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사드(Thaad)의 역설(逆說)’,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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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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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

[김상철 前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설마 하던 사드 배치가 현실화되었는데도 중국의 우리에 대한 사드 보복은 직간접적으로 계속된다. 대기업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궁여지책을 마련하지만 뾰족한 수단이 없는 중소업체들의 한숨 소리는 여전히 크게 들린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 수가 60% 이상 줄어드면서 이들에 의존하는 중소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급감한다. 면세품 판매 혹은 관광수입 감소 등에 따른 우리의 경제적 손실이 무려 100억 달러(약 11조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동남아, 중동 등으로부터 입국하는 관광객이 손실을 메꿔주고 있다고 하나 아직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는 것같지는 않다. 하루아침에 이를 다 보충해줄 수 것이라고 믿는 것이 오히려 어불성설이다. 다만 큰 틀에서 보면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면서 외국 관광객의 유입이 다변화된다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 마련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빨리 타깃을 바꾸고 바뀐 현실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 하락하면 우리 성장률은 0.17% 감소한다는 예측마저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를 충분히 반영하여 나온 수치라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무엇이 더 현명한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계속 이대로 갖고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도를 찾아나서야 하는지 진지하게 숙고해야 할 시기가 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맞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인생살이가 그렇듯이 한쪽에 너무 기울어져 빠져 있으면 거기서 헤어나오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요행수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어떤 형태로든 움직여야 한다. 사드 탓으로 촉발된 것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민낯이 속속들이 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모르고 있었거나 애써 외면해온 그들의 진면목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 유통 대기업 중에는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나 2개월 연속 엄청난 매출부진과 적자에 허덕이는 기업도 있다. 완성차 기업에게도 시련이 옮겨붙었다. 2개월 연속 매출 감소에 실적 부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무턱대고 상황이 반전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순진하거나 어리석은 짓이다. 중국 밖에서 다른 방도를 찾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올 것이 사드 때문에 조금 빨리 온 것뿐이다. 사드 보복에서 나타나는 중국의 조치들을 보면 그들의 속내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불요불급하거나, 구태여 한국으로부터 협력을 받지 않아도 될 분야에 보복이 집중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와중에도 그들에게 꼭 필요한 산업이나 분야에 대해서는 느슨하거나 아직도 러브콜을 계속 보낸다. 전형적인 중국식 수법이다. 갈수록 중국의 실력은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이고, 중국에 집착할수록 이런 난감한 상황에 처할 확률이 과거보다 훨씬 높다.

* 세계 경제의 회복 조짐을 수출시장 다변화 기회로 삼아야

다행스러운 점은 사드 여파로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좋아질 조짐을 보이는 점이다.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추세에 진입함에 따라 중국의 사드 보복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예상과 의도와는 정확하게 정반대되는 현상이다. 사드 보복으로 경제적 피해가 커지면 한국이 다시 중국에 납작 엎드리고 궁극적으로 사드 배치 철회 여론이 확산될 것이라는 계산에 착오가 생겨난다. 사드의 역설(逆說)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참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더 탄력이 붙기 시작한다. 시장다변화라는 한국 경제의 해묵은 숙제가 사드로 인해 돌파구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보다 긍정적인 해법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중국에게 이제 보란 듯이 사드 보복 조치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 EU 등 선진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중국 등 신흥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행히 미국의 금리인상도 충분히 예측가능한 시나리오 하에서 움직이고 있어 신흥국에 미치는 충격파가 그리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우리의 수출도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는 동남아와 인도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당연히 사드 보복과 관계없이 중국에 대한 수출도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것에 기인한다. 사드 보복으로 피해를 보는 업종 혹은 기업이 있는 반면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중국 비즈니스에 수혜를 보는 기업도 생겨난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이들 업종들의 희비가 엇갈렸다는 점에서 경제는 계속 돌고 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반전(反轉)이 생겨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의미에서는 하나의 시장에만 매달리지 말고 글로벌 시장 전체를 두고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제조업 대국에서 강국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중국의 계획에 최근 차질이 생겨난다. 차이나머니를 통한 선진 기술 M&A가 도처에서 봉쇄되는 것이 원인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기술 강국들의 중국에 대한 기술 유출 경계 경보가 한층 강화되는 추세가 확연하다. 이에 따라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반도체 굴기’ 등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난다. 결국 자체적인 기술 개발로 추진할 수밖에 없어 비용과 시간이 훨씬 더 많이 투입되는 실정이다. 최근 중국에 대한 우리의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는 원인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화장품, 콘텐츠, IT 기술, 바이오 등 중국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아직도 한국에 많다. 어떻게든 이를 중국으로 끌어들이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그들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들어와서 ‘Made in China'를 하라고 줄기차게 강요한다. 하지만 사드 여파로 이에 대한 우리 기업의 불신이 극에 달한다. 이제 중국은 더 이상 한국 기업의 공장이 아니고 사업화 현장, 즉 단지 시장에 불과하다 쪽으로 무게중심이 급속도로 바뀌어 갈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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