 야3당을 설득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부당 이득 편취 목적의 위장전입은 철저히 거르겠지만, 주민등록법 위반 정도의 사안이라면 여기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보다 사회적 합의로 새 기준안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여야는 청와대가 국무위원 인선 시 진일보한 기준을 제시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국회에서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자는 데도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대국민사과를 요구하고 나서 이 후보자 국회 인준을 둘러싼 대치 정국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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