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위기 넘길까’ 삼성 임원들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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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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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2017.2.15 kane@yna.co.kr/2017-02-15 09:40:52/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아주경제 채명석·박선미 기자 = "분위기가 좋았겠습니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15일 정칠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사장은 이렇게 반문했다. 삼성 내부의 침통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이날 삼성 서울 서초사옥에서 수요 사장단 회의는 예정대로 열렸다. 사장단들은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도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지금 시점에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삼성과 계열사 임직원들은 연이은 표적수사에 허탈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영장 재청구로 삼성은 두 번째 위기에 직면했다.

특검이 4주간 광범위한 보강 조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한 만큼 삼성은 지난달 16일 첫 번째 청구 때보다 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직원들의 사기는 그 어느때보다 저하됐다. 삼성의 한 계열사 관계자는 "특검 수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마치 범죄집단이라는 인식이 든다"며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질대로 떨어졌다"고 푸념했다.

삼성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협의 및 특혜의혹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전일에는 이례적으로 삼성그룹 공식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삼성은 대통령에게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결코 없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1차 영장청구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나 법리상으로 충분히 해명가능한 부분"이라며 "모든 의혹이 사실이 아닌 만큼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1차 때와 비교해 2차 영장에 기재된 혐의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삼성 측의 입장이다. 따라서 법원이 '촛불민심'과 '반(反) 기업 정서'에 흔들리지 않는다면 1차와 같은 결론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여전히 승마 지원이 청와대의 강압에 의한 것이고 합병은 이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특검이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도 삼성이 30억 원에 달하는 명마 블라디미르를 최씨 측에 우회 지원했다는 혐의를 추가했지만 이 또한 수차례에 걸쳐 반박자료를 내고 적극 해명한 바 있다.

아울러 삼성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들이 그간 성실히 특검 수사에 협조하는 등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도 부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또다시 법원에 서는 것 자체만으로도 타격은 상당하다. 당장 오는 17일(현지시간) 열리는 하만(Harman) 임시주주총회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 찍히면 하만의 주요주주들이 삼성의 경영능력을 의심할 수도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 기업에 대해 압박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가 미국 정부의 승인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외 신인도 역시 걱정거리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글로벌 시장에서 7번째로 높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단연 1위다.

유례없는 총수 구속 위기에 처한 삼성을 비롯해 재계에서는 리더십 공백과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특검은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오직 삼성 때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표적 수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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