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계좌유지 수수료 첫날…돈 있는 사람만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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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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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 8일 오후 2시, 서울의 한 씨티은행 지점에서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은행 직원이 새로 수시입출금식 예금 계좌를 만들려던 고객 김진영씨(가명·31)에게 '계좌유지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매달 5000원이 부과된다고 설명한 직후였다. 직원은 거래잔액 1000만원 이상이거나 비대면 거래를 하면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했지만, 김씨는 씨티은행의 시스템이 '돈 있는 사람만 챙긴다'는 노골적인 차별 대우로 느껴져 불쾌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씨티은행은 8일부터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에 새로 가입하는 고객에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한다. 매월 마지막 영업일을 기준으로 면제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달에 한해 월 5000원의 계좌유지수수료를 내야 한다. 전체 거래잔액이 1000만원 미만 고객이 대상이다. 창구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이나 만 19세 미만, 만 60세 이상 고객과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등은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씨티은행도 수수료 이익을 챙기기보다 일반 고객들의 창구거래를 줄이고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디지털 채널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이 국내 고객의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는 비난이 거세다. 고객 입장에서는 수수료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고소득층 고객에 집중하겠다는 영업전략이 불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SC제일은행은 2001년 계좌유지 수수료를 도입했다가 역풍에 부딪혀 4년 4개월 만에 폐지한 바 있다. 국민은행도 최근 창구거래 수수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일반 고객 영업이 축소돼 소규모 점포와 직원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수순이 될 것을 의심하고 있다. 자산가가 아닌 고객들은 발걸음을 돌리게 되고, 결국 1~2년이 지나면 저성과 점포와 직원들을 정리할 명분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수수료 적용 대상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은행 측이 면제 기준을 변경하면, 기존 고객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수수료를 내야 한다.

실제로 씨티은행이 2015년 기존 무료로 발급하던 국제현금카드 발급 수수료를 영업점 발급 시 3만원, 인터넷 사전신청시 무료로 제공하면서 "인터넷 신청을 권장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지난해 초 영업점 방문은 5만원, 사전신청은 2만5000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사전신청의 경우, 올해 초 1만원으로 하향조정했지만 언제든 수수료가 바뀔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거래잔액이 적다고 수수료까지 떼는 건 자산가만 관리하겠다는 은행의 무리한 요구"라며 "고객들이 납득할 만한 충분한 설명 없이 무작정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국내 정서를 고려하지 못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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