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숙의 차이나 톡] 한비자가 가르쳐준 '새 대통령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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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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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後發制人'정치…對中외교 겉보다 속내 살펴야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지난 2015년 10월 21일, 영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영국 의회 연설에서 한비자(韓非子)의 "영원히 강한 나라도, 영원히 약한 나라도 없다. 법을 강하게 받들면 강국이 되고 법을 약하게 받들면 약국이 된다"는 문구를 소개하면서 시진핑 시대의 법치주의를 강조했다.

2012년 취임 당시부터 시 주석의 일성은 '중국식 법치주의' 실현이었고 이를 한비자를 통해 재차 강조한 것이다.

시 주석의 법치주의 강조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비자(韓非子)'에 있다. 

중국 전국 시대에 쓰여진 한비자는 법가 사상이 정리된 중국 정치인들의 필독서다.

현재 중국 정부의 국장급 이상의 당 간부들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인 중국공산당 중앙당교(中國共産黨中央黨校)에서 한비자의 통치철학을 가르치는 걸 보면, 시진핑 시대에도 2000여년 전의 통치철학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8800만명의 당원을 거느린 거대 당인 중국공산당은 경쟁구도 체제인 우리의 정당과는 달리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선발과 동원을 기본 기능으로, 인재를 조기 발굴하고 무수히 많은 검증 과정을 거친다.

특히 우수 인물을 선발해 가장 중요한 권력에 올려놓을 수 있느냐의 여부가 공산당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당원을 선발하는 기준도 여러 단계의 필터링을 거친다. 당에 가입 된 뒤에도 1년간의 검증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공산당은 엘리트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길러진 중국 정치인들은 한비자를 통해 투영된 세상을 보고 이를 대외관계에도 적용한다. 문재인 시대를 맞아 새로운 한·중 관계를 만들어갈 우리가 대(對) 중국 외교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한비자는 초대 황제인 진시황의 핵심참모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좋은 참모 역할을 위해 진시황에게 통치철학 외에 강한 선군이 되는 몇 가지 덕목을 알려줬다.

'권력' (심복구복·心服口服·마음으로도 감복하고 말로도 탄복함)과 '영향력' (불득불복·不得不服·불복할 수밖에 없음) 그리고 '강제력'(공구불복·恐惧不服·두려움에 굴복함)을 두루 갖춰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을 제시했다.

즉 지도자는 "자신을 잘 다스려 진리관계에서 장악력, 즉 권력을 갖게 되면 권위가 생기고 그렇게 되면 스스로 신비로워진다"는 것으로, 오늘날 중국식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시진핑의 통치 스타일과 일맥상통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 주, 전화외교를 포함해 중국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획기적인 대 중국 외교를 펼쳤다.

연일 매스컴에선 사드 배치 갈등으로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마치 극적으로 해빙기를 맞을 것처럼 설레발치고 있다.

‘후발제인(后发制人·기회가 무르익기를 기다렸다가 일거에 상대를 제압하다)'을 최고의 통치전략으로 삼는 시진핑식 정치를 생각한다면, 지금 중국은 문 대통령을 '권력', '영향력', '강제력'을 갖춘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진단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문제에 있어 도널드 트럼프에게 '협조'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진핑의 전략 또한 '후발제인'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1인자는 직접적 표현을 피하거나 말을 최소화해 훗날 상대를 제압하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다. 이는 중국어의 모호성과 일맥상통하다.

문 대통령의 '권위'와 '영향력'은 81%의 국정지지율을 검증됐다. 그렇다면 이제 중국에 제대로 된 대응을 위한 전술을 짜야 한다. 이는 곧 한비자가 말한 '강제력'까지 갖춘 지도자로 가는 길일지 모른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국정치인의 '모호성'을 잘 살필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항상 중국식 접대 등 달콤한 인사치레에 필요 이상으로 감동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이 '동반자 국가'를 맺은 58개국에 한결같이 하는 모호성을 띤 표현임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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