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한달] 인사 파동ㆍ권력 암투 등 흔들리는 백악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2-19 13:4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트위터건 기자회견에서건 연설에서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언론을 믿지 마라. 백악관은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말을 거듭할 때마다 백악관 내부 혼란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는 듯 하다.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에 정치적 이단아가 불러올 변화와 개혁에 대한 기대감은 쉴 틈 없이 터지는 인사 스캔들로 빛이 바랬다.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내부 혼란을 우려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가 아무리 정치적 경험이 없다고 해도 최고 권력자로서의 무능함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트럼프는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로 매도하면서 무마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취임 한 달이 지나도록 트럼프 내각은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 앤드루 퍼드저 노동장관 내정자는 불법 가정부 고용 논란으로 인준 청문회도 열지 못한 채 15일(현지시간) 자진 사퇴했다.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러시아 내통 논란으로 사퇴했고, 후임자로 거론된 로버트 하워드 예비역 제독은 NSC 인사권을 두고 백악관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트럼프의 제안을 거절했다. 트럼프의 굴욕이다. 

특히 지난주 플린의 낙마는 백악관에 큰 파장을 던졌다. 플린은 트럼프 취임 전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대러 제재 해제를 논의한 뒤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거짓으로 보고한 데 따른 논란으로 13일 사퇴했다.

플린의 낙마 이후 트럼프 측근과 러시아와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은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가뜩이나 미국 정보당국이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 내리면서 트럼프 정권의 정통성에 흠집이 난 상황에서, 지난해 대선 운동 기간에 폴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 카터 페이지 캠프 외교고문 등 트럼프 캠프 측 고위 인사들이 러시아 정보당국과 수시로 접촉했다는 소식이 미국 정보당국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경우에 따라 수사 대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 경우 트럼프 정부는 뿌리까지 휘청거릴 수 있다.  

백악관 고문의 적절치 못한 처신도 도마에 올랐다.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지난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딸 이방카가 운영하는 의류 브랜드가 노드스트롬 백화점에서 퇴출당한 것과 관련해 "이방카의 물건을 사라“고 말해 큰 논란을 일으켰고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백악관 내 권력 주도권을 둘러싼 암투설도 끊임없이 지적된다. 특히 극우 아웃사이더 출신의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와 공화당 주류 노선을 따르는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입국금지를 명시한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파를 던졌는데 이는 배넌의 구상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공석인 대법관 한 자리에 정통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판사를 지명한 것은 프리버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배넌과 프리버스는 트럼프 정부 인수위 당시부터 갈등설이 끊이지 않았다. 치열한 경쟁을 유도해 좋은 결과를 내놓는다는 것이 기업인 출신 트럼프의 인사 등용 방침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업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통할지 몰라도 정부로서는 정책의 일관성을 제시하지 못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백악관 관계자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배넌과 프리버스 중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지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며 수습은 백악관 직원들의 몫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현대 역사에서 미국 대통령은 강력한 비서실장을 두고 다른 참모들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트럼프는 배넌뿐 아니라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스티븐 밀러 선임 정책고문 등을 최측근으로 두고 자신이 익숙하지 않는 사안에 대하여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뉴요커 등 현지 매체들은 제럴드 포드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역시 이 같은 ‘바퀴의 살(spokes of the wheel)’ 인사 전략을 구사했지만 이는 내부적 갈등을 증폭시켜 실패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