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투자가치 높고 '외교카드'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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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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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미국 국채 대량 매입 왜?

  • 中, 올들어 다시 사들이기… 총 보유액 1조900억 달러 2년 만에 최대

  • 美국채, 망할 가능성 없어 안전성·이익률·현금 화 등 최고의 안전자산

  • 대량 매각 땐 美금융시장 무너져…미국과 협상서 유리한 입장도 겨냥

  • 넘치는 달러로 이대일로·내수 부양·자원 투자 등 '차이나 머니' 과시

[그래픽]

아주차이나 김중근 기자 = 중국이 미국 국채를 다시 사들이고 있다.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3월 무려 279억달러(약 31조원)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사들였다. 전달인 2월에도 86억 달러 어치를 샀다. 이로써 중국의 미국 국채 총 보유량은 1조900억 달러로 늘어났다. 이같은 증가폭은 2015년 3월 이후 2년 만에 최대다.

중국이 벨기에에서 별도로 관리하는 미국 국채도 3월에 37억 달러가 늘었다. 이를 합하면 316억 달러로 월 단위로는 2014년 이후 가장 많은 미국 국채를 사들인 셈이다. 지난 1월 3조 달러 선을 밑돌던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300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중국의 이같은 미국 국채 매수는 최근 위안화 환율이 안정화되고 대외자금 유출 우려가 잦아들면서 전체적으로 중국 경제가 안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할 수 있다. <관련기사 3면>

미국과 중국은 이제 경제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그만큼 상호의존적인 관계가 됐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좋든 싫든 두 나라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미·중 향배에 한반도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까.

국채(國債, National Debt)는 국가에서 자금 조달 등을 이유로 발행하는 차용증서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말은 미국이 중국에 큰 빚을 지고 있는 나라라는 의미다.

한때 세계 최대 미국 국채 보유국이었던 중국은 미 대선을 앞둔 지난해 11월 66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매도하며 미국 국채 1위 보유국 자리를 일본에게 내줬다.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이 위안화 환율 방어 등을 이유로 매도한 미국 국채 규모는 1877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 3월 대량의 미국 국채를 사들이며 일본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나섰다.

일본도 3월에 약 34억 달러 상당의 미국 국채를 추가로 매수해 전체 보유량을 1조1200억 달러로 늘리면서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일본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연속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였다. 일본이 지난해 매각한 미국 채권 규모는 316억 달러이며, 2년 연속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여나갔다.

그러나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 감소폭이 커지면서 일본이 지난해 10월 미국 국채 최다 보유국이 되었다. 세계 최대 미국 채권국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지난 1~2년 동안 미국 국채를 내다 팔던 중국과 일본이 올들어 미국 국채 매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양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금리 정상화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우려가 어느 정도 수그러들면서 미국 국채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채를 다량 보유한 상위 5개국에는 일본과 중국을 비롯 아일랜드, 브라질, 케이먼 군도가 포함돼 있다. 아일랜드와 브라질, 케이먼 군도가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는 3월말 현재 8245억 달러로 알려졌다.

해외 주요 채권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총액은 지난 3월 현재 6조793억 달러. 1년 전인 지난해 3월 6조2800억 달러에서 꾸준히 감소하다 올해 1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3월에는 2월 총액 6조12억 달러에 비해 781억 달러 늘었다. 3월 증가분 781억 달러 중 중국이 279억 달러를 사들여 41%를 차지했다.

◇채권자 입장에 선 중국, ‘순수는 없다’

미국은 막대한 쌍둥이적자(Twin deficit,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에 직면해 있다. 미국 국채를 사들임으로써 채권자의 입장에 서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 국채의 가격하락이 반가울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두 가지로 풀이할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이 앞으로 망할 일은 없다는 점이다. 어찌되었든 채무불이행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미 국채가 유럽이나 일본 국채보다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이 더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자 등의 이익률, 안정성, 현금화 등의 조건을 감안하면 투자 가치가 높다는 말이다.

다른 하나는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외교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국채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의미다. 아무래도 중국의 미국 국채 대량 매입에는 두 번째 이유일 개연성이 크다.

미국은 시중에 달러가 넘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이 대량으로 매수한 국채를 달러로 바꾸고 이를 시중에 풀어버리면 달러 가치 하락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이론상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한 번에 매각한다면 미국 금융시장은 붕괴된다. 중국 수중에 든 막대한 양의 미국 국채가 달러를 기축통화로 유지하려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아킬레스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순수도 없다. 중국이 미국 채권을 대량으로 사는 데는 어떤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차이나 머니의 힘’, 中 행보에 귀추 주목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은 쌍둥이적자에 힘겨워하고 있다. 미국이 채무국으로 전락하고 막대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그런 미국이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key currency, 基軸通貨)이기 때문이다. 기축통화는 국제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다. 화폐발행자로서 적자를 메우기 위해 화폐를 임의로 찍어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무튼 달러화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세계 기축통화로의 위상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나라 살림을 꾸려나가려면 돈이 필요하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힘든 나라 사람을 꾸려가려면 그만큼 많은 돈이 있어야 한다. 그 돈을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면서 조달해주고 있다. 어차피 미국이 없으면 중국도 없다. 중국이 때로는 심기가 불편해도 미국 국채를 계속 사들일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미국 경제가 살아야 중국이 수출을 더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외환 보유액은 3조 달러를 넘는다. 달러는 계속 쌓여가고 있다. 물론 중국은 그 막대한 돈을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과 내수 경기 부양, 다른 나라의 자원 또는 석유개발 투자 등에 쏟아 붓고 있다. 돈의 막강한 위력이 느껴진다. ‘차이나 머니의 힘’이라는 말이 부쩍 나돈다.

중국은 30여년 전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도움에 의해 경제발전을 시작했다. 이제는 G2(Group of Two·미국과 중국)로 불릴 만큼 성장했다. 양국 간 경제 역학관계 변화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중국의 미국 채권 다량 매입’이다. ‘돈’을 가진 중국의 일거수일투족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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