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유통 이야기 '리테일 디테일'⑯] 바나나우유는 왜 항아리 모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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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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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빙그레 제공]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매년 수많은 신제품이 치열한 격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자신의 자리를 40년 이상 지켜온 장수제품이 있다. 바로 출시 43주년을 맞은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다. 오랜 세월을 지켜온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독특한 외형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바로 일반적인 우유곽 모양과 달리 옆으로 퍼진 육각 항아리 모양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단지우유라는 애칭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많고 많은 디자인 중에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왜 항아리 모양의 외형을 선택한 것일까?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가 항아리 모양을 가지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빙그레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결과는 용기 차별화를 시도하던 개발 담당자들의 전략적 선택이었던 것.

초기 제품의 개발 과정에서 파격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제시됐다. 맛은 물론 외형적인 만족감까지 극대화할 디자인이 필요했다. 풍부한 맛을 위해 우유 함량을 85%까지 높여야 했고, 넉넉함을 표현하기 위해 좀 더 큰 형태의 용기가 필요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 코드인 장독을 닮은 모양이 담당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당시 우유 용기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기존 유리병과 비닐 팩과 차별화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폴리스티렌을 이용해 만든 용기이다. 마실 때 부주의로 용기가 약간 기울더라도 내용물이 흐르지 않도록 입구 부분에 턱을 만들고, 바나나의 노란색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반투명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물론 개발의 과정에서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잡고 마시기에 불편하고 육각형 모양이기 때문에 적재나 배송에도 비효율적이라는 반대의견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내용물을 담기에 급급했던 당시 분위기에서 기능과 모양, 컬러 그리고 한국적 정서까지 고려한 획기적인 포장 전략은 결국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은 바나나맛우유로 빛을 봤다. 빙그레는 작년 바나나맛우유 용기 자체를 특허로 등록하기도 했다.

사실 바나나맛우유 용기는 다른 용기들에 비해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더 든다. 흔히 사용하는 사출이나 압착 방식이 아닌 분리된 상‧하컵을 고속 회전시켜 마찰열로 접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현재는 해당 설비 제조사가 없어졌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이런 방식으로 용기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빙그레 뿐이다. 비싼 제작과정에도 불구하고 빙그레는 항아리모양을 포기하지 않았다. 바로 제품 용기 디자인 자체가 하나의 상표이자 브랜드로 각인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미국,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 10여 개 국가에서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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